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 '기대반 우려반'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 '기대반 우려반'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8.12.21 16: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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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취업확대·유지방안 모색 토론회
"중증장애인 고용지원 시범 사업 추진"
"전문성 제고·자질 평가 기준 마련해야"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해냄복지회와 한국장애인재활상담사협회는 '2018 중증장애인 취업확대 및 유지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인환 기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내년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 창출 모델로 ‘동료지원가’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 하지만 장애계는 동료지원가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기존 유사직책과의 중복성 등 한계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해냄복지회와 한국장애인재활상담사협회가 '2018 중증장애인 취업확대 및 유지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모델 및 사업 연구’에 대한 주제로 동료지원가를 바라보는 연구원의 입장과 장애인의 시선에서 큰 온도차가 드러났다.

이번 토론회는 동료지원가 시범 사업을 소개하고 사업대상자인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은 발표 시작부터 “현재 고용시장에서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장애인 경제활동 조사에 따르면 경증장애인 취업자는 37.8%, 비경제활동인구는 59.4%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중증장애인 취업자는 18.2%, 비경제활동인구는 79.8%로 경증장애인보다 취업자는 적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고용격차가 존재하는 취업시장이지만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중증과 경증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임금근로를 희망하는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의 비율은 각각 90.2%, 90.3%로 유사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처럼 취업률은 낮지만 일할 의욕이 높은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동료지원가 시범 사업이 계획됐다"고 밝혔다.

동료지원가란 장애인을 대상으로 상담, 모임 등 활동지원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도와주는 ‘장애인 동료지원가’를 말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취업이 가능한 중증장애인을 발굴해 취업까지 연계해주는 장애인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구대학교 직업재활과 조성재 교수는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동료지원가가 비경제활동 장애인을 발굴, 상담해 취업연계까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조 교수는 “동료상담은 가능하더라도 취업연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취업알선은 노동시장을 파악할 충분한 지식, 마케팅, 경영학 등이 수반돼야 할 전문직이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미국에는 진로상담이라는 직능이 있어 2년간 관련 공부를 하고, 2년간 현장에서 임상실습을 거친다”며 “이후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동료지원가를 양성하려면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며, 지원가로서 자질 검증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담과 취업알선은 상당한 인지능력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80여명의 취업지원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애인단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에도 동료상담가가 배치돼 장애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동료지원가의 역할은 기존의 동료상담가, 직업상담가, 사회복지사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며 “기존 인력과 공조할 것인지 아니면 역할을 재조정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구대학교 직업재활과 조성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노인환 기자

토론 중 김 연구위원은 동료지원가 역할을 했던 발달장애인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장애인 동료지원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내용은 ‘비장애인 사회복지사가 접근하면 처음부터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같은 장애인(동료지원가)이 다가오면 친숙하고 안정적이다', '같은 장애인끼리 열려있는 대화 창구가 있다' 등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 의사나 사회복지사에게 거부감이 많은데, 장애인 동료들이 상담을 해준다면 재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하지만 중증장애인 대부분이 선천적 장애가 많아 그만큼 오랜 교육이 필요하며, 자질을 평가할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동료지원가가 의사나 사회복지사만큼 역할을 수행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사, 사회복지사, 동료상담가, 재활전문가, 직업상담사 등 직군은 전문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후 실무에 투입되고 있다.

‘동료지원가’ 용어 자체의 혼돈을 우려한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정미정 회장은 “동료지원가, 동료상담사 등 용어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우리 센터에도 동료상담가가 1명씩 배치돼 있는데, 동료지원가의 역할을 보면 동료상담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의견에 김 연구위원은 “동료지원가라는 용어는 장애인 동료가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동료’를 상담 뿐 아니라 취업까지 이끌어 준다는 의미에서 ‘지원’을 담은 것”이라고 답했다.

동료지원가 사업이 공공사업인 만큼 예산과 취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토론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김 연구위원은 “동료지원가의 임금은 내년도 시범 사업에서 인센티브 형식으로만 지급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향후 동료지원가의 임금은 기본급이 전제되고 역할에 따라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발전돼야 한다”며 “이에 따른 예산 확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될 경우 취업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며 “실적을 따지다 보면 공공일자리는 단기성에 그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우려를 표했다.

내년도에 시행될 동료지원가 시범 사업의 수혜자는 모두 '장애인 당사자'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이끌어준다는 취지는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역할'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향후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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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8-12-27 08:56:04
유사한 직책은 통합해서 보다 내실있게 운영하여서 우리 장애인들에게 효과적인 지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의생각

윤*진 2018-12-22 07:38:32
일회성에 그치는 사업이 되지않게 충분한 교육과 자격이 주어진후에 실시해야 정착이 되지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