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 휠체어 심각한 문제점, “고객들이 조심해라”
철도역 휠체어 심각한 문제점, “고객들이 조심해라”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7.1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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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 구조상 문제점으로 이용 불편하고 안전 우려
10여 년간 수차례의 민원에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위한 답변만 반복
본지 보도 후 검토 중 반복답변 끝에 “개선 생각 없으니 손님들이 조심해라.”
코레일의 불편·불안한 시설 지적에 “국민이 알아서 피하라”는 황당한 답변
상의 옷깃이 휠체어 바퀴에 닿아 오염될 수 있다. ⓒ소셜포커스

금년 1월 4일자 본지에 “철도역 휠체어 서비스의 치명적인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의 철도역에서 제공하는 휠체어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보행이 불편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사회복무요원이 휠체어를 갖고 와서 기차에 탈 때까지 도와주고 도착역에서도 승객을 휠체어에 태워 기차역 밖의 환승 지점까지 이동을 도와준다.

장애인등편의법과 그 시행규칙에 의하면 모든 공공기관은 휠체어를 비차하도록 되어 있으며,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는 모든 교통시설에서는 보행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승하차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철도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받다 보면 팔걸이와 바퀴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곳으로 자꾸 옷깃이 들어가는 바람에 바퀴가 돌아가면서 옷을 더럽히는 경우가 참 많다. 이용할 때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옷깃에 먼지나 오염물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여행 중에 기차역 휠체어를 이용하다 신사복이나 외출복이 오염되다 보면 불쾌하고 황당하다. 특히 우천시에는 세탁비를 들여야 할 만큼 심하게 오염된다. 휠체어 바퀴의 철망 사이로 지퍼라도 물리다 보면 계속 나아가다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10여 년 전부터 수없이 코레일에 민원을 제기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잦은 피해사례를 설명하고 그 공간을 셀로판지나 아크릴판 등으로 막아서 사용하고, 휠체어를 새로 구입할 때는 그러한 공간이 없는 것으로 구입해서 비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공간이 없는 휠체어 사진까지 제시하여 건의를 했다. 그때마다 시정하겠다는 회신을 할 뿐 개선되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코레일에서 기차역에 비치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민원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시정이 되어야 할 사항이다. 민원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사실을 인식했다면 전국의 각 철도역에 공문으로 개선을 지시하고 개선 결과를 사진 찍어서 보고하라는 공문 한 장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전국의 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를 하루아침에 모두 교체하여 달라는 것도 아니다. 몇천원만 들이면 간단한 보수할 수 있고, 휠체어를 새로 구입할 때는 제대로 된 휠체어로 구입하면 될 일이다.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일도 아니다. 몇 개의 역에서는 필자가 해당 역무원에게 직접 건의를 하여 시정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코레일 본사에서는 10년이 되도록 수차의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객게시판을 통한 수차의 건의에도 답변을 위한 답변만 듣다가 코레일 감사실과 "사장과 대화방"에도 올렸지만 약속뿐이었다.

그러던 중 필자는 금년 1월 4일 본지에 이러한 과정과 문제점을 기고했다. 그리고 보도된 내용을 들고 대전에 있는 코레일 본사를 찾아가 담당 직원을 직접 만나서 개선을 촉구했다. 역운영처 김모 차장(여)은 잘 알았다면서 검토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후 연락이 없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 직원은 검토 중이라는 지극히 사무적인 말만 반복했다. 아무런 노력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느껴졌지만 계속 시정이 필요하다는 호소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보도가 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이번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판매되는 휠체어가 대부분 그곳에 공간이 있던데, 코레일에서 굳이 보수까지 해서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고객들이 알아서 조심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 답변을 듣고 황당해서 다시 설명했다.

“아니, 공간이 막혀있는 휠체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사진까지 제공했는데요. 그리고 전국의 휠체어를 당장 바꾸라는 말이 아니잖아요? 셀로판지 같은 것으로 간단히 보수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다시 코레일 직원의 답변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조심해야지, 우리 직원들이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서비스를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호소도 하고 항의도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을 했지만 처음 몇 번은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당하게 되고 수차 반복해서 피해를 입은 다음에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레일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무도 피해를 당하지 않을텐데, ”모든 이용자들이 그런 피해를 직접 당해보고 알아서 조심해라“는 코레일을 답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아니 그리고 그동안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시정하겠다는 코레일의 약속은 기만행위였다는 말인가?

전국민이 이용하는 철도시설에 안전상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이미 공사가 끝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위험은 국민들이 알아서 피해라" 이렇게 말할텐가?

지난 1월 4일자로 본지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되고,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수원역 고객지원실 직원에게 그 기사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다시 수원역에 가봤더니 과거 홍성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주 깔끔하게 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본사에서 이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물론 고객들도 조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어쩌다 한번씩 이용하는 사람은 잘 알 수가 없다.(휠체어를 상시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휠체어를 이용하지 철도역 휠체어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임) 여러 번 피해를 당한 후에야 비로서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코레일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아무도 피해를 당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일선 철도역에서는 문제점만 인식하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이 되는 문제인데, 왜 본사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시정을 거부하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본사에서 각 철도역에 공문 한 장 보내고 보고만 받으면  해결되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는 말인가? 역무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시키고 시설개선을 리드해야 할 본사에서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니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에는 철도와 관계되는 또 하나의 공공기관이 있다. 국가철도공단이다. 코레일의 공식명칭은 한국철도공사로서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국가철도공단은 철도시설을 하는 기관으로 과거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라고 했다.

원래는 같은 기관이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분할되었고, 지금도 대전역 옆의 같은 곳에 소재하고 있다. 두 회사는 본래 한 몸에서 갈라졌지만, 때로는 앙숙 관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본지는 금년 2월 1일 철도공단과 관련한 어느 철도역의 시설문제를 보도하면서 개선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보도 후 철도공단(호남본부)에서는 1주일도 안 되어 시정하겠다는 회신을 필자에게 메일로 보내왔다. 본지의 보도내용을 분석하여 상급기관에 보고한 내부문서까지 함께 보내 왔다.(본지 2월 10일자 관련기가 참조) 그리고 곧바로 시정조치에 들어갔다. 

두 기관이 너무나 비교되지 않는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
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 ⓒ소셜포커스
수원역에 비치된 휠체어 개선 전후의 모습
수원역에 비치된 휠체어 개선 전후의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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