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양떼 목장
남해, 양떼 목장
  • 전윤선 장애인 여행작가
  • 승인 2019.02.21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해 양떼목장
▲남해 양떼목장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들들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남해 여행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양떼목장. 양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사료를 한바가지 들고 가야 한다.

사람도 친해지려면 밥을 같이 먹던가, 차를 같이 마시던가 하면 금세 가까워지는 것처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나, 너랑 잘 지내고 싶어’하는 무언의 신호이며 상대와 스스럼없이 편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불편한 사람과는 밥을 먹으면 체하거나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아 피하게 되는 것과 정 반대이다.

양도 마찬가지다. 양 먹이를 먼저 내밀며 ‘너랑 친해지고 싶어!’하면서 손 내미는 거다. 먹을 것을 서로 나눈다는 건 친근함을 표시하는 가장 원시적이 방법 이지만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양 사료를 한바가지 들고 양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양 목장은 야자 매트를 깔아서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도 괜찮다. 양에게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니 양들은 익숙한 듯 사람들이 내민 손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다하기는커녕 양떼들이 서로 달려든다.

힘센 양은 약한 양을 밀어내고 사료를 독차지 한다. 아기가 있는 엄마 양은 수컷 양에게 아기양이 다칠까 조심하며 한 발짝 물러서 기회를 엿본다.

아기 양들도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엄마만 따라다닌다. 양들에게 사료 주며 웬만큼 친해졌다고 생각 할 때 쯤, 아기 양 두 마리와 청년기 쯤 으로 보이는 어린 양이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겨울에도 푸른 초원
▲겨울에도 푸른 초원

조심스럽게 양들 곁으로 다가가니 아기 양들은 부리나케 엄마 양에게 가버리고 젊은 양 한마리만 남아 무심하게 먼 산을 응시한다.

먹이를 줘도 본체만체 하면서 귀찮다는 듯 뚫어져라 쳐다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으며 사료를 내밀었다. “안녕, 양돌아, 아니 양순이니?”, “정말 멋지게 생겼다, 이름이 뭐니?” 말을 건네니 경계가 조금 풀렸는지 눈을 맞춘다. 얼른 먹이를 다시 내밀었더니 받아먹는다.

마침 목장관계자가 지나가 길래 시크한 양 이름을 물어봤다. 목동은 특별한 이름은 없고 여행객들이 목장에 있는 모든 양들에게 양순이, 양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두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모두가 같은 의미일 것 같아 청년 양에게 이름을 지어줘도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하신다.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고민하다가 시크하고, 질풍노드의 시기인 것 같아 ‘춘기’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춘기는 사춘기를 줄여서 지은 이름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춘기는 누구나 찾아온다고 한다. 청년 양에게 “춘기”라고 이름 짓고 “춘기야~이름이 마음에 드니?” 물어봤다. 춘기도 실은 내색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춘기도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먹이를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다.

▲양들의 직장 초원
▲양들의 직장 초원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의미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의미 있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

춘기는 한 발짝씩 내게로 다가와 먹이를 먹었다. 그렇게 춘기와 난, 통성명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해가 지기 시작했다. 여행객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양들의 움직임이 바빠 보였다. 그런데 목동의 움직임도 분주해 보였다.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서 울타리 안에서 양들이 한쪽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몰리기 시작했다. 양들은 어디론가 빨리 가야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양들은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조금 후 울타리 문이 열리며 양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골목을 지나 양사로 들어간다. 그 후로도 여러 개의 울타리 문이 차례로 열리면서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 양떼들이 퇴근을 한다. 양떼 들은 출퇴근을 하는 직장 양이다. 해가 뜨면 초원으로 나와 햇볕을 쬐며 풀을 뜯고 해가 질 무렵 일을 마치고 따듯한 집으로 퇴근한다.

양들의 퇴근하는 양사에서 양들을 지켜봤다. 낯선 여행객이 양사에 앞에 턱 버티고 있으니 집으로 향하던 발길이 주춤하며 경계를 하지만 목동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양사로 우르르 들어간다. 양떼가 모두 들어가고 나니 양떼 목장에 해도 어둠속으로 빠르게 숨어버린다.

양사 단속을 끝내고 나온 목동은 까만 아기 염소를 안고 나왔다. 염소는 태어난 지 3일차 된 아기 염소라고 한다. 그런데 아기염소가 조금 이상했다.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엄마 뱃속에서 부터 뒷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다행히 어미 염소는 아기 염소에게 젖을 물린다고 한다. 목동은 가여운 아기염소를 3시간에 한 번씩 뒷다리를 마사지 해주며 걷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야생에서는 살아남기 힘들었겠지만 양떼 목장에서는 목동들이 돌아가며 아기 염소를 돌봐줘 살아남았다고 한다. 한달 정도 정성을 다 해봐도 걷지 못 하면, 휠체어를 맞춰줘야겠다고 한다.

아기 염소에게도 “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목장에는 초승달만이 하늘에 밝히기 시작했다.

양들의 퇴근시간
▲양들의 퇴근시간

▶KTX 진주역~남해 양떼 목장

•경남장콜 1566-4488

▶접근 가능한 식당 : 냇가집 잔치국수 전화 055-862-7136

▶접근가능한 숙소 : 통영엔쵸비 베니키아호텔 전화 055-642-6000

•무장애여행 문의 :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문의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