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높고 단단한 벽 ‘키오스크’
장애인에게 높고 단단한 벽 ‘키오스크’
  • 박미리 기자
  • 승인 2019.01.04 18:1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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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키오스크 도입 열풍
키오스크 도입 속도 빠르지만 장애인 접근성 떨어져
각 장애유형에 따른 접근성 보장 필요
시각장애인(전맹) 김모 씨가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앞에서 화면을 터치하고 있다. 박미리 기자
시각장애인(전맹) 김모 씨가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앞에서 화면을 만지고 있는 모습. 박미리 기자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무인화 기계)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한 모습이 아니다. 최근 중소규모의 매장에도 키오스크가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분식점이나 카페는 물론, 횟집에서도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개정 최저임금법령이 시행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각 매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키오스크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정보서비스는 물론 무인·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주문·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은행 ATM 기기, 차표 발급, 서류발급 등에서 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에는 음식점,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2006년 600억원이었지만, 2013년 1천800억원, 2017년 2500억원으로 연평균 약 13.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키오스트 시장 역시 2017년 220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310억달러로 확대 될 것으로 확인됐다.

휠체어 장애인 이모 씨가 극장에 비치된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모습(좌), 음식점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모습(우). 박미리 기자
휠체어 장애인 이모 씨가 극장에 비치된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모습(좌), 음식점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모습(우). 박미리 기자

◆장애인 배려 없는 키오스크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불고 있는 키오스크 열풍은 장애인들에게는 높고 단단한 벽일 뿐이다.

3일 오전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시각장애인(전맹) 40대 김모 씨는 키오스크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으로 화면을 만지니 음성 안내가 나오긴 했지만, 어떤 메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결제버튼은 무엇인지 카드는 어디에 넣는 것인지, 영수증은 어디서 나오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결국 그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주문을 완료했다.

한참을 살펴보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부 성인들도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비장애인에게도 어려운 주문 시스템이 장애인에게 쉬울리 없었다.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작은 우동가게를 방문했다는 그는 키오스크 주문 방식으로 당황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네 곳곳 작은 매장에 키오스크가 도입돼 있었다. 모두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작동방법으로 장애인 혼자서는 주문조차 어려웠다.

그는 “얼마 전 방문한 인천국제공항에도 키오스크가 굉장히 많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전혀 없었다”면서 “화면을 터치해도 음성안내는커녕 화면이 넘어가는 소리조차 없어 기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모 씨는 “패스트푸드점이야 안 간다고 해도, 동네에 있는 분식점, 카페, 횟집 등 다양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장애인이나 기계를 다루기 어려운 노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원할 때 밖에 나와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조차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비단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다. 휠체어장애인 20대 이모 씨는 키오스크의 높이 때문에 이용할 때 항상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비장애인들이 서서 작동하기 쉬운 높이로 세팅이 돼있는데다가 높이조절도 안되어 있다. 때문에 화면 위쪽에 위치한 제품을 선택할 때는 한쪽 팔로 버티며 반대쪽 팔을 높이 들거나, 휠체어의 발판을 접고 키오스크를 잡고 겨우 일어나야 화면을 터치할 수 있다. 터치가 잘 안되거나 반응이 늦을 때는 사용이 더욱 어려웠다. 무게중심이 흔들리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 조차 아슬아슬했다.

이모 씨는 “화면의 아래부분은 손이 닿지만 윗부분은 잘 닿지 않아 위 부분을 터치해야 할때는 일부러 일어나야 한다”면서 “그나마 지금 수동휠체어에 비해 의자의 높이가 조금 높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손을 조금 더 높게 올릴 수 있지만, 수동휠체어는 의자의 높이가 약간 낮기 때문에 사용이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가 비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직관적이고 편리할 수 있지만, 저시력자나 시각장애인 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확대 위한 노력 필요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8월 발간한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키오스크의 도입 속도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법령상의 근거 마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정보접근 및 이용 보장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보화기본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문화·예술사업자, 의료기관 등이 생산·배포하는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에 대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점자 및 음성 안내, 높이조절 등의 기능을 삽입해 키오스크 사용에 있어 장애인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앞서 만난 김모 씨는 “지난주에 갔던 A패스트푸드점과 이번에 방문한 B패스트푸드점이 카드를 넣는 곳이나 영수증을 받는 곳이 각각 달랐다”면서 “점자나 음성 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용자체도 어려운데다가 규격화 되어있지 않다 보니 더욱 접근성이 떨어진다. 은행 ATM처럼 장애인을 위한 규격화 된 키오스크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모 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 버튼을 누르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면 사용하겠지만, 지금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직원에게 제공받는 서비스보다 더욱 불편하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함께 비용지원, 우선구매 등과 같은 키오스크 제조업체와 운영주체에 대한 지원 정책 마련도 동일선상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늦게 이뤄진다면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과 비용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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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 2019-01-17 09:24:30
편의시설 설치해 주세요??

양*진 2019-01-16 10:11:43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네요

권*애 2019-01-14 09:32:18
휠체어 장애인의 매일 현실에서 겪는 불편합니다.

고*석 2019-01-13 08:49:56
정말 공감하는 기사내용입니다. 장애인 대상만이 아닌노약자, 어린이등 비장애인에게도 좋은 생각 입니다

하*필 2019-01-11 10:00:20
모든 것이 만들 때부터 우리 휠체어 장애인 들에게는 그림에 떡인게 많이 있습니다. 처음 부터 만들 때 휠체어 장애인들을 내 가족이다 하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