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의 이야기…
승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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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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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아주 특별한 사연’
승희
승희

그날, 2006년 9월 11일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했다. 주어진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승희가 자고 일어났는데 못 일어나서 가까운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 어머니 빨리 오세요!” 
정신없이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어찌된 일인지… 아침만 해도 멀쩡하게 어린이집으로 걸어갔던 아이는 누워만 있지 않은가. 순간 무서운 마음이 밀려왔다. 
의사 선생님은 “촌각을 다투는 병일 수 있으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했다.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승희를 옮겼다. 절박하기만 한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반나절이 지나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승희에게는 각종 검사와 약물 투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어느 덧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무렵쯤에 되서야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 없이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틈에서 4살밖에 안된 승희를 데리고 생활하는 건 정말 끔찍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눈물조차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발가락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마비되어 마침내 사망하게 되는 ‘길랑바레 증후군’이란 희귀병이었다.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와 마음을 다잡을 수 없어 온통 공포와 두려움에 시달렸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예후가 좋을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기대도 잠시 뿐이었다. 의료진의 말과 다르게 중환자실에서 2주를 보내는 동안 승희의 상태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결국 의료진들은 희귀병이라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해줄게 없다는 말만 해줄 뿐이었기에 결국 한 달 반 만에 퇴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부터 승희의 몸을 좋게 하려는 어떠한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필요한 짐을 싸들고 아이들과 함께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주한 의사들은 진단 서류를 살펴보고는 한결같이 “왜 왔느냐?”고 무심한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6개월을 돌아다니다보니 더 이상 찾아갈 병원조차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 넋이 나가있던 중 자꾸 넘어지는 승희의 오빠인 큰 아이가 보였다. 6개월 동안 병원 찾아다니면서 뛸 일이 없었던 탓 때문인지 계속 넘어지는 것이었다. 문득 “이렇게 하다가는 큰 아이마저 잘못 되겠다”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을 차렸지만 희귀병이란 이유로 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앞날을 생각할 때마다 모든 걸 끝내고 싶은 좌절감이 전부였다. 어두운 생각만이 수 없이 맴돌았지만 천진난만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럴 순 없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승희와 오빠가 함께 같이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다녔다. 다행이도 동네에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장애인 등록을 해야만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장애인 등록…” 그것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을 하고나면 승희가 영원히 낫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기에 결국 장애인 등록을 하면서도 그 일은 마음에 상처로 얼룩져 남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다시 어린이집으로… 나는 다시 회사로 출근하여 일을 하게 되었다. 막상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보니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후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는 더 큰 걱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아보게 된 특수학교는 너무 먼 지역에 있었다. 지적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여서 승희가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초등학교 특수학급 중 제일 좋다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큰 아이를 전학시키게 되었고 살던 집도 이사를 했다. 
막상 승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몸만 불편한 상태라도 완전 통합 교육 방침에 따라 비장애인 반에 편성되어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끔찍한 승희의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래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에는 승희의 또래 친구가 떠밀어 휠체어에 앉은 채로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다. 또 승희의 사물함 안에 쓰레기를 가득 채워 놓아 사물함을 열던 승희는 온몸으로 쓰레기더미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 했다. 이런 따돌림과 괴롭히는 방법이 어린 아이들 머릿속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험한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일들을 겪게 될 때마다 학교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수반에서는 완전통합교육이니까 담임 선생님한테 말하라 하고 담임 선생님은 특수교육 대상자이니 특수반에다 말하라면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6년을 보내면서 심지어 자퇴해야 할 정도의 고비가 3번 정도 있었으나 잘 견디며 마침내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 이후 중·고등학교 진로는 특수학교로 결정했다. 
특수학교에서는 친구들도 사귀고 자존감도 조금씩 올라갔다. 중학교에서는 전교 학생회장 등 여러 가지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공부에도 관심을 두어 점차 좋은 점수에 오르면서 학교생활이 안정되었다. 전국 장애학생 기능 경기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였고, 안산시 탁구대회에 참가하여 중학생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경기도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미 치러진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승희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각종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2018년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게 된다. 처음 참가하는 것이기에 경쟁부문 보다는 어울림 마라톤에 참가 신청을 했다. 이후에는 전문 선수로 참가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승희는 심각하게 앓았던 병으로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걱정이 많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라 계속 휠체어를 타야한다. 늘 앉아서 생활하니 척추 측만증에 자주 욕창도 생기곤 한다. 몸이 계속 성장하는 시기여서 혹시 모르는 후유증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매일 쓰는 기저귀와 카텍터 등 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병원비와 약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나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승희만을 케어만 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많은 걱정과 근심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학교에 등교하는 승희를 바라본다.
승희에게는 꿈이 있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있다. 육상부에 들어가 운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휠체어레이스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선수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큰 목표를 두고 생활하는 승희의 모습! 그런 승희를 볼 때마다 넉넉히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노력하는 승희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아 보이고 사랑스럽다. 
승희가 다니는 명혜학교 체육부장 선생님은 승희가 앞으로 운동선수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라며 늘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는다.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팀 전 감독님도 승희의 발전 가능성과 운동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승희도 게을리 하지 않고 공부와 운동 등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 
승희는 나에게 정말 귀하고 소중한 아이다. 승희가 살아가는데 있어 어찌 도움을 주고 싶지 않겠는가! 언제까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예뻐하는 우리 승희~! 엄마는 이렇게 너의 이야기를 써내려가 본다. 나의 사랑스러운 예쁜 딸! 진심을 다해 승희의 이야기를….

글 • 승희 엄마

탁구대회 개인전 우승
탁구대회 개인전 우승
탁구 지도 받는 승희
탁구 지도 받는 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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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2018-11-06 15:31:48
승희와 어머니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앞으로도 화이팅하시길 바래요 화이팅 ~

윤*식 2018-11-05 15:42:28
승희와 엄마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겪었을 수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우리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두분의 모습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강*희 2018-10-31 12:00:57
화이팅하는 승희와 어머니께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최*락 2018-10-18 09:02:58
승희의 야망찬 목표가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하*필 2018-12-26 14:48:43
승희와 승희어머님에게 무한한 감동입니다. 큰꿈과 내일의 비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모든 장애인들의 귀감이 됩니다.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