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 철학자가 들려주는 교훈
노(老) 철학자가 들려주는 교훈
  • 김광환 중앙회장
  • 승인 2018.06.2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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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환 |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 99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필 활동과 초청 강연에도 나가신다고 했다. 노(老)철학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모처럼 젊은 날의 향수에 잠겼었다. 젊은 날 삶의 회의감이 밀려왔을 때 이 분의 책은 위로가 되었고 방향성을 제시해주었기에 인생의 스승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의 말씀을 간략히 옮겨 소개하려고 한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뭘까요? 나이가 드니까 나 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없어집니다. 남을 위해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습니다.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65세에서 75세까지가 삶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그 나이에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육신의 나이 100세를 앞두고 있는 석학이 후배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 고생하는 것’,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라는 것이라고 알려주시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보니, 지나고 보니, 인생의 가장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매운 맛과 쓴 맛을 다 맛보고 무엇이 참으로 좋고 소중한지를 진정 음미할 수 있는 60대에서 70대 중반의 나이가 우리 인생의 절정기라고….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역설적인 시대상을 보여준다. 정보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은 이 시대가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더구나 각종 갈등 요소가 빠른 전파력을 힘입어 확산되지만 이를 확인하고 조정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결론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이 시대의 철없는 젊은이들은 보수적인 기성세대를 편파적 시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앞세운 보수적인 기성세대의 고집스러움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최신 정보나 기기의 활용에 둔감한 편이다. 또한 다양한 지식정보를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전통적인 정서와 가치기준으로 젊은 세대를 평가하고 그 특징을 단정하는 것만큼 또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한 반감과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도 올바른 것은 아니다. 세대의 차이를 극복하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부단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와있다. 이는 더 늦기 전에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그 공감대를 넓혀야만 한다.

 

이번 6.13 지방 선거를 지켜보면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엄청난 시각 차이와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지방자치제도의 역사가 짧아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선거유세나 각종 공약의 발표가 중앙 정치의 틀과 모양을 그대로 닮았다는 점에서는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을 통해 지방자치가 생활화된 선진국의 사례가 여러 번 소개됐다. 그들은 본연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늦은 밤 시간에 의회에 나가 지역의 현안문제를 검토하고 토론하는 등 봉사하는 모습을 명예로 여기고 있었다. 어떠한 특권이나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 순수한 봉사자의 모습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지역에서 정치 무대를 형성하고 정파로 나뉘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제 우리는 유권자들이 나서서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소모적 정쟁구도를 깨트려야 할 것으로 본다. 지역 언론을 비롯해 시민단체의 활동 그리고 교육기관에서도 올바른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순수한 목적의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실효성 있게 손질하여 고유 목적을 잃어버린 행위를 과감하게 추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움터로 변질되는 지방자치는 갈등의 골만 키워내기 때문이다.

 

인생의 깊이는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수재라 하여도 사람은 아는 것 이상으로 세상을 볼 수 없고 자신이 경험한 수준 그 이상을 뛰어 넘을 수 없다. 
백수(白壽)에 이른 철학자가 60~70대의 나이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소개한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광환 |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김광환 |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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