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이 ‘우리 시대의 영암군수에게 전하는 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우리 시대의 영암군수에게 전하는 말’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1.10.2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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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소신이 분명한 지도자 어디 없나요?
정약용 선생 초상화
정약용 선생 초상화

조선 후기의 정치인이자 대학자였던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도 학문에 정진하여 500여 권의 책을 남겼다. 선생이 남긴 책 중에서 당시 영암군수를 지냈던 이종영에게 보낸 글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옛날에 어느 고을을 다스리게 된 사람이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을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다. 부구옹은 “나에게 여섯 글자가 있는데 그대는 3일 동안 목욕재계를 해야 들을 수 있네” 했다.

그 사람은 3일간 목욕재계 하고 와서 물으니 첫 번째 글자가 ‘염(廉 : 청렴 렴)’이었다. 두 번 절하고 다시 청하자 두 번째 글자도 역시 ‘염(廉)’이었다. 또다시 절하고 세 번째 글자를 청하자 역시 ‘염(廉)’이었다.

그 사람이 “이 글자가 이렇게 중요합니까?” 물었다. 부구옹은 “그대는 이 글자 하나를 재물(財物)에 실천하고, 또 하나는 여색(女色)에 실천하고, 또 다른 하나는 직위(職位)에 실천하라”고 했다.

그 사람은 여섯 글자 중 나머지 세 글자도 알려달라고 청하자 다시 3일간 목욕재계하고 오라는 것이다. 3일 후 그 사람이 와서 두 번 절하고 묻자 부구옹은 “자네는 기어코 듣고자 하는가? 염, 염, 염이다!” 말했다.

그 사람이 “이 글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묻자 부구옹은 이렇게 대답했다.

염(廉)은 밝음을 낳으니 사물이 정(情)을 숨기지 못할 것이다. 염(廉)은 위엄을 낳으니 백성이 모두 명령을 따를 것이다. 염(廉)은 곧 강직함이니 상관(上官)이 감히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백성을 다스리는데 부족한가?

그 사람은 두 번 절한 후 이 글자를 띠에 써서 떠나갔다.

 

‘사이다 발언’이라 하든지, ‘핵사이다 발언’이라는 말의 위험성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여러 정치인의 행태가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가려 한다. 자신의 답답했던 마음을 유명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시원하게 풀어주었다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타당할까? 더구나 사람 됨됨이는 살피지 않고 골수팬이 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지난 수년간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 하며 살아왔다. 약삭빠른 정치인의 고도로 계산된 발언에 속아 온 것도 사실이다.

현재 여당의 대권 후보의 행보가 마음에 걸린다. 그동안 그가 내뱉은 수많은 ‘핵사이다 발언’은 진심이었을까? 그가 성남시의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벌려놓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보편적 상식을 갖춘 국민이라면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초대형 비리의 온상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국민의힘 세력과 우리나라의 토건비리 세력이 빚어낸 결과일 뿐”이라 하거나 “(자신의 성과나 치적에 대해)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는 식의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본인의 시장 재직 때 벌어진 일임에도 일말의 책임도 없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그가 자치단체의 수장으로써 보여준 행태는 본인의 사생활에서도 곱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가족 간의 불화도 그렇고 어느 여배우와의 추문에 대한 의혹에도 이렇다 할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시장으로 재직할 때 벌어진 사건을 두고 도의적인 책임조차도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리치고 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일군 성과 위에 그저 숟가락 하나 들고 와서 얹어놓고는 생색내기 바쁜 지도자가 벌인 정치 쇼를 보아왔다. 그런데 패거리 집단이 팬 덤을 형성하며 자기편을 보호하느라 여론을 조장하며 몰아간다. 마이크 잡은 특정인의 억지 주장만 난무하니 사회정의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소리에 국민의 법 감정이 어지럽다.

그렇다고 야당의 지도자들은 남다를까? 합리적이지 않음과 부조리에 대응하는 야성이나 전투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거기서 거기일 뿐인 뚜렷한 정치 철학이나 일말의 정치에 대한 소신도 없이 그저 우왕좌왕하는 인물 일색이다. 오로지 국민의 피부에 붙을 수 있는 감성에 호소한다. 감성정치 보여주기 정치가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핵사이다 발언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을 세워가는 미래비전이어야 한다. 정치를 혐오하며 식어가는 국민의 정신을 번쩍 들도록 하고 가슴 뛰도록 해야 한다.

주권 국민이라면 여야를 떠나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을 위해 헌신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정치철학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참다운 정치 지도자를 분별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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