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장기입원 줄이려면 지역중심 정신보건서비스 제공돼야"
"정신병원 장기입원 줄이려면 지역중심 정신보건서비스 제공돼야"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6.12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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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병원 장기입원의 진단과 대안' 정책간담회 개최
"조현병 환자 평균 재원 기간, OECD 50일·한국 215일"
조기개입 및 지역중심 정신보건 서비스 제공 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병원 장기입원 근절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기 발견과 조기 치료, 지역사회 돌봄과 재활서비스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곡동 소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병원의 장기입원 현황과 원인을 규명하고, 장기입원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영문 대표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이영문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상황별 적절한 개입 방안을 마련하고, 입원 중심 치료 체제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정신보건 모델로 변경해 나갈 것을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정신질환자 평균 재원기간은 247일로, 이탈리아 13.4일, 스페인 18일, 독일 24.2일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 정신병원 입원환자 수는 2016년 6만 9천162명에서 2018년 4월 기준 6만 6천523명으로 큰 변화는 없었으나, 국공립 정신병원 입원 환자 상당 수가 사립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치료개입과 입원 문제에 대해 “조기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문제발생 이후 무조건 입원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제도가 환자의 장기입원과 지속적인 재입원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입원치료에 대한 낮은 보험수가 문제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선진국은 입원 병상을 줄이는 지역사회 돌봄 및 거주로 전환하는 추세인 반면, 한국은 오히려 병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한국형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부적절한 장기입원은 인권침해의 형태로 나타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치료 후 당사자와 가족이 입원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 연계가 구체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면서 ”단 충분한 준비 없이 지역사회 돌봄을 진행할 경우, 과거 덴마