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달구벌종합복지관… 열정이 넘치는 달구벌의 하루
‘사람 중심’ 달구벌종합복지관… 열정이 넘치는 달구벌의 하루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6.22 10: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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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복지관 유일 저상버스 운영, 작년 3만5천 명 이용
119전화기 탭으로 화재 신고부터 독고사 예방까지 ‘안전지킴이 역할 톡톡’
요양보호사 보조로 취업 성공한 발달장애인 권명범 씨 ‘어르신 사랑 독차지’
최중증장애인 야간순회방문서비스도 대구에서 유일 “장애인 돌보며 치유 받아”
▲‘사람 중심’ 달구벌종합복지관… 열정이 넘치는 달구벌의 하루를 함께 돌아보았다.
‘사람 중심’ 달구벌종합복지관… 열정이 넘치는 달구벌의 하루를 함께 돌아보았다. ⓒ소셜포커스

[기획특집 : 장애인복지 현장을 찾아서 ③] 대구광역시 달구벌종합복지관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벌써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대구광역시의 달구벌종합복지관에 방문했다. 복지관 초입에 떡하니 존재감을 과시하는 버스 한 대가 눈에 띈다. 대구광역시 복지관 중 유일하게 달구벌에서 운영하는 ‘저상버스’다. 마침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사에게 이야기를 청해본다.

“휠체어는 총 2대가 탑승할 수 있어요. 사회복무요원이 동행해서 체온 측정 및 휠체어 고정과 탑승을 돕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총 3만5천여 명이 이용했어요. 코로나 전에는 적어도 한 달에 1천5백 명은 탔는데, 코로나 이후로 운행이 여러 번 중단되면서 이용객이 많이 줄었죠. 그래도 꾸준히 이용하는 분들은 편하다고 너무 좋아해요. 저한테 먹을 것이나 음료수도 주고요. 방금 내린 할머니도 저상버스 이용만 10년째에요.”

2002년에 시작된 저상버스는 대구광역시의 달서구, 서구, 중구, 남구를 거쳐 하루에 3회씩 운행한다. 버스에서 내리던 김노이 할머니(지체장애/70대)가 “다리가 불편하니까 일반 버스는 불편한데 저상버스는 무료고 기사도 친절해서 항상 애용하고 있어요”라며 칭찬을 늘어놨다.

달구벌종합복지관은 대구광역시 복지관 중 유일하게 ‘저상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 장애인과 독거노인의 안전 지킴이 ‘119전화기’ 탭 한 번으로 화재 신고와 독고사 예방까지

저상버스를 타고 대구 시내를 둘러본다. 복지관 이용객이자 ‘독거노인과 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이용하는 김징자(지체장애/80대) 할머니 집을 가봤다. 2013년에 시작된 본 서비스는 지난해 5월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이어 12월에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한 복지관의 특화 사업이다.

복지관은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응급상황과 홀로 사망(독고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집마다 탭 형식의 ‘119 전화기’를 설치했다. 달서구 전체 560명이 이용하며 화재감지기와 활동 센서, 응급호출기, 외출 센서 4가지 기능이 탑재되어있다.

송지훈 사회복지사가 김징자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송지훈 사회복지사가 김징자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송지훈 사회복지사는 “화재 센서는 10초 이상 울리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가 돼요.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U119 시스템에 이용자 정보를 입력해서 소방서에서 바로 출동할 수 있게 했어요. 활동 센서가 집 안에서 마지막으로 움직인 시간을 기록합니다. 문에 달린 외출 센서로 문이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열리지 않으면 바로 연락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송지훈 사회복지사는 과거 긴급호출기로 소중한 생명을 살렸던 경험을 떠올렸다.

“어느 날 50대 정신장애인 한 분이 자살 생각이 들었다고 119 전화기 탭을 눌렀어요. 밤이었는데 경찰관과 소방관이 먼저 도착해있었어요. 다행히 그날 잘 달래서 쉬게 하고 그 이후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고 있어요. 안 좋은 생각이 들거나 진짜 몸이 아플 때는 숨이 턱 막히고 119 버튼을 눌러도 자기 집 주소를 말하기 어려운 분도 있거든요. 본인이 한 번 크게 아프거나 위급한 일이 생기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니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김징자 할머니가 장애인과 독거노인의 안전 지킴이 119전화기 탭을 누르는 시연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 이제는 어엿한 요양보호사 보조로…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서 ‘정식 취업’하고 싶어요!

복지관에 ‘발달장애인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한 권명범 씨(20대/지적장애)를 만나러 갔다.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고 센터에서 일한 지 벌써 2년 차에 접어든 명범 씨는 “일이 많아서 바빠요”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본 사업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16명은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한국장애인개발원장상도 수상했다. 명범 씨 또한 적극적인 성격으로 어르신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아침 체조에 힘찬 구령을 넣는 역할부터 식사 보조와 칫솔 정리, 청소, 휠체어 밀기 등 맡은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명범 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청년의 고용을 돕는 데에는 센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일노인복지센터의 강선옥 부장은 “지적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한 번 맡은 업무를 정말 책임감 있게 잘 해내고 있어요. 직원들이 칭찬도 많이 해주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고요. 센터 원장님도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기분을 살피면서 인사나 직장 예절을 지도해주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조일자리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한 권명범 씨가 할머니들의 점심식사를 돕고 있다.
보조일자리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한 권명범 씨가 할머니들의 점심식사를 돕고 있다. ⓒ소셜포커스

■ 최중증장애인 야간순회 방문서비스 “최중증장애인 돌보며 아픔 함께 치유해”

복지관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최중증장애인 야간순회 방문서비스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심야시간대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을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방문해서 배뇨와 배변 지원, 체위변경 등 돌봄의 손길을 뻗고 있다. 대구희망원 사건으로 탈 시설한 장애인까지 올해 최대 20명이 서비스를 받았다.

