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에 대하여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에 대하여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5.28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판정 관련 저서 출간에 즈음하여
책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 책표지
책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 책표지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산재 등 사고로 장애를 입으면 배상금을 청구하게 된다. 가해자나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사나 법원은 맥브라이드(MC-Bride) 방식으로 배상액을 결정하게 된다. 이 배상에는 일실과 위자료, 치료비, 간병비 등을 포함하게 된다.

그런데 맥브라이드 방식은 1936년에 초판 발행되었고, 1963년 6판의 개정판을 낸 이후 현재까지 개정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맥브라이드가 1975년에 사망을 하였으니 더 이상 개정판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맥브라이드는 정형외과 의사로 내과나 다른 부위 장애나 손상에 대하여는 전문가라 할 수 없다.

맥브라이드가 너무나 대단한 권위자라서 60년 가까이 되도록 개정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개정을 하면 할수록 더 세부적인 손상을 고려해야 하므로 보험사들이 더 많은 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법원에 맥브라이드 방식만 적용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보상액은 절대 부족한 상태로 강제 타협을 법원이 강요하는 방식으로 소송에서 이겨도 피해자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의학적 문제로 판결을 해야 하는 경우, 판사보다는 의사가 더 전문가일 수 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권한이 판사에게 있다. 증거나 판결의 근거자료는 의사에게 구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고 최종 결정자는 판사라는 것을 항시 강조하는 것이 법원이다. 이는 의사 위에 판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963년 이후 발견된 후유증 증세도 많고, 맥브라이드 방식에서 다루지 못한 빠져 있는 손상도 있다. 노동력 상실이 과연 배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인간을 노동의 주체로 보고 장애를 입으면 그 노동력을 일부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상실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직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장애가 노동과의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되면 노동력을 80% 상실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20%의 노동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활동으로 20%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시각장애로 직장을 잃으면 100%의 소득 상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든, 새로운 보장구나 서비스가 생겨나든 법원은 가장 보수적인 방어선 역할만 하고 있다.

노동력 상실은 마치 인간의 가치를 노동하기 위한 존재로만 본다. 인간이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하면 100% 상실로 사망으로 보고, 노동력 100%이면 건강한 존재로 본다. 이런 식이면 장애인이 50% 노동력을 상실하였다고 하면 반만 살아 있는 인간이 된다. 너무나 비인간적인 논리이다. 50% 노동력을 상실한 장애인이 직장을 잃으면 소득은 전무한데 마치 50%의 소득이 있는 것처럼 일부만을 보상을 받게 된다.인간은 행복추가가 목적이지 노동이 목적이 아니다.

대한의학회에서는 맥브라이드 방식이 낡은 방식이라 개선해 보고자 노력해 왔다. 미국에서도 AMA 방식을 의학회에서 제작하한 바 있어 한국에서는 KAMS 방식이라고 부른다. KAMS 방식은 먼저 노동력 상실을 더 높게 잡고 있음이 특징이다. 장애율과 노동력 상실율에서 노동력 상실율을 더 높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두 팔이 절단되면 맥브라이드 방식에서 장애율은 75%이고, 노동력 상실율은 75에서 88%이다. 그런데 KAMS 방식에서는 신체장애율은 84%이고, 노동상실율은 89에서 95%로 보고 있다.

KAMS 방식을 꾸준히 개정해 나가고 있는 분은 순천향대학병원 천안병원의 신경의학과 교수인 이경석 교수이다. 법원에서 아직 손해배상 기준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정해 줄 것이라 믿으며 벌써 6번이나 개정판을 내었다.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주 아이엠이즈컴퍼니 출판)이란 저서가 그것이다. 이번 개정판은 이경석 교수 외에도 장재칠, 황선철, 정두신, 오재상, 박헤란 등의 의사들이 저술에 참여하였다.

각 언론에서는 이 서적을 장애평가의 교과서라고 소개하였다. 다양한 전문의가 참여는 하였으나 이경석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하여 전 진료과목을 망라한 것이 아니며, 신경계 전문적 소견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교과서라면 사회에서 공인되어야 하고, 법원에서 기준으로 채택해야 교과서일 것이다.

다음으로 대한의학회의 이름으로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몇몇 의사들이 개정판을 내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나 인정 정도가 강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6년 전 대한의학회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의 용역으로 장애판정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책임연구를 맡은 분이 이경석 교수였다. 여기서 보상에서의 장애와 장애 판정에서의 장애를 구분해야 한다.

의사들은 건강을 해치는 모든 질병을 장애라고 부른다. 수면장애, 결정장애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장애복지에서 말하는 장애는 장애인복지법상의 15가지 유형을 말한다. 만약 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복지부가 채택을 하였다면 의료적 장애평가가 장애복지나 서비스의 기준이 될 뻔하였다.

장애인단체에서 장애 유형을 노동력 상실로 보고 몇 퍼센트 장애인가로 본다면 100가지 장애 정도가 나올 것이라며 적극 반대를 하였고, 복지부는 이를 채택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특정 부위의 손상이 장애 몇 퍼센트라는 것은 근거도 부족하고 투표를 하듯이 의사들이 합의로 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일 수 없었다. 연구용역 자체가 무리였다.

대한의학회에서는 이 연구를 활용하기 위해 사용처를 고민하던 중 대법원에 제안을 하여 후속 연구를 하였는데, 법원에서도 이 방식을 맥브라이드 대신으로 사용하겠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 저술서는 의료평가나 감정에 활용되어야 하는데, 대한의학회 지침을 개정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개인 의견이 있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 있다. 그리고 개정판보다 보상에나 배상에 적응하기 위한 교섭활동을 더 우선하여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저서는 마치 배상과 보상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의 교과서인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특히 장애인복지법상 장애판정에 새로운 방식처럼 오해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저자는 서명에서 배상과 보상을 위한 의학적 판정이란 단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애판정이 아니라 보상판정이 맞을 것이고 장애판정은 자동차손배법이나 산재보상법의 개정을 통해 실현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장애인 판정과는 무관하다.

장애인 판정에서 법으로 묶고 있는 15가지 유형은 장애인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법에서 사회적 제약을 받는 자를 장애인이라고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학적 판단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장애인은 손상을 받은 상실자가 아니라 자립을 위하여 지원이 필요한 자이어야 하고, 개인의 특성과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판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