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약자 접근 원활한 서울 만들 것”
“관광약자 접근 원활한 서울 만들 것”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5.2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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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서울시다누림관광센터 정영만 센터장
다누림관광서포터즈 활성화… 관광약자 당사자 모니터링 실시
장애인 관광문화 개선… 장애인 관광정보 상담•여행용 보조기기 대여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관광약자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고, 언제 어디서나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울시 다누림관광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4월 30일 개관했다. 장애계 다양한 이슈와 향후 센터의 역할에 대해 정영만 센터장의 의견을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영만 센터장 ⓒ 소셜포커스

Q. 센터 개소와 센터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센터장 정영만입니다. 센터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재단법인 서울관광재단내 시민관광팀’에서 운영 하는 시설로, 모두 다 누릴 수 있는 서울 관광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장애인당사자로서 장애인 운동을 접하고 뛰어든 것은 언제 어떤 계기였는지?

어린 시절부터 인제에서 29년을 살았습니다. 근육병이 초등학교 3학년 즈음 발병했습니다. 처음에는 근육병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내가 몸이 약한 체질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하게 아픈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근육병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 이후 근육병이 진행이 많이 돼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외출을 하려고 해도 누군가에게 업혀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2002년 전동휠체어를 지원받아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2003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인제군지회 회원이 되며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됐습니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시작한 것이 저의 장애인운동 첫 걸 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한국근육장애인협회장 등 장애인당사자로서 현장에서 다양한 정책 개선과 제안 등을 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계 현장에서 참여하신 다양한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근육병 판정을 받은 이후 한국근육장애인협회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근육병 진단 시 20살까지 살 수 있다는 사망선고를 받은 후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정보가 많거나 인터넷이 보급된 시절이 아니라서 세상에 저 혼자만 근육병 환자인줄 알았습니다. 하루하루 방황하며 살다가 20살 때 지인을 통해 근육병 환우 모임단체 ‘잔디회’를 알게 되어 공감과 위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회원들과 온라인으로 다양한 소통을 하다가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만나면서 장애운동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장애인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큰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는데 당시 근육장애인협회가 조직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협회에서 함께 하던 형과 친구 그리고 동생들이 하나 둘 무기력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상황과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토론회, 집회 등 기회가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장애인 운동을 하다 보니 2009 년부터 서울시보조공학서비스센터와 인연이 닿아 그곳에서 근무했습니다. 중증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이 보조기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3년여간 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서 일하며 다양한 장애유형과 등급에 따라 각기 다른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2014년 근육장애인협회가 예전보다 더 어렵다는 회원들의 요청으로 다시 협회에 돌아가 대표로 업무를 했습니다. 당시 협회는 사무실 유지와 협회운영도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주위 장애계 많은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5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계 선배님들과 주변 회원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Q. 센터장으로 오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5년간 근육장애인협회를 이끌어 오면서 많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사도 있었고 업무적으로는 조직운영의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물러나야 할 시기라 생각해 협회 임기를 끝으로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장애인레저관광 및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장애인보조기기와 편의시설 등의 복합서비스를 통한 단순한 관광이 아닌, 중증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체험레저를 제공하는 것이 꿈입니다.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오고 싶은 서울을 만들고 싶어서 센터장으로서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장애인 관광과 문화 향유에서 가장 큰 문제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가의 법령을 살펴보면 ‘관광진흥법’ 에 지칭된 ‘관광취약계층’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이 포함되는데 사실 실제적으로 관광에 취약한 대상을 세 부류로 지정한 것은 개념적으로 협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최근 ‘관광약자’이란 신종용어가 있는데 아직 이 단어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가 없는 것 같아서 제가 정의를 내려 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관광약자는 물리적 환경으로 관광이나 여행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주 대상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및 영유아, 어린이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관광약자나 관광 취약계층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이동이 어려운 사람, 즉 교통약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관광을 즐길 수 없는 경우 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문화 향유를 즐길 수 있지만, 물리적 환경은 돈이 있다고 해도 개선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편의시설 설치와 시설이 잘 갖춰진 장소 등의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다누림관광센터 내부모습 ⓒ 소셜포커스

Q. 서울시 관광 문화 개선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해 어떤 제도개선이 필요할까요? 또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울시 안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접근이 어려운 주변 환경 및 편의 시설로 인해 관광약자들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는 제한적입니다. 또 장애인당사자가 접근 가능한 관광지가 전문적으로 개발되어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관광개발 및 환경 개선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배제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을 서울시에 직접 건의하고 개선하여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센터는 이런 역할에 앞장서 나갈 생각입니다.