2015년 시범 사업부터 함께해 벌써 6년 차에 접어든 야간순회돌보미 김성균 씨는 이용자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고 있다.

“제가 제일 오래 일했어요. 아무래도 밤에 일하니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쉬는 시간인데 장애인 분이 갑자기 부르면 가야 해서 항상 대기 상황이에요. 밤 10시부터 순서대로 대상자의 집을 도는데 어떨 때는 이용자 집에 밤 11시에 갔다가 새벽 4시에 응급상황이 생겨서 퇴근 시간이 넘도록 집에 못 가고 돌봐야 하는 상황도 종종 생겨요.”

김 씨는 이 일에 뛰어들기 전 사업 실패로 우울증을 겪었지만, 최중증장애인의 삶을 돕고 함께 대화하면서 본인의 아픔을 치유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일을 돈 때문에 하는 건 아니에요. 장애인과 유대감을 쌓는 데 족히 1년은 넘게 걸리거든요. 이용자와 정도 많이 들었고, 오고 가며 대화하고 마음을 통했던 것들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마음 아플 때도 많아요. 저희가 볼 때 위급한 상황인데 응급실을 가기 싫어하거든요.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에요. 119가 와도, 응급실에 가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옆에서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돕는 수밖에요.”

■ 낮 시간도 알차게! 코로나19 상황에도 달구벌에는 돌봄 공백 없어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사업’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옥상 텃밭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방울토마토며 쪽파와 가지 등 물감을 묻혀 팻말에 새긴 후 자신이 심은 채소 앞에 팻말을 박는다.

주간활동서비스팀은 볼링장, 검도장, 공방, 커피 공장 등 지역 협력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이용자의 다채로운 활동을 돕고 있다. 2019년에는 발달장애인지원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대피방법에 대한 읽기 쉬운 자료를 함께 제작해 발간했다. 정성룡 씨(20대/지적장애)가 본인 이름이 새겨진 읽기 쉬운 자료 책자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김예나 교사는 “매달 자조 모임을 가지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활동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외부활동이 많이 줄어서 이용자들이 가장 아쉬워해요. 성룡 씨는 요새는 테마파크 관람차를 타고 싶다고 하고 영민 씨는 스크린 골프장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가서 이것도 어려워졌네요.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서 이용자들과 함께 즐겁게 활동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사업 텃밭 가꾸기에 참여한 이용자들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사업 텃밭 가꾸기에 참여한 이용자들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소셜포커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사업은 이용자에게 다채로운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인터뷰] 서준기 관장, ‘사람 중심’ 가치로 대구시 선도하는 복지관 만들 것

■ ‘사람 중심’의 가치 실현하는 복지관으로 도약 꿈 꿔… “10월에 상상누리터 놀러오세요”

달구벌종합복지관 서준기 관장

올해 복지관은 하반기에 VR체험장 ‘상상누리터’를 조성하여 스마트 복지관을 구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가 함께하는 ‘2021년 장애인 대상 실감 콘텐츠 드림존 조성’ 참여기관에 선정되어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지관은 지난해 사회복지시설평가 A등급에 선정되어 5회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게 됐다. 올해는 16개 시도에서 단 1곳만 선정되는 우수기관 인센티브를 받게 되어 직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게 됐다.

서준기 관장은 올해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복지관에 OPD, PCP 문화를 만들었다. “복지관 전 직원이 OPD(one page descriptions) 페이지에 자신을 소개하고 팀 별로 월례회 때 발표하도록 했어요. 직원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작성해서 서로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요. 또 PCP(person-centred planning)라는 ‘사람중심계획’ 학습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개인예산제와도 연관이 돼요. 수요자 중심의 복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전 직원이 PCP 발표회를 가질 거예요. 연차별로 3년간 계획도 세웠으니 잘 운영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복지관은 사람 중심으로 조직도를 바꿨다. 팀명을 ‘지역복지문화지원팀’에서 ‘사람중심지역복지팀’으로 바꾸고 ‘사람중심실천위원회’를 구성했다.

“PCP 모임을 시작한 것이 우리가 먼저 해보고 대구에 좋은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사람중심실천위원회’가 중심이 되어서 대구시 6개 복지관을 선도하는 복지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인센티브를 받더라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장애인 복지에 37년간 몸을 담은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만 골라서 했어요.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사업도 사고 한 번 나면 성과에 좋지 않지만 장애인을 위해서 했어요. 최중증장애인 야간순회 사업도 대구시에서 우리 복지관만 하고 있죠. 저는 장애인에게 필요하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은 힘들겠죠. 그런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요.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선도하는 복지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긍심을 갖게 되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실험을 할 수 없어 약대 진학의 꿈을 포기하고 사회복지 분야로 뛰어들게 된 그는 어릴 적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우리 어머니는 저에게 장애가 있으니까 어릴 적에 너 졸업하면 가게 하나 차려줄 테니까 예쁜 색시 얻어서 장가나 가라고 그랬어요. 지금 발달장애인이 요양보호사 보조로 취업한 것 보세요. 옛날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장애인에게 믿고 맡겼더니 성공적으로 해내잖아요.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2~3배는 노력해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어요. 장애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도 많고요. 그러니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다른 시선으로 보지 말고 더욱 믿어주고 따뜻한 관심을 주어서 더불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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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2021-06-22 18:09:06
달구벌종합복지관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네요. 많은 참고와 도전이 됩니다. ^^

김*현 2021-06-22 11:21:36
열정이 넘치는 달구벌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양*혁 2021-06-22 11:19:58
대구의 장애인복지를 위해 힘쓰시는 달구벌종합복지관이네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