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행사 자료 ‘보이스아이 바코드’… “눈 가리고 아웅”
장애인의 날 행사 자료 ‘보이스아이 바코드’… “눈 가리고 아웅”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4.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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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행사 순서지 상단 ‘보이스아이’ 바코드 내용이 장애인헌장만 같은 내용으로 소개했다.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행사 순서지 상단 ‘보이스아이’ 바코드 내용이 장애인헌장만 같은 내용으로 소개했다.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63빌딩에서 4월 18일 있었다. 행사 안내자료(리플렛)은 12페이지로 앞표지와 뒤표지, 그리고 장애인의 날 유래를 소개하는 페이지, 장애인헌장, 식순을 소개하는 페이지, 수상자 명단과 프로필, 장애인의 날 관련 부대행사들을 홍보하는 페이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점자를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도 리플렛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홀수 페이지 우측 상단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음성바코드가 찍혀 있었다. 리플렛을 펼치면 두 페이지가 좌우로 펼쳐지는데, 보통 음성바코드를 책자에 찍으면 두 페이지의 내용을 우측 상단에 바코드에 담아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바코드는 스마트폰 시각장애인 앱인 ‘보이스아이’로 촬영을 하면 텍스트로 변환하여 음성으로 읽을 수 있다. 저시력인은 확대를 해서 볼 수도 있고, 전맹의 경우 음성으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3, 5. 7. 9. 11페이지마다 음성 바코드가 모두 표시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각 페이지의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 모두 같은 내용의 바코드로서 장애인헌장만 같은 내용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인쇄를 하면서 모두 같은 바코드를 복사하여 동일한 바코드 내용이 중복하여 나타났고, 식순이나 수상자 프로필, 기타 부대 행사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일부러 이러한 일을 했을 리는 없다. 행사를 맡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바코드는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렇게 서비스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전시 효과로 같은 바코드를 표시하였거나, 첫 페이지의 바코드를 복사를 하여 각 페이지에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으로 생성되는 음성바코드 변환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면 각 페이지의 정보가 정확하게 텍스트로 담아졌을 것이다. 일부러 복사를 하여 동일한 내용의 바코드를 형식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88장애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조폐공사에서는 지폐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1만원권은 우측 중앙에 점 3개, 5천원권은 2개, 천원권은 점 1개를 찍었다. 그런데 이 점은 왜 찍었을까? 시각장애인들이 지폐의 종류를 구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눈으로 보는 검은 점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촉각 점을 찍었어야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국민들에게 정부가 장애인을 위해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전시행정이 아니라면 눈으로 보는 점을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이용할 시각장애인은 염두에 두지 않고 비장애인에게 복지행정을 자랑하기 위해 점을 찍은 것이다. 실제로는 이용할 수 없는 점이다.

이번 장애인의 날 행사 리플렛도 같은 결과이다. 비장애인들은 어떤 사람은 이 바코드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넘어갈 것이고, 어떤 사람은 시각장애인용 바코드를 찍었구나 했을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나 보건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바코드를 찍어 주었으니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코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보여주기 바코드이지 실제 내용은 장애인 헌장만 다섯 번 읽게 하는 바코드에 불과했다. 점자로 자료를 제공했으니 바코드를 찍지 않았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장애인의 정보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렇게 엉터리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전시적이고 형식적인 생색내기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제대로 하지 않고 생색만 내는 것은 더욱 화나게 하는 일이다. 바코드를 찍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이지만, 엉터리로 찍으면 장애인 우롱이다.

특히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을 우롱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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