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자연에 로그인 할 때
순천만… 자연에 로그인 할 때
  • 전윤선 여행작가
  • 승인 2018.06.28 13:1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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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전윤선  장애인 여행작가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하늘거리는 볕이 들락거리는 동천을 따라 걷기로 했다. 순천문학관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도 좋지만, 때 묻지 않는 동천의 자연과 만나고 싶었다. 동천은 생태환경이 잘 보존돼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뛰어난 공원이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난다. 
하늘을 쳐다보니 비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해서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찾아 기웃거리며 갈대밭으로 귀 기울였다. 갈대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같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갈대가 들려주는 소나기를 맞아본다. 빗물 없는 소나기는 귓속으로 내려 가슴속에 고인다. 
문득 영화 ‘봄날은 간다’가 떠올랐다. 소리를 채집하는 주인공 상우(유지태)는 사운드 엔지니어다. 소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상우는 바람처럼 우연히 찾아온 사랑에 흠뻑 젖어버린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은수(이영애)와의 사랑도 바람처럼 갈대 사이로 빠져 나갔다. 

용상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용상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갈대밭에 긴 마이크를 꽂아놓고 갈대가 들려주는 소나기를 담아내고 싶다. 
동천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순천문학관을 만났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정채봉과 소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의 생애와 문학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문학관은 작고 소박하다. 흙벽돌로 담벼락을 둘렀고 볏짚으로 지붕을 얹었다. 외형은 초가집 그대로를 재현해 놨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문학관 안으로 진입 할 수 없다. 
옛 건축물이 늘 그렇듯이 모든 사람을 배려해 만든 건축물은 보기 드물다. 순천 문학관도 마찬가지다. 문학관 내부로 들어갈 순 없지만 넓은 마당에 싸리나무로 담장을 둘러 고향집에 온 듯하다. 마당에 흙을 밟는 느낌도 부드럽고 자연을 정원으로 들여놓은 문학관이 곱다. 
아담한 문학관을 휘~ 둘러보고 순천만 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문학관과 생태공원을 오가는 갈대열차가 운행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이용할 수 없다. 이럴 때 마다 작은 배려가 아쉽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갈대 열차에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순천만 대표선수 갈대는 초록 옷을 입은 체 파란물결 넘실댄다. 
갈대는 강이나 바닷가 습지에서 서식하며 오염물질 정화기능이 우수한 식물이다. 한여름에 꽃을 피우고 춘천만의 생태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순천만의 갯벌은 특별히 고운 뻘을 자랑한다.

열린 관광지 순천만의 잘 생긴 길
열린 관광지 순천만의 잘 생긴 길

 

순천만 생태공원은 열린 관광지 1위에 선정된 무장애 여행지이다. 열린관광지는 관광약자(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를 위한 여행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다. 순천만 생태공원이 접근가능한 관광지에 선정된 것이다. 생태공원 곳곳에 데크로가 조성되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도 이동과 접근이 편리하다. 
갯벌에는 농게, 방게, 짱뚱어가 서식하고 밀물 때는 호수 같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엔 갯벌 생명들이 먹이활동에 정신없다. 초록 갈대가 춤추는 순천만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 있다. 순천만은 썰물 때 S자 갯골이 드러난다. 갯골을 보려면 용산전망대로 올라가야 감동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전망대 까지 보조를 받아야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 열린관광지로 선정됐지만 전망대 까지는 가는 길은 여의치 않다. 개인 소유지 이어서 순천시에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제할 순 없어도 길을 평평하게 정비할 수는 있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평평하게 다지고 야자매트를 깔아 보행이 한결 매끄러워 졌지만 휠체어 사용 여행객이 보조인 없이는 위험하다. 

갯골은 숨을 쉰다.
갯골은 숨을 쉰다.
전망대 가는 예쁜 길
전망대 가는 예쁜 길

전망대에서 본 갯골은 감동이다. 사람들은 감동적인 풍경을 보려고 힘든 길을 오르나 보다. 갯골을 보기 전까지 생태공원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마다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가족과 지인, 친구, 그리고 장애인 동료들이다. 잘못된 인식으로 사회와 격리된 체 살아온 장애인은 보편적인 경험이 작다. 
장애인의 나이는 3가지로 구분된다. 신체적 나이, 행정적 나이, 경험적 나이다. 신체적 나이는 손상에서 오는 기능의 제한이고, 행정적 나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인에 의해 행정상 등록된 나이다. 
경험의 나이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방해물과 인식의 오류가 차별로 이어져 사회와 분리된 체 한정된 공간과 정해진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다보니 보편적인 경험의 나이가 적다. 
여행은 경험의 나이를 늘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행은 경험을 사는 행복한 소비기 때문이다. 경험을 위한 소비는 행복감이 강하고 오래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은 수많은 인연을 묶어 놓는다. 경험은 보이지 않는 밧줄이며 여유이고 숨표이며 느낌표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 : 순천역, 전남 장애인 콜택시 1899-1110
•접근 가능한 식당 : 생태공원 앞 다수
•접근 가능한 화장실 : 생태공원 내 다수
•무장애여행 문의 :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문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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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 2019-03-11 15:02:09
순천이면 전라남도인가요?/..............

김*보 2019-02-21 11:14:59
고향에 이런곳이 있어도 마음만으로... 늘찾아 가보고는 싶어지고. 그립습니다.

허*희 2018-11-01 16:36: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여행은 경험의 나이를 늘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남네요^^

김*경 2018-11-01 16:22:06
얼마전에 저희들도 순천만 다녀왔는데 좋았어요~~~~~

이*성 2018-10-31 21:29:31
순천만 너무 좋아요 ~~특히 순천만 앞에서 먹는 꼬막정식 너무 맛있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