장애인당사자가 자신이 사는 동네의 문화시설, 관광지, 편의시설을 직접 발굴하여 센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WIKI관광정보를 활성화 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지, 맛있는 식당은 어디인지, 주인은 친절한 지 등 다양한 정보를 포함됩니다.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관광지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렇게 서울 각 지역의 정보가 올라오면 센터 직원과 대학생, 장애인당사자로 구성된 다누림관광서포터즈가 직접 현장을 확인 한 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또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생각입니다. 장애인들이 관광문화 산업에 기피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임을 알리겠습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당사자의 관광지 주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편의시설 개선에도 힘쓰겠습니다.

Q. 무장애 관광에 대한 장애계의 운동방향성과 장애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요?

장애인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장애인당사자가 관심을 갖지 않고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광이나 여행은 사람이면 누구나 즐기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욕구이자 목표입니다. 장애계는 여행이 장애인에게 일상이 되는 삶을 위해 많은 관심과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무장애 관광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입니다.

Q. 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센터 사업은 크게 4가지로 첫 번째는 관광지정보 조사와 정보제공 사업입니다. 휠체어접근이 가능한 관광정보를 수집하고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휠체어탑승이 가능한 리프트버스 운영사업입니다. 관광약자의 교통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의 관광명소를 정해 무료로 시티투어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서울에 사무소를 둔 장애인 관련 민간단체와 기관 등에 차량과 기사를 대여해 주는 업무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는 유니버설디자인 환경조성 사업입니다. 관광지 주변 상가를 대상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사업으로 경사로 설치나 자동문 설치, 장애인화장실 개조 등의 사업비도 지원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식개선교육 사업이 있습니다. 인식개선교육 사업은 관광약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광관련 종사자와 일반시민 등 모두가 대상이 됩니다. 교육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에티켓과 배려를 배워 관광약자들이 일상이 자유로운 관광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진행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센터에 오시면 장 애인관련 관광정보를 상담과 여행용보 조기기도 대여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행관련 세미나와 교육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센터의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센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관광약자 모두를 위한 센터입니다.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과 환경조성으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관광도시 서울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관광약자 모두가 서울의 관광지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장애인도 장애유형에 따라 불편한 부분이 크게 다릅니다. 휠체어사용자와 시각·청각장애인 등 그에 맞는 편의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또 어르신들과 유모차 사용자, 영유아와 어린이 등 다 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편의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서울을 찾는 외국의 관광약자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Q. 센터의 정보접근성 확대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다누림관광서포터즈를 구성하여 서포터즈 대학생과 관광약자 당사자들이 조를 이뤄 서울 관광정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장애인당사자가 조사에 직접 참여 하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하고 실질적인 자료수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우리 동네 추천하기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광지 주변 상가들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상가 및 시설을 검증하여 장애인당사자가 서울 곳곳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편리 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Q. 센터는 회원인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관광정보가 있던데 WIKI관광정보에 참여방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살고 있거나 잘 알고 있는 지역 을 다른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 관광지 및 편의 시설에 대한 사진과 소개글로 공유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통해 관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민 누구나 휠체어접근이 가능한 장소에 대한 자료들을 올릴 수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시민들이 홍보한 내용을 현장 검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양한 지역에 관광지 개발과 정보제공을 활성화 할 예정 입니다.

Q. 서울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무장애 관광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선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건 제도의 기초설계나 시행에 앞서 당사자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경사로들이 설치되어 있고, 법령에 따라 장애인 화장실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 안의 환경은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사로 진입구에 턱이 있어 접근이 어렵거나, 장애인 화장실이 좁아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애인당사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있었다면 보이지 않던 불편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장애인 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사용하는 임신부 등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고 환경을 개선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들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관광 약자들의 참여를 반드시 포함해 일들을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장애인 체험레저관광에 있어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과거 2009년 서울시보조공학서비스센터 위탁 운영 경험을 통해 여행과 레저, 보조기기, 리프트버스 등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애인 체험레저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장애인당사자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셜포커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는 장애계 원로들과 선배 들, 그리고 동지들이 있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새롭게 일하게 됐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러나 물고기의 능력을 나무타기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을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새는 하늘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맡겨진 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같이 달려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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