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ILO 국제기준 반영
30년만에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ILO 국제기준 반영
  • 박미리 기자
  • 승인 2019.01.08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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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발표
객관적‧합리적 최저임금 구간 설정
(제공=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합리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위해 노‧사 간 의견 차이만 부각시키고 있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할 시점이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현재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30년 전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됐던 1988년 그대로이며 그간 운영돼 노‧사간 의견 차이만 부각시키고 있는 현재의 결정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최저임금 개편 논의 초안의 핵심은 ▲ILO 국제기준 등 반영한 최저임금 결정기준 추가‧보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 설정 ▲공익위원회 추천 시 정부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추천권을 국회 또는 노사와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하는 방안으로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추가‧보완해 합리성을 높일 예정이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고, 국회에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법안들이 다수 제출돼 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생활안정 측면과 경제상황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한 ILO 최저임금 결정협약을 반영해 고용수준, 경제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결정기준에 추가‧보완할 예정이다.

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할 전문가 위원회가 신설된다. 전문가 위원은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의 의견을 들어 선정한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에 의해 설정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정부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 또는 노사와 추천권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재갑 장관은 “결정위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하게 노․사․공익 3자 동수로 구성하되, 구간설정위원회가 신설되는 만큼 전체 숫자는 15명 또는 21명으로 줄일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추천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공익위원에 대해서는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거나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이 노‧사 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참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결정위원회의 근로자‧사용자 위원은 현재와 같이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사용자위원 추천권이 있는 노사 단체가 추천하되,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해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으로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돼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자료사진. 박미리 기자
민주노총 자료사진. 박미리 기자

이에 노동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일부 제도보완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ILO 최저임금결정협약은 최저임금제도 운용에 있어 권한 있는 노사 대표와 충분히 협의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ILO협약의 취지와 정신에 반한다”면서 “통계분석과 현장 모니터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겠다는 발상도 빈말이다. 단 한 번도 임금교섭을 해보지 않은 이들만의 발상이다. 최저임금 인상폭은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전문가의 연구, 분석 영역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8일 논평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이 제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정부안이 보완책은 될 수 있으나 2년 연속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으로 당장의 생계유지가 불확실한 영세기업에 대하여 당초 검토하기로 한 구분적용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의 63.8%를 넘고 OECD 국가 중 4위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에 경제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 10명 중 4명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그 외 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 의견수렴을 전문가 토론회를 비롯, TV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1월 21일부터 30일까지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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