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우편취급국 30%이상 휠체어 들어갈 수 없어
경기도내 우편취급국 30%이상 휠체어 들어갈 수 없어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6.1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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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전수조사 결과 44개소 휠체어 접근 불가
우편 업무는 국가의 대표적 공공서비스, 누구나 차별없이 이용돼야
갈수록 늘어나는 우편취급국, 이동약자 접근시설 제도적 의무화 시급
"문턱 하나 없애는 것… 이동평등권 실현ㆍ보편적 복지의 첫걸음"
출입구의 단차로 인하여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한 우편취급국
출입구의 단차로 인하여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한 우편취급국 ⓒ소셜포커스

경기도 내 우편취급소 중 세 곳 중 한 곳 이상이 진입로의 문턱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의 출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결과는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이하 경기지장협)에서 경기도내 모든 우편취급국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밝혀졌다. 

경기지장협은 부설기관인 「경기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도민촉진단」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4~5월에 도내 총 130개의 우편취급국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여부를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이중 3분의1이 넘는 44개소가 출입구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 등 이동보조장치를 이용하는 이동약자의 출입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지난 2월 8일자 “전국의 우편취급국 절반 이상이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는 관련기사를 내 보냈었다. 당시 전국의 800여개 우편취급국 중 60곳을 임의 선정해 인터넷 지도의 로드뷰로 관찰한 결과 절반이 넘는 34곳이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본지의 보도에 대해 경기지장협이 경기도 전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34%의 시설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결과보다 양호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44곳의 시설에서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우편 업무는 국가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공서비스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공공서비스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구분없이 동등한 수준의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직영 우체국이거나 국가의 위탁을 받은 우편취급국이든지 누구나 차별없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이동약자에게는 한 뼘 높이도 안 되는 문턱 하나로 인해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에서 심각한 불편을 겪게된다. 특히 우편취급국 등 공공시설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국가의 공적서비스 차별행위와 마찬가지다. 그러한 차별을 해소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단 몇만원 또는 몇십만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우편취급국은 국가의 위탁을 받아 국가가 시행하는 우편서비스를 대리하는 시설이다. 인구의 밀집도 및 지역간 차별해소 등을 위해 우체국 설치가 필요하지만, 우체국을 쉽게 설치할 수 없는 곳에 법령에 의한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사업자를 선정하여 우편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요즈음 문명의 이기 등으로 생활환경이 급변하면서 e-메일, SNS,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손편지 문화가 퇴색되고 있다. 게다가 각종 세금과 요금 고지서까지 우편물이 전자송달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서 우편 물량이 줄고 있다. 이에 많은 우체국들이 인근 우체국과 통폐합 형태로 폐국하거나, 우편업무만 취급하는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달에도 경인지역에 3개의 우체국이 폐국과 함께 위탁시설로 전환되었다. 경인지방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4일자 고시를 통해 정부과천청사우체국, 남양주 조안우체국, 인천 용우우체국을 없애고, 모두 우편취급국으로 업무를 이관했다. 지난 해에도 전국적으로 많은 우체국이 없어지고 우편취급국이 생겨났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많은 우체국이 없어지고 우편취급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2023년까지 전국 직영우체국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현재의 직영 우체국들은 국가기관으로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민간 위탁의 소규모 우편취급국으로 바뀌면 현재의 제도하에서 장애인편의시설을 의무화할 근거가 없다. 장애인 차별행위로 볼 수는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을 해야만 밝혀지는 사항이다. 그나마 시정권고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편취급국 설치단계에서 제도적으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으로 보여 시급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우체국업무위탁법」 제6조 제2항에는 “수탁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그 시설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우편업무 수탁신청을 위해서는 설치할 장소의 약도와 사무실의 평면도 등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할 사항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우체국업무위탁법 시행령」 제7조와 관련한 별표에서 우편취급국 선정기준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편의성 항목(총점 100점 중 10점)을 두었음에도 보편적 접근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 사항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별표에서 우편취급국 이용편의성 항목의 비고난에 “이동약자를 위한 접근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 당해 항목은 0점으로 한다”는 문구만 삽입해도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우체국업무위탁법 시행규칙」에 의한 시설ㆍ장비에 관한 규정에도 이동약자 편의시설 의무화를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을 갖추는데 몇 십만원에 불과하여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제도개선에 반론이 있을 수도 없다. 관계 당국의 인식개선과 약간의 노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번에 경기도 내 우편취급국 전수조사를 담당했던 경기지장협 이지성 씨는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우정사업본부에도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편취급국 출입구의 단차
우편취급국 출입구의 단차 ⓒ소셜포커스
출입구의 단차가 해소된 우편취급국의 모습
출입구의 단차가 해소된 우편취급국의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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