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대변은 민주주의의 기본"
"소수자 대변은 민주주의의 기본"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2.01 14: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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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보호와 연동형비례대표제' 토론회 열려
"연동형은 전국구로"... "인구편차도 1대1로 조정해야"
"장애인 의원이 나서야 당사자 법도 제정돼"
다문화인, 새터민도 정치 대표자 필요한 시기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와 김관영 의원실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소수자 보호와 연동형비례대표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노인환 기자

지난달 31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을 주축으로 한 정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도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와 김관영 의원실이 '소수자 보호와 연동형비례대표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건이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토론회가 진행된 셈이다.

주제 발표에 앞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대표는 "현행 선거제도로 인해 장애인, 다문화인, 새터민 등 사회취약계층의 입장을 대변할 대표자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대표는 "늦어도 2월 말까지 여·야가 합의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며 "소수자 대표가 직접 국회활동을 해야 당사자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제란 유권자들이 정당에 대해 투표하고 각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다. 예를 들면 20%를 득표한 정당에 대해서는 전체 의석의 20%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모든 의석을 비례대표제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아니면 의석의 일부만을 배분할 것인지에 따라 유형이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일부만을 비례대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병립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253석은 지역구선거의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47석은 비례대표제로써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고 있다. 결국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제의 의석 수가 각각 정해져 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도와 투표 방식은 동일하지만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가 지역구선거와 연계돼 있다. 지역구선거 당선자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조정된다는 의미다.

지난 20대 총선의 사표율은 50.32%로 절반을 넘어섰고, 표의 등가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선자가 한 명뿐인 소선거구제에서는 사표율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연동형은 정당득표율과 지역구선거에 따라 의석이 결정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사 반영률이 높아진다.

◆ "연동형은 전국구가 바람직"... 후보자 자질검증도 필요

발제자 장영수 교수(왼쪽)와 정연주 교수(오른쪽).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학교 장영수 교수는 "연동제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을 보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정해지지만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더 많은 지역구 당선자가 배출되면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장에 있던 청중 A씨가 "의석 수가 초과되면 사공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했고 장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제시한 것이며 우리나라는 의석수 늘리는 것에 국민들의 강한 반발감이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장 교수가 가장 우려한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권역별로 시행됐을 때다. 만약 전체 의석이 100석이고 한 정당의 득표율이 20%라면 확보된 의석은 20석이다. 만약 특정지역의 민심과 성향에 따라 지역구에서 18석을 확보했다면 나머지는 비례대표제로 2석만 할당된다. 바로 여기서 비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위 사례를 보면 정당득표율은 20%인데 지역구 의석 비율은 90%로 매우 높다"며 "특정지역에서 1개 정당이 지역 의석수를 전부 장학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의 지지율과 상관없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의원이 배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 말에 따르면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의 숫자가 비슷한 경우에는 권역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가면서 투표를 결정할 수 있고, 또 명부작성에도 신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구의원 수가 비례대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에는 한국 지역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성신여자대학교 정연주 교수는 "연동제 비례대표제가 민주주의에 적합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문제는 비례대표제로 당선된 인물들의 자질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 내 일부 기득권에 의해 전문성이 결여된 의원이 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연주 교수는 "현 비례대표제를 통해 소수자 대표가 선출되는 것은 너무 희박한 확률"이라며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지역의 편향된 특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권역보다는 전국구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왼쪽)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설 실장(오른쪽).

◆ 장애인 정치세력화... "당사자가 있어야 법을 만든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장애인 대표가 국회로 진출하면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입법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16대 국회의원 현황을 보면 당시 비례대표 장애인 의원은 0명이었다. 이후 17, 18, 19대에 각각 2명, 4명 2명의 장애인 의원이 국회로 진출하면서 장애인 관련 법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이 사무차장은 "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중 비례대표 장애인 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면서 "장애인 정치가 실현되지 않는 현 국회에서 당사자를 위한 법이 논의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도 "18대 국회는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까지 포함하면 총 8명의 장애인 국회의원이 배출됐다"면서 "당시 장애인 관련법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개정안까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을 보면 소수자 대표의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석 실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일단 공천제도의 문제점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며 "정당의 기득권이 쥐고 있는 공천제도가 해결되지 않은 한 취약층인 장애인 당사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대1인 것도 1대1까지 줄여야 비례대표제의 효력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당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별 인구편차가 3대1인 것에 대해 표의 등가성을 해친다며 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재한몽인협회 및 재한몽골인단체총연합회 이라 사무총장(왼쪽)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김 혁 연구원(오른쪽).

◆ 다문화인, 새터민도 정치 대표자 필요해...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약 31만6천가구로 가구원은 96만명에 달한다. 재한몽인협회 및 재한몽골인단체총연합회 이라 사무총장은 "전체 국민 중 매우 적은 인구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회 속 차별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고 이를 지켜줄 법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라 사무총장은 "외국인인 내가 한국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보면 소수자 대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우리를 대변해줄 정치 대표자가 있어야 우리를 위한 정책도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동제이든 다른 선거제도이든 소수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꼭 마련돼야 한다"며 "2세 다문화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지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북한정치학을 전공한 김 혁 연구원은 "북한의 경우 찬성 투표만 있을 뿐 선거에 대한 개념은 아예 없다"면서 "나 역시 한국으로 온 뒤 선거에 대해 알게 됐지만 모르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연구원이 탈북자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대선과 총선을 구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 2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새터민의 19대 대선 참여율이 절반도 안 되는 현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결과였다.

그는 "탈북자는 생계와 관련된 적응훈련만 집중해서 받을 뿐 정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탈북자의 고충을 대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새터민 국회의원이 배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의 합의 불일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개혁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제도성때문에 현실화가 어렵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외쳤던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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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 2019-06-03 16:40:11
소수의 장애인 국회의원이 발의한 입법활동에 힘을 보태는게 아니라 정당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필 2019-02-07 11:26:05
작금의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자질도 필요하고요 우리 서민들을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나왔으면하고 장애인들의 정치 세력화도 필요하고요.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