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흡연율 감소시킨 주역은 ‘전자담배’?
美, 흡연율 감소시킨 주역은 ‘전자담배’?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8.12.27 09: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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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전자담배 이용자 8년간 14배 급증
美 공중보건국 '전자담배 주의보' 발령
韓 "공공데이터 부족"...규제체계도 미비
미국 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미국 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지난달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stration, 이하 FDA)은 특정 향을 첨가한 전자담배(e-cigarettes)의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역 수십만 곳에 이르는 편의점과 주유소에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며 온라인 판매는 연령확인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당시 FDA는 지난 수십 년간 흡연율은 감소했지만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늘어난 통계를 보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FDA의 규제발표 일주일 전인 8일 성인 흡연률 통계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1965년 42.0%였던 흡연율이 2017년 14.0%로 급락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연구 보고서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밝혀지면서 미국 정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흡연율 감소가 전자담배 증가로 이어진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수없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16일 CDC의 '사망률·질병률 주간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에 따르면 고등학생 기준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1년 1.5%에서 2018년 20.8%로 확대됐다. 사용자 수로 보면 약 22만명에서 약 305만명으로 1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전자담배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11, 12학년(한국 고교생 2, 3학년) 학생들이 전체 중 1/3 이상인 130만명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년에 가까울 수록 전자담배에 대한 접근율이 더욱 높게 나타난 셈이다.

CDC 연구팀은 전자담배의 경우 기존 담배(연초)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용이한 접근성이 청소년을 유혹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연초의 경우 미세가루로 인해 폐질환을 유발시키지만 전자담배는 수증기이기 때문에 인체에 덜 무해하다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자담배는 딸기, 커피, 초콜릿 등 다양한 향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매너와 친환경적이라는 오해까지 각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이용해 필립모리스(Philip Morris)를 비롯한 담배업계는 전자담배가 급활성화되던 2014년 매너와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전자담배를 홍보하기도 했다.

CDC 연구팀이 지목한 가장 큰 문제점은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금연의지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중 첫 흡연제품을 전자담배로 시작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보고한다. 물론 규제가 덜한 온라인 판매시스템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2017년 9월 기준 미국 주(州)별 사업장·식당 등 전자담배 사용이 금지된 지역(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미국 공중보건서비스국(United States Public Health Service, PHSCC)의 제롬 애덤스(Jerome Adams) 국장은 이달 18일 '전자담배 주의보'를 발령했다. 수백만명의 청소년을 중독시키는 전자담배의 접근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연방법상 18세 미만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할 수 없지만 이마저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州)별로 사업장, 식당 등에서 전자담배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지만 큰 효과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제롬 애덤스 국장은 "대부분의 장치는 향기가 나는 니코틴 용액을 흡입 가능한 수증기로 가열하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담배라는 인식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며 "아직 전자담배에 관한 장기적인 유해성 연구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자담배에 과세를 붙이거나 실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2000-2025 흡연 추이와 관련한 글로벌 보고서(Global Report on trends in tobacco smoking 2000-2025)’에 따르면 연간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전세계 인구는 700만명에 달하며 향후 전자담배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WHO도 아직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유해하다는 연구 자료는 없지만 담배보다 유해성분이 적다고 무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전자담배에 대한 공신력 있는 연구자료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담배업계의 무해성 주장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한국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실태도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2005~2018년 청소년의 흡연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간 남학생의 흡연율은 14.3%에서 9.4%로 떨어졌고, 여학생도 8.9%에서 3.7%로 줄었다.

그러나 청소년의 흡연율이 감소된 만큼 전자담배의 사용은 증가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전염병’이라고 비유한 것처럼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신빙성 있는 데이터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10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최도자 의원은 “복지부가 전자담배와 관련된 국내 공공데이터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가 급격히 활성화되던 2015년만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의 구매는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후 성인인증 등 절차가 강조되면서 인터넷 시장이 주춤했지만 중고시장 사이트에서 재거래되는 편법을 통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가 지닌 인체의 해로움은 경중의 차이보다는 '해롭다'로 귀결되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 전자담배에도 수십 가지의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유해성분이 포함된 좋은 향과 수증기도 일반 담배처럼 폐에 스며드는 것은 똑같다는 의미다.

한국도 청소년의 흡연율 감소로 건강복지가 개선됐다는 인식보다는 전자담배에 대한 공공데이터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규제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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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8-12-27 09:55:42
전자담배도 담배는 담배 똑같이 해롭지는 않을까?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