'유권자의 날'에 울분 터진 장애인 "이번 재보궐도 투표 배려없었다"
'유권자의 날'에 울분 터진 장애인 "이번 재보궐도 투표 배려없었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5.1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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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침 삭제... 투표장 갔다가 집에 되돌아가
왜 지체, 시각장애만 투표 보조 허용? "발달장애인도 국민이자, 유권자다"
그림투표용지, 쉬운선거공보물 제작해야... 점자공보물도 여전히 면수 부족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장애인 단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장애인에게 투표 편의를 제공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한다며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5월 10일 유권자의 날, 장애인들은 비를 맞으며 또 다시 '참정권'을 외쳤다.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장애인들이 피켓를 들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이 참정권을 요구해온 것은 비단 금일만이 아니다. 선거철마다 피켓을 들고 나온 덕분에 약 5년동안 발달장애인 기표시 투표 보조를 허용하는 지침이 생겼다. 

이마저도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한계가 있어 발달장애인들은 혼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그림투표용지, 쉬운 선거공보물을 제공해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발달장애인의 보조 투표를 허용하는 지침을 삭제하면서 장애인 단체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4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중앙선관위가 해당 지침을 삭제한 것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차별 결정을 내렸지만,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대치하고 있다.

문윤경 대표 ⓒ소셜포커스

한국피플퍼스트 문윤경 대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사전투표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발달장애인도 동등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관련 부서가 없어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만 한다. 매년 선거철마다 발달장애인들은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투표 전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물과 선거날 보는 투표용지도 그림 없이 숫자와 글씨로만 되어있어 발달장애인은 이해가 어렵다. 발달장애인은 혼자 투표소에 들어가 이해할 수 없는 투표 용지를 보며 어떻게 투표하고 누구를 찍어야할지 몰라 아무곳에나 찍게 되거나 그냥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지침상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만 투표 조력자가 동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은 투표 보조가 불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장에 나온 장애인들은 지난 4월 7일 치뤄진 서울시 재보궐선거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조력자와 함께 참여하지 못하고 투표소까지 갔다가 집으로 되돌아가거나 실갱이가 벌어져 1~2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혼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그림투표용지와 쉬운 선거공보물을 제작해달라고 주장했다. ⓒ소셜포커스

투표소 출입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많았다. 2018년 투표소 접근에 대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지만 예외 조항이 바로 붙어있어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개정된 공직선거관리규칙 제67조의2에 따르면 "고령자ㆍ장애인ㆍ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서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여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다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항이 붙어있다. 

김대범 활동가 ⓒ소셜포커스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이수연 변호사는 "보조원을 배치하거나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이동약자의 투표에 지장이 없도록 명시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선관위는 시각, 지체장애 등 신체 장애로 혼자 기표가 어려운 경우 보조인의 조력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은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 당시 입후보자의 이름 옆에 로고를 넣고, 후보자의 사진과 정당 로고를 삽입하는 등 그림투표용지 형식으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을 보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공보물 또한 꾸준하게 논란이 되어왔지만 이 또한 개선이 미비하다.

2020년 시각장애인 점자공보물 관련 면수를 2배까지 확대하고 텍스트를 USB에 담아 제공하는 것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됐지만, 점자는 기본 묵자의 3배 분량으로 해야 동등한 정보지원이 가능하기에 2배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USB도 의무 제공이 아니기에 이번 서울시 재보궐선거의 경우 후보자 4명만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김영희 대표 ⓒ소셜포커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울분을 토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중앙선관위는 국민 세금을 받으면서 국민 한 사람이 가진 표 하나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게 전혀 돕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보장하지않아 편의 제공을 못 한다는 말뿐이다"며, "투표날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차별과 소외감만 절실하게 느끼고 온다. 중앙선관위의 방식이 아닌 장애인과 이동약자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 반드시 개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회견을 마치며 작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행정안전부가 국민 한 표의 가치를 4천7백만원으로 환산한 것을 토대로 공중에 5만원짜리 가짜 화폐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회견을 마치며 이들은 작년 행정안전부가 국민 한 표의 가치를 4천7백만원으로 환산한 것을 토대로 공중에 가짜 화폐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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