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저임금 인상 강풍..업계는 첨단기술로 대응
美, 최저임금 인상 강풍..업계는 첨단기술로 대응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1.04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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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市,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연방기준 2배
업계 인건비 부담 가중..비용절감 위해 자동화 도입
韓,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8천350원..경제계 우려 커
뉴욕주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시간당 15달러로 올릴 계획이다. 뉴욕시의 경우 올해부터 15달러가 적용된다.(출처=뉴욕주정부)

현재 미국의 최대 경제이슈 중 하나는 '최저임금'이다. 올해 29개 주의 최저임금이 연방정부 기준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근로자는 웃고, 기업은 울고 있는 양상이 펼쳐졌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임금인상이라는 풍파에 맞서기 위해 첨단기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형세는 한국 노동시장에도 유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규정한 최저임금은 1시간당 7.25달러(약 8천166원)다. 그러나 주정부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미국의 특성상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임금정책은 상이할 수밖에 없다.

뉴욕주 뉴욕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최저임금을 1시간당 15달러(약 1만6천800원)로 기존 대비 2달러 인상했다. 15달러가 적용되는 곳은 11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사업장에 한정된다.

직원이 10명 이하인 사업장의 최저임금은 1시간당 13.5달러(약 1만5천200원)로 지난해 보다 1.5달러가 인상됐다. 카운티별로 적용되는 임금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년도에 비해 모두 올랐다.

뉴욕시감사원(Office of the New York City Comptroller)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말까지 근로자 150만명의 급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인상이 결정된 날, 빌 드 블라시오(Bill de Blasio) 뉴욕시장은 "2012년부터 근로자들이 외쳐왔던 15달러가 책정됐다"며 "불가능한 일이 실현된 것은 근로자들의 갈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을 비롯한 총 29개 주의 최저임금은 연방정부에서 규정한 액수를 웃돌고 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2달러(약 1만3천500원)로 연방정부보다 4.75달러가 높다.

하지만 임금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반대론에 동조하는 의견을 종합해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에 큰 비용부담과 구조조정의 압박을 가중시킨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뉴욕시서비스연맹(NYC Hospitality Alliance)을 비롯한 경제계는 연간 13~15%에 달하는 임금인상률이 경영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수록 중소기업의 직원 해고와 폐업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요지다.

그렇다면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 내 주요 업계도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은 피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인건비가 오른 만큼 직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거나 첨단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마트는 유통분야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기술을 도입하고 있다.(출처=월마트)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는 유통 내 하역업무를 자동화해 적재시 필요한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동화기술 중 하나인 '모바일유통시스템(mobile distribution system)'은 재고창고에 물품 수량을 확인해 담당직원의 휴대폰으로 전송해준다. 불필요한 재확인 업무나 추적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매장별로 보유한 창고에는 '배치용 로봇(deployed robots)'을 도입해 물품창고의 반·출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빈 적재공간을 로봇이 촬영해 관리자의 모바일로 전송한다. 또 트럭에서 하역된 물품이 컨베이어로 이동되는 상황정보도 전달해준다. 이로써 창고 내부직원과 컨베이어 관리직원의 필요도는 점점 낮아진다.

휴스턴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는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 장치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장치는 온라인으로 주문된 제품의 정보와 배송현황을 렌즈에 노출시켜 관리자의 업무를 보조한다.

월마트의 유통사업만 본다면 직원을 채용하기보다는 기술로 대체하려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향후 자동화시스템이 일부 유통종사자의 대체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Target)도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1천800여개 매장의 창고와 작업실을 재구성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타깃 매장의 작업실은 픽업과 포장 섹터의 업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에어필로우(air-pillow) 머신'과 '자동측정 앱(app)'을 사용하고 있다. 박스 속 보호재에 공기를 충전하는 자동머신은 작업시간을 단축시킨다. 또 상자별로 사용될 테이프 양은 앱에서 정확히 측정하기 때문에 재료비가 절감된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McDonald’s)는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절약차원에서 '키오스크(kiosk)'를 설치했다. 현재 미국 전역 4천여개 매장에 설치돼 있으며 향후 7천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남부지역에 80개 매장을 운영 중인 햄버거체인업체 무야(Mooyah)는 주방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피크시간대 9명이 필요한 작업을 5명이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을 재구축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자동화 시대의 일자리 변화(Workforce transitions in a time of automation)' 등 보고서에는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곳일수록 셀프서비스의 수요가 더욱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또 노동력 절감이 필요하고 임금이 오르는 국가일수록 셀프서비스 레스토랑이 많아진다고 진단했다.

임금인상과 비용압박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응을 정리하면 크게 '첨단기술 도입'과 '업무시스템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2010년~2019년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출처=최저임금위원회)

한국도 올해 최저임금을 1시간당 8천350원으로 지난해 대비 10.9% 인상했다. 주휴수당과 약정휴일 산정방식으로 불협화음이 초래됐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이달 1일부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대응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크게 오르면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업계의 반발이 컸던 바 있다. 이번 임금인상률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와 함께 구조조정, 자동판매기 설치, 공장자동화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3일 발간한 '고용 동향 브리프 2018년 12월호'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2017년 23.8%에서 2018년 18.0%로 줄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임금인상으로 인해 저임금노동자가 감소될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인력대체 시스템이 확산될수록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사례만 보더라도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는 산업일수록 자동화 영역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일수록 기술 대체율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한국도 노동의존도가 높은 서비스 산업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임금인상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수록 미국 기업들의 행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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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9-01-10 06:10:55
우리나라와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데 참---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