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끝나는 '한정후견'... 대리인단, "헌법 위배"
죽어야 끝나는 '한정후견'... 대리인단, "헌법 위배"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8.30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복지사 꿈꾸던 경계성 지능장애인, 피한정후견인으로 결격
후견 기간 정하거나 후견인 필요 없을 시 종료하도록 해야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가 제안했다. ⓒ소셜포커스<br>
피한정후견자라는 이유로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는 장애인의 사례가 알려져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례 당사자의 소송 대리인단은 '한정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만 후견을 종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4조에 대해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사망하는 것 외에 종료할 방법이 없는 '한정후견제도'로 인해 지적장애인의 직업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

경계성 지능장애인 김OO씨에게는 후견인이 선임된 것은 지난 2018년이다. 3건의 협박과 사기 피해를 당한 김OO씨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후견인은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하며, 재산관리와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한다.

김씨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처럼 어려운 일을 겪은 이들을 돕겠다며 2020년 사회복지학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사회복지사 자격은 얻을 수 없었다.

피한정후견인은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사의 결격사유이기 때문이다. 후견인이 선임된 사람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추어도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김씨는 한정후견종료심판을 청구했으나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민법 제14조는 '한정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 후견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후견인을 선임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해외에서는 후견을 개시할 때 정한 기간이 지나면 후견을 종료하게 하거나, 피후견인이 더 이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후견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한정후견제도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법 앞에서 동등할 권리'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정후견종료 사유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후견제도는 장애인이 죽기 직전까지 기본권을 침해하고 권리를 박탈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씨의 소송 대리인단은 민법 제14조에 대한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김씨의 사회복지사 자격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 사회복지사 결격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도 다음달 제기할 예정이다. 

대리인단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적으로 법정 능력을 부정당해온 장애인의 의사결정 권리에 대한 현실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라며 "법원은 반드시 위헌제청신청을 인용해 장애인의 권리가 무기한 침해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