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순봉 회장
[인터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순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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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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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 정책기능 강화, “대정부 협상력 극대화”
각 장애인 단체… 전체 공익 위해 한 목소리 내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순봉 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순봉 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가 신임 홍순봉 회장 취임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신임 홍순봉 회장으로부터 한시련의 현재와 미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선거 때 전국의 시각장애인 유권자분들이 저에게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과 지지가 제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쁜 일이지만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에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우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 1957년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시각장애인의 손으로 직접 이룩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복리향상을 우리 스스로 이루자는 존엄한 당사자주의의 발현이었습니다. 지난 60여 년 간 시각장애인을 위해 애쓰신 수많은 시각장애인 지도자 및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간의 노력과 성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저에게 주신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바칠 것입니다.

Q.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언제 처음 알게 되셨나요?
지난 1999년 대한안마사협회 경북지부 지도이사를 맡게 되면서 정식으로 시각장애인 기관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2003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 이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시련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을, 2014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상임이사를 역임했습니다.

Q. 올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선거에는 어떠한 계기로 나서게 되었나요?
한시련 사무총장과 상임이사를 역임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많은 장애인 단체와 정부 기관 등을 상대로 정책개발과 예산확보, 협상추진 등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그 역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권유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도전한 선거였기에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376명 대의원을 가급적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가 만나 뵙고 저의 결심과 포부를 설명 드렸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을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저를 믿고 적극 지지해주신 유권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회장님께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이나 정책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회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시련을 비전으로 3대 목표와 10대 핵심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한시련이 나아가야할 방향입니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소통과 화합을 실천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통을 실천하고 끈기와 인내로 시각장애인계의 진정한 화합을 이루겠습니다. 
무엇보다 회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시련을 만들겠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회원들이 언제라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도록 한시련의 문턱을 낮추고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차별로 고통 받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용기와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만이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한시련의 뿌리인 전국 지회와 지부의 어려운 여건들을 개선하고 중앙회의 조직을 재정비하겠습니다. 
한시련 중앙회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대정부 협상력을 극대화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아직도 고용과 복지, 정보접근 등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강한 협상력을 발휘하겠습니다. 
끝으로 투명한 윤리경영을 실천하겠습니다. 어떠한 요행이나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고 저에게 맡겨진 막중한 책임과 역할에 어긋나지 않도록 겸손한 자세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한시련의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시각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활동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 문항과 배점 체계를 시각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수정해 시각장애인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겠습니다. 또한 65세 이상 시각장애인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규로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이동권을 신장시키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전국 어디에서든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도록 이용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국 대표 번호를 신설하겠습니다. 
그리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의 안내서비스 제도를 마련하고 볼라드와 같은 도로 위험물 제거, 횡단보도의 음향신호기 설치 확대,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공공시설 내 계단의 색깔 표시 등 시각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편의시설 관련 법령 및 지침을 개정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직면하고 있는 정보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점자정보단말기를 장애인 건강보험급여 보장구 품목에 추가시키겠습니다. 
또 시각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겠습니다. 안마사의 실질적인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만들도록 대한안마사협회와 협력할 것입니다. 또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라 설립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경기남부 직업능력개발원을 시각장애인의 직역 확대를 위한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고 공무원, 교사 등 시각장애인 취업자를 위해 적합한 직무 배치, 보조공학기기 제공, 근로보조인 배정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습니다.  
끝으로 한시련 중앙회의 수입을 증대시켜 재정을 안정화시키겠습니다. 영화와 비디오물의 화면해설 실시 의무화를 통해 화면해설사업의 수익을 늘리고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의무대상 기관이 확대됨에 따라 학교와 기업 등 기관별 장애 인식개선 교육사업을 적극 유치하며 모금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후원금 수입을 현재보다 배가시키겠습니다.

Q. 2016년 캠코와 ‘오디오북 프로젝트’로 오디오북 제작을 하고 이번 2018년 영화상영 자막을 추가해 시각장애인들도 영화와 같은 미디어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 져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먼저 그 어느 장애 유형에 비해서도 정보접근에 차별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TV에 있어서는 화면해설방송의 비율 확대와 비실시간 VOD 서비스가 실시되어야 하고 장애인방송에 대한 전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장애인방송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캠페인 전후 국민의 인식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 관람에 대한 선택의 권리가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일부 실시되고 있는 화면해설영화 상영은 정해진 영화를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 외에는 관람할 수 없습니다. 어떤 영화를 언제 어디서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권리는 오롯이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TV방송과 영화 모두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는 저작권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무리 보고 싶고 충분히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도 저작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화면해설로 만들 수 없습니다. 모든 장애 유형 가운데 정보접근이 가장 취약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특례조항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Q. 공약 중에 회원들의 선거권을 보장하여 직선제를 추진하겠다 하셨는데 어떻게 구현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직선제는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시련 중앙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분열과 반목이 아닌 화합과 상생으로 가는 올바른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직선제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Q. 회장님 공약 중에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 하겠다는 공약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이 발달할수록 비장애인은 편리한 세상이 되지만 시각장애인은 정보의 차별만 더욱 심각해질 뿐입니다. 인터넷 모바일 접근성은 물론 온갖 종류의 터치식 가전제품 등은 시각장애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각장애인들 스스로 정보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국민청원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청원방식 조차 인터넷만 가능해서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더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이 모바일 홈쇼핑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접근자체가 어렵습니다. 지난 2월 21일 개정된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2조에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명시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등을 조속히 개정해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요즘 정보화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장애인 보장구 또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점자로 알려주는 스마트와치 DOT, 안경형태의 보행보조기 호루스와 같은 보장구가 개발됐습니다. 정보기술과 접목한 보장구 연구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앞 질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 시각장애인이 상실한 시력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각장애인이 보편적인 수준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쉽고 편리한 접근방식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ICT 기술의 개발은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정보 차별만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해결이 정보통신의 기술개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우리나라 장애인 유형별로 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장애단체가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 한데 장애계의 문제점을 꼽으라 하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각 장애 유형별로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는 경향이 있어 전체 장애인계의 결속이나 단합력이 약화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장애계의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체 이기주의 보다는 전체의 공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Q. 인생의 좌우명은 어떤 것 인가요?
“하면 된다”와 “생각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면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장애인들은 아직까지 온갖 차별과 억압으로 삶을 스스로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도전과 용기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언젠가는 우리들이 우리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정부의 장애인 정책 가운데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대통령 직속으로 장애인 정책 위원회 등이 신설되어 장애계의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그 결과가 그저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곧바로 반영되고 그 과정들이 장애계에 공유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장애계의 목소리가 정부 부처에 전달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봅니다. 
선진국의 경우 모두 대통령 직속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다루는 전문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GDP 수준이 전 세계 12위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선진국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장애인의 복지는 그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직역 확대와 고용의 증대가 가장 시급하고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직업능력 향상 등과 관련된 보조기기의 개발과 보조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보람 독자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영역의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삶의 질이 열악합니다. 새보람의 주요 독자인 지체장애인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자유와 연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는 철학이 ‘스스로 선택하여 더불어 함께하니 더욱더 즐겁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장애든 장애 유형을 떠나 모든 장애계가 하나로 똘똘 뭉쳐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연대하고 결속해서 모든 장애인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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