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지 전주한옥마을, 장애인 접근성은 낙제점
세계적 관광지 전주한옥마을, 장애인 접근성은 낙제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9.13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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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관광공사에서 5회째 한국관광 100선으로 뽑은 최고의 전통문화 관광지
CNN 등 세계 언론이 소개한 관광명소, 장애인 접근성은 부끄러운 수준
관광상품 자체인의 대부분의 업소, 한 뼘도 안 되는 문턱이 휠체어 가로막아
정부가 지정한 열린관광지, 사실은 닫힌관광지, 장애인 불편시설 개선 시급
전주한옥마을의 풍경
전주한옥마을의 풍경 ⓒ소셜포커스

세계 배낭여행의 바이블로 이름난 론리 플래닛은 지난 2016년 전주한옥마을을 아시아 명소 3위로 소개했다. CNN은 이같은 내용을 전 세계에 전했다. 영국 3대 신문인 더 가디언은 전주를 대한민국 음식의 수도로 손꼽았고,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100선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전주 미식여행을 소개하였다. - 2021.8.25. JTV(전주방송) 8시 뉴스에서 -

전주한옥마을은 CNN 등에서 소개할 만큼 한국이 자랑할만한 세계적인 관광지다. 매년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이중에는 외국인들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한국관광 100선을 선정하여 발표해 왔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관광지 100개를 뽑는 국가적 이벤트가 시작된 이래 전주한옥마을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네비게이션 앱이나 티맵 등에서 관광지 위치 검색순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결과 연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그곳의 위상과 유명세를 짐작해볼 만하다. 

전주시 홈페이지의 보도자료실에 들어가면 한달에도 몇 번씩 한옥마을에 관한 보도자료가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홍보 및 각종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개선 등에 관한 사항이다. 관광지 한곳에 대하여 관할 지자체가 이렇게 많은 보도자료를 쏟아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전주시가 얼마만큼 이 한옥마을의 관리와 홍보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필자는 얼마 전 오랫동안 벼르던 전주한옥마을을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옥마을은 전주시 풍남동 일대에 7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전국 최대의 전통 한옥촌이다. 한옥촌은 전통 한식집, 전통 찻집, 한지 등 전통공예사, 전통놀이마당, 한복체험관, 한약방, 한옥호텔, 한옥민박 등 한국식 전통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그러한 업소들의 집합체가 마을을 이루어 그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형성되었다. 또한 주변 가까이에는 경기전, 오목대, 향교, 전주감영 등 중요 문화재와 수많은 전통 문화시설들도 모여 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휠체어를 타고 필자에게는 90% 이상이 이용할 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왔다. 한옥마을은 골목마다 수많은 상점과 음식점, 체험시설 등이 늘어서 있지만 대부분 한 뼘도 안되는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곳곳의 도로는 요철을 일으키도록 시공된 삭각의 돌블럭, 일부 도로간 단절현상 등 휠체어 이용자 등 보행약자의 불편시설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골목 곳곳에 전통찻집과 전통먹거리를 탐방하면서 즐길 수 있는 집이 많았지만 휠체어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옥마을에는 마루달이라고 하는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지만 정문의 문턱이 휠체어 출입을 막는다. 놀이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한옥마을에 소재하는 숙박업소나 민박집은 대문마다 한옥별이라고 하는 브랜드로 전주시의 우수업소 인증패가 붙어 있다. 그러나 문턱없는 숙박집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도대체 우수하다는 기준이 뭔가?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지만 이동약자는 쇼핑도 불가능하고 체험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냥 골목길만 뱅뱅돌다 떠나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불편시설들은 구조나 주변공간 등으로 보아 보편적 접근성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곳은 마을 전체가 고도차가 전혀 없는 평지다. 그리고 모든 상업시설들은 전통모습을 하고 있을 뿐 현대식 건물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다고 훼손되거나 전통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비장애인에겐 더욱 편리하다. 보편적 접근성이 확보되면 가치도 증가할 것이다.

한 뼘도 안 되는 단차, 인터넷으로 단 몇 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이동식 경사판(반드시 자동차용이 아닌 휠체어용이라야 함) 하나만 가게마다 설치해 놓아도 80%까지는 해소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전통시설이 모인 곳에서 100% 완벽한 무장애 환경을 갖추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지금의 10% 수준에서 80%까지는 개선이 가능하다. 좀더 적극적인 의지와 당국의 지원이 있으면 거의 100%까지도 가능하다.

문제점은 또 있다. 매일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명소이지만 공중화장실 건물을 찾을수 없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공공건물이나 대형건물에 딸린 개방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니 규격에 맞는 장애인 전용화장실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세계적인 유명세와 여러 관할 관청들(전주시청, 전북도청, 문광부, 관광공사 등)이 쏟았던 행정력을 생각해보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장애인 차별현장을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홍보하는 게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실망을 넘어 분노로 다가왔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2017년에 문광부와 관광공사 그리고 전주시 합동으로 이 지역을 열린관광지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뭐가 열린관광지라는 말인가? 그리고 열린관광지로 지정을 했으면 사후관리를 통해서라도 무장애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 않는가?

