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지키지 못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1.06.28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OOKFOCUS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현장실습생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으로
‘겸손한 목격자’ 은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르포르타주 에세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 은유 저 │ 돌베게 출판사 │ 15,000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표지 사진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김동준 군은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식품 공장에서 소시지를 포장하는 일을 하다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을 견디지 못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7년 제주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은 적재 프레스에 몸이 끼어 숨졌고, 같은 해 전주 지역에선 홍수연 양이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생을 져버렸다.

현장실습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처럼 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학생 겸 노동자 신분으로 일을 배우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충분하지 못한 노동인권 교육과 현장 관리 감독의 부재로 취지와는 다르게 아직 여물지 못한 다수의 아이들을 ‘산업재해’의 희생자로 만들어버렸다.

성인의 문턱을 넘지도 못한 채, '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수프를 끓이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생수를 포장ㆍ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뜨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 속에 우리도 살아가고 있다.

특성화고의 학생과 교사, 노무사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을 겪은 가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르포르타주 에세이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이러한 허망한 죽음의 흔적들을 그러모아 공통의 문제점을 찾고자 했다. 그가 찾은 문제는 '사회 초년생으로 초반 적응 시스템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모두가 꺼려 하는 일이 조직의 최약자인 그들에게 할당됐다는 것' 등이다. 아직 미숙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내던져진 그들의 죽음은 사고였거나, '자기 구제로서 죽음'이었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김동준 군을 중심으로 ‘현장실습생’인 아들을 먼저 앞세운 엄마 강석경 씨,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의 경력이 있었던 이모 강수정 씨 그리고 국내 최초로 현장실습생 자살을 산재 사고로 승인받은 김기배 노무사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어지는 2부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를 통해 현장실습생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에 대해 질문하고, 특성화교 교사이자 노동인권 강사로 활동하는 장윤호 씨의 인터뷰도 담았다.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의 생생한 목소리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귀 기울인다.

문제는 청소년 노동을 악용하는 어른과 보호 장치 없는 사회 시스템

이 모든 목소리를 그러모아 날카롭게 담아낸 저자 은유는 역사적으로 청소년 노동이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청소년 노동에 대해 안쓰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 역시 ‘노동의 주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의 본질은 청소년 노동을 악용하는 어른들이고 존엄한 노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책이 출판된 2019년 이후 크고 작은 사회의 변화가 시도되고, 지금은 고3 학생의 취업 가능 시기가 10월 이후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2022년 특성화고 고교 학점제 도입으로 다시 2학기에 현장실습이 가능해진다. 아직 스스로를 충분히 돌볼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충분한 보호 아래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소셜포커스 김희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