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28년만에 전면 개정… '위험의 외주화' 이제 그만
산안법 28년만에 전면 개정… '위험의 외주화' 이제 그만
  • 김정훈 부장
  • 승인 2018.12.29 16: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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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안전규제 대폭 강화
하청직원 사고시 원청책임 묻는다
민주노총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지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 방지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작업 중지 후 대피한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해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시적 또는 전문적이거나 기술상 사업운영에 필수적인 작업 등의 경우에만 도급할 수 있도록 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마련됐다.

특히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하청 직원의 산재 사고 시 반드시 원청의 책임을 묻게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논의를 시작으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과 보호 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책임 주체의 확대, 작업중지 강화, 건설업의 산재 예방책임 강화,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영업비밀 심사, 위험성 평가의 실시, 산재 예방을 위한 제재 강화 등 8가지 쟁점 사안을 놓고 여야 줄다리기 논의 끝에 해당 법안을 처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산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의견수렴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이 대립되면서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후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조차되지 못해왔다.

그러다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다 숨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안법 개정안의 논의에 대한 불씨가 살아났다.

이번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단, 일시적‧간헐적 작업이거나 전문적이고 기술상 사업운영에 필수적인 작업 등의 경우에 한해 도급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남겼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현행법은 유해·위험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은 도급 금지가 원칙으로 되어 있으나 인가를 통해 도급할 수 있어 사실상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유해·위험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 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평가를 바탕으로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이를 위반 시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 대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부분은 유지했다. 하지만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형이 확정된 뒤 5년 이내에 동일 죄를 범할 경우에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부과해 산재 예방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주의 책임을 한층 강화했다.

당초 정부안은 '징역형을 최대 10년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이었으나, 현행법대로 최대 상한을 7년으로 유지하고 다만 가중처벌 부분을 신설하는 것으로 여야가 의견을 절충했다.

근로자 사망 사고 시 현행법은 벌금형이 최대 1억원이었던 것을 최고 10억원으로 상향해 양벌규정을 개정했다.

이밖에 이 법의 보호 대상을 기존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 조치했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 가맹사업자 소속 근로자 등에 대한 산재예방 조치를 의무화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는 등 실효성 확보수단을 마련했다.

또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해제 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작업중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장소를 사업장 뿐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지정 장소 등으로 확대해 도급인의 산재 예방의 조치 의무를 더욱 강화했다.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가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제출 의무를 부여했다.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등 관련 정보를 알리게 했다.

산안법 개정 이제 시작… 처벌 실효성 제한적

산안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은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인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나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업무는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다.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다.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했다.

이와 더불어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 측면으로 보면 가중처벌은 도입됐지만,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실효성 확보에서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를 가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빠진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민주노총 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구체 법 내용과는 별도로 이번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 무능과 보수 야당이 당리당략에 몰두한 행태는 지적받고 규탄 받아 마땅하다. 목숨을 잃고 다치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문제 원인을 제공하거나 조장하는 집단의 의견을 묻고 따른 행위는 보수야당의 근거가 어디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궁극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법 개정이 김용균 노동자 사망 문제 반복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한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없었다"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26일 국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김정훈 기자
민주노총은 26일 국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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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9-01-04 07:02:44
이제라도 김용균법이 통과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쁜 제도를 처음부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예방하는 제도를 강화를 하는 정부가 되도록 요청하는 한 사람이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