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부문에 걸쳐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 추진해온 모든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특히 지구촌 장애인의 체육축전으로 자리 잡은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호응을 이끌어 낸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그러나 패럴림픽을 앞두고 오히려 장애계가 손 놓은 듯 지켜보기만 했던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하는 반성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국내 방송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를 중계한 시간에 비하면 패럴림픽 경기 중계방송은 분량이 극히 적었다.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땀방울을 외면한 국내 방송사에 대해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더 많은 생중계를 요청했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으니 장애인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러한 장애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다음 두 가지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제63조에 의한 장애인복지단체 보호 육성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장애인 단체들은 목적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수익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작 장애인의 현안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장애인 단체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여 법률이 규정한바와 같이 장애인 단체를 보호하고 건전하게 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다.
둘째,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제64조에 의한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사회복지법인으로 구성하여 이로 하여금 정부 및 민간부문에 대한 대표성을 부여하고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장애인단체총연맹으로 양분된 구조로는 장애인 단체의 대표성을 나타낼 수 없다. 장애인 단체의 대표성 부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 개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기득권을 가진 장애인 단체의 이해관계자들과 정부는 진정으로 장애인 당사자 편에 서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오직 장애인복지법 제64조에 근거한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구성하여 책임지고 활동을 하는 것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장애인 단체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각 장애 유형별로 구성된 장애인 단체는 국고지원 사업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모든 국고 지원 사업에 대한 사업의 타당성이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대학교 교수들이 심의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학교 강단에 서는 교수들이 전문가의 위치를 자처하지만 실제 현장을 모르면서 학문적 이론의 잣대로 장애인 단체의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지도 않은 까닭에 현실과 동떨어진 규칙과 기준을 제시하면서 학문적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하는 경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학자들이 장애인 단체의 목적사업 평가를 심의해오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갑과 을의 수직문화가 형성되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평가 심의 과정에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학문적인 우위를 강조하듯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고집을 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장애인이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것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 단체 역시 그동안 책임지지 않는 전시성 사업과 활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장애인이 주장하는 것이기에 받아 들여야 한다는 논리도 옳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특권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차별을 원치 않는다 하면서도 특권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스스로의 의무를 다하고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손영호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