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 특성 반영 없는 종합조사 반대"
"장애유형 특성 반영 없는 종합조사 반대"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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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29일 오후 복지부 앞에서 궐기집회 열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29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시각장애 특성 반영 없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궐기집회를 가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29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시각장애 특성 반영 없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궐기집회를 가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홍순봉, 이하 한시련)는 5월 29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시각장애 특성 반영 없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궐기집회를 가졌다. 이 집회는 전국 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간부들 200여명이 참여하였다.

한시련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명령 제1호로 정한 장애인 등급제 폐지의 원 취지를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의료적 중심의 장애인 등급제가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등급제 폐지의 취지인데, 이러한 취지를 망각하고 등급제 폐지가 방향성을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도구의 평가지표 중 자세 바꾸기, 배뇨관리 등 운동성 문항은 지체장애인의 서비스 필요도를 측정하는 문항이고, 주의력, 환각, 환청 등은 정신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지표인데, 일상생활동작이나 인지행동 등의 각 지표 어디에도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지표는 없다.

이 종합조사 도구는 활동지원 서비스의 필요도만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기기 지원, 이동지원 서비스, 소득보장 지원 등 각종 서비스 제공의 준거틀로 활용될 것이므로 시각장애인은 복지 서비스에서 매우 불리하게 되었다. 등급제 폐지가 삶의 질 개선이 아니라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한시련이 종합조사 도구에 대해 동의를 하였고, 미비한 점은 조사의 매뉴얼에서 시각장애를 참작하여 불리한 점수가 나오지 않도록 고려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한시련은 동의를 한 바도 없고, 한시련은 변함없이 시각장애 특성을 고려한 지표를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종합조사 도구를 개발하여 복지부는 장애 유형별로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전과 차이가 있는지 시험해 보았는데, 시각장애인에게는 평균 월 7시간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해 10월 경 한시련은 강력한 항의 집회를 준비하였다.

그러자 복지부는 한시련 사무실을 방문하여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이 약속이 복지부는 현 종합조사 도구에 대해 한시련이 동의를 하였고, 도구는 그대로 두고 도구를 가지고 평가할 때에 사용할 매뉴얼을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장애 특성을 고려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고, 한시련은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자세 바꾸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을 경우, 할 수 있다고 답하면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니 자세 바꾸기가 곤란하다는 정도의 점수를 부여하여 조정해 주겠다는 것은 한시적인 기준이 될 수 있고, 일단 시행이 되고 나면 그렇게 할는지 알 수도 없으며, 시행이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왜 시각장애 특성의 질문을 포함하지 않고 마치 시혜적 입장에서 덤으로 주는 점수로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시련 사무실을 찾아와 결국 복지부가 달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시각장애인들이 하자, 한시련은 복지부를 믿고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없자 시각장애인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몇몇 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권리연대를 결성하였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길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고, 국회의원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청와대 인사를 만나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시각장애인권리연대가 청와대 인사를 만나 문제점을 지적하자, 복지부가 평가도구를 바꾸거나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어 해결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것은 문제해결책이 아니라고 하여 대책 마련을 위해 결국 복지부와 시각장애인권리연대가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한 인사가 시각장애인이 주장을 설명하고 있는데, 자리를 떠나 다른 일을 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리를 떠났는지 모르고 계속 혼자 말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상대가 없는 것을 알고는 시각장애인은 분개했다.

한시련은 회원들의 항의와 개별 행동에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더 이상 회원들의 항의를 묵살할 수는 없었다. 결국 한시련은 회원들의 입장이 한시련의 입장과 동일함을 확인시키고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집회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제 등급제 폐지 시행 한 달을 남겨 놓은 시점에 평가도구를 재검토하자는 것은 복지부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도구가 아님을 알고도 강행한다는 것은 장애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행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특성을 고려한 평가도구 개발을 재차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에 복지부의 설득을 과신하거나 복지부의 달래기에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한시련이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한시련은 강력한 투쟁만이 이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한시련이 복지부를 신뢰하기에 기다린 것이지 태만하거나 회원들의 권익에 소홀하게 하여 생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지금, 한시련은 배수진을 치고 투쟁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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