매주 한 번꼴로 보도자료를 쏟아낼 만큼 홍보와 각종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에 상당한 예산도 투입될 것이다. 그 예산 중 극히 일부만 무장애 환경조성에 투입하였더라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옥마을 대부분의 민간시설들은 소규모라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았다고 처벌이나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시설비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서 일부의 예산지원과 행정지도를 통해서 개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2월에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소규모 공중시설에 대하여 지자체가 시설비 일부를 지원해서라도 장애인 등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관계부처와 전국의 시·도지사에게 권고 결정을 한 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의 이러한 권고에 따라 전국 다수의 지자체들이 소규모 공중시설에 대한 경사로 설치에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전주시는 국가인권위의 이러한 결정이 있었는지 알고나 있을까?

물론 수백만개가 될 수도 있는 전국의 모든 대중업소를 국고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라면 국격을 위해서도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금년에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부설단체)에서 경기도 주민참여예산 공모에 선정되어 1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경기도 내 250여개 식당 등 소규모 공중시설 업소를 선정하여 문턱 해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선정된 대상업소에 대하여 출입구 경사로 설치비의 90%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경기도와 함께 매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한옥마을의 무장애 환경 조성에 나설 수는 없을까?

공중시설의 장애인 불편시설 해소문제는 해당 업소의 인색개선은 물론,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의 관심과 지원 및 그 지역 장애인단체들의 노력에도 좌우한다.

그동안 이곳을 방문했던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실망과 원망을 안고 돌아서야 했을까?

휠체어 여행 작가인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2013년에 이곳을 다녀가고 전주시에 장애인 불편시설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공중화장실 건물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려 8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도 매년 많은 민원이 제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개선도 없이 2017년에 열린관광지로 지정했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장애인 불편시설의 심각성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국제적인 관광지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국가 간 비교가 쉽기 때문에 관광지의 무장애 환경은 그 나라 복지수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최고의 관광시설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이처럼 부끄러운 수준이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전주시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한옥마을의 한복대여점은 모두 문턱으로 인해 이동약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한옥마을의 한복대여점은 모두 문턱으로 인해 이동약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한옥마을의 전통찻집들, 출입구는 모두 단차로 인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
한옥마을의 전통찻집들, 출입구는 모두 단차로 인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 ⓒ소셜포커스
민속공예품을 판매하거나 제작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은 많지만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곳은 매우 드물다.
민속공예품을 판매하거나 제작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은 많지만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곳은 매우 드물다. ⓒ소셜포커스
한옥마을의 중심가와 골목길을 탐방하면서 즉석에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많지만 10cm 안되는 단차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는다.
한옥마을의 중심가와 골목길을 탐방하면서 즉석에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많지만 10cm 안되는 단차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는다. ⓒ소셜포커스
한옥마을의 숙박업소와 민박집들은 모두 한옥별이라는 브랜드로 전주시의 우수업소 인증패가 붙어 있다. 그러나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옥마을의 숙박업소와 민박집들은 모두 한옥별이라는 브랜드로 전주시의 우수업소 인증패가 붙어 있다. 그러나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소셜포커스
한옥마을에 미술관이 있는데 휠체어 출입이 곤란하다. 그리고 마루달이라고 하는 전통놀이 문화공간이 있으나 이동약자는 정문의 문턱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놀이참여는 물론 구경조차 불가능하다.
한옥마을에 있는 미술관은 휠체어 출입이 곤란하다. 그리고 마루달이라고 하는 전통놀이 문화공간이 있으나 이동약자는 정문의 문턱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놀이참여는 물론 구경조차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한옥마을의 골목길과 탐방로 바닦의 상당 부분은 요철구조라서 휠체어가 통행하는데 매우 불편하다. 사진 하단좌측의 꽃길로 장식된 산책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가 없다.
한옥마을의 골목길과 탐방로 바닦의 상당 부분은 요철구조라서 휠체어가 통행하는데 매우 불편하다. 사진 하단좌측의 꽃길로 장식된 산책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가 없다. ⓒ소셜포커스
2017년도에 열린관광지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표지판, 누구에게나 불편이 없는 무장애관광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동약자에겐 열려있지 않다. 부끄러운 표지판이 장애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2017년도에 열린관광지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표지판, 누구에게나 불편이 없는 무장애관광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동약자에겐 열려있지 않다. 부끄러운 표지판이 장애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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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1-09-14 08:49:45
전주에는 장애인들이 별로 없는가보죠? 대표적 관광명소라고 홍보하는 한옥마을이 장애인 불편시설 투성이 이니...열린관광지라는 표지판에는 "(비장애인)" 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겠네요. 국제적인 관광지 홍보문구에도 반드시 "휠체어장애인 관광불가" 라는 단서조항을 넣어야 혹여라도 멀리 외국에서 방문하는 장애인들이 낭패당하지 않겠지요. 전주시의 장애인감수성이 이정도라는게 참 한숨을 자아냅니다. 어디 한두군데가 아니니 지적하고싶은 생각도 안드네요..전주시의 각성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