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적용에 피해자 생길 수도
최저임금 적용에 피해자 생길 수도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1.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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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하면 적자를 보거나 소득이 대폭 축소되어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 심지어 무인판매 시스템 공급자만 바쁘게 되었다고도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은 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고용을 최소화하거나 현재 근로자를 오히려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은 근로를 통해 최소한의 생계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켜 근로자로 살아남는 자에게는 이득이, 일자리를 잃는 자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었는데, 이제 장애인이라고 해 최저임금 제외 적용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 근로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업재활시설 스스로가 창출하는 수입으로는 최저임금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직업재활시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되지도 않았고, 저임금의 단순 근로를 통한 틈새시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최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한가를 검토해 봐야 한다.

장애인 복지시설이기는 하지만,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다. 수익이 생기지 않아도 정부가 임금을 책임진다면 수익이 없으면서도 근로자 수를 최대한 고용해 장애인 상당수가 직업재활 시설 근로자로 등록될 것이고, 정부는 200만이 넘는 장애인의 임금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

직업재활시설에 자생력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근로자 수를 최소화하고 근무시간도 시간제 근무로 변경할 것이다. 그리고 근로능력이 높은 장애인만을 최소화해 고용할 것이다. 법적 고용 인원을 맞추어야 하므로 시간제로 해 인원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에 맞출 것이다.

직업 훈련을 하고 있던 장애인은 근로자로 진입할 기회가 사라질 것이고, 오히려 근로자였던 장애인도 훈련원으로 해 소속은 가지되 임금은 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복지부에 강력하게 건의해 직업훈련시설이란 유형을 하나 더 만들어 최저 임금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한 다음, 스스로가 근로시설에서 훈련시설로 전환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적자를 보더라도 무조건 최저임금을 주라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시설 운영을 포기하고 폐업신고를 줄줄이 하게 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월 30만원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던 시설은 훈련시설로 전환해야만 살아남게 된다.

월 30만원 이상을 지급하던 시설은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보태고 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에서 근로장려금이나 교통 수당 등을 신설해 80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근무 시간을 하루 3에서 4시간으로 단축하면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길은 열린다. 이것도 일부 직업재활 시설만 가능하다.

그러면 오전에 근무를 하고 점심은 각자 해결을 한 후 주간활동 서비스로 4시간을 보내고 귀가해 퇴근한 가족의 돌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주간활동 서비스는 2천500명의 서비스 예산만이 확보되어 있다.

발달장애인이 아닌 중증 장애인은 해당되지 않으며, 발달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이 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직업재활시설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다행히 이 서비스 대상이 된 장애인은 그나마 하루 일과에 대한 스케줄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애인은 가족의 돌봄이 주간에 필요해 가족 중 한 사람은 장애인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최저임금 적용은 일부 장애인에게는 혜택이 되어 임금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상당수 장애인은 오히려 직업인이 아닌 훈련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신규 장애인 일자리가 확대될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

보호작업장 수준의 직업재활시설은 직업훈련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수익성 높은 아이템으로 컨설팅을 해 수익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직업재활시설이 부담되는 임금을 버티어내지 못하므로 직업재활시설에서 최저임금을 피할 수 있는 훈련시설의 분류를 다시 해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직업재활시설 근로 장애인 중 절반은 근로자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도 정부가 어느 정도 임금지원을 해야만 최저임금을 지킬 수가 있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효과면에서는 장애인도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것으로 이득이 되는 장애인과 피해를 입는 장애인으로 갈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전에도 최저임금을 줄 수 없었던 직업재활 시설에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운 시설에 대해는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훈련시설이다.

시설 중 상당수가 훈련시설로 전환을 선택하고 나면 장애인들은 근로자가 아닌 것이 되고, 시설은 더욱 열약해져서 현재 지급하고 있던 급여에서 오히려 삭감된 용돈을 지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훈련시설은 근로시설이 아니므로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의 혜택을 적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20명의 장애인 근로자를 둔 시설이라고 하면 최소 10명만을 최저임금을 적용해 시간제 근무를 시키고, 나머지는 훈련시설로 보내거나 자체 훈련자로 등록만 해두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그러면 장애인의 근로자가 오히려 절반으로 줄어든 결과를 낳게 된다.

경계선급 장애인 일부를 위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급여수준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고용장려금을 시설단위로 지급하고 기타 수당을 신설해 정부보조금을 늘릴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훈련시설로 전환되거나 근로자가 줄어드는 경우 정부의 지원금도 그에 맞도록 조정해 삭감하고 근로시설로 최저임금을 주고자 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지원을 늘리는 차등적 조치도 필요하다. 이런 차등 조치가 복지사 등의 인건비로 녹아 장애인 임금 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되므로, 추가로 늘어난 지원이 생상성과 수익에 기여하도록 지원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최저임금 적용 제외냐, 적용 제외 없는 적용이냐에 앞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직업재활시설의 지원 방안과 소득 증대,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 판로개쳑과 고수익 아이템 개발 등 다양한 지원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운동가, 인권 활동가들은 원칙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 정부는 그것을 해결하면서도 오히려 피해자를 양산해 버릴 수가 있다. 운동가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치적으로 여길지 모르겠으나, 장애인 피해자는 구제를 받지 못한다. 장애인등급제,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등 원칙적 문제해결이 아니라 실제현장에서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책임지는 운동이 필요하다.

제도의 변화는 장애인에게도, 정부에게도 기회이고 위기이다. 대부분 획기적인 에산 확대로 해결하기보다는 아랫돌을 뽑아 윗돌을 놓은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등급제 폐지가 장애인의 재등록을 하게 해 엄격한 잣대로 장애인등록 탄락을 만들 기회를 정부에게 줄 수 있듯이, 제도는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늘리는 결과를 만든다면 새로운 제도를 주장하는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대부분 피해는 가장 중증이거나 어려운 자가 피해자가 된다.

이제 문제제기는 장애인 몫, 대안마련은 정부 몫이란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서인환 객원논설위원(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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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9-01-11 13:56:05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확대가 필요없이 축소를 하여서 이 제안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정책들을 적극 반영하여서 고용창출도하고 좋은 정책들은 적극 활용하여 국민들의 세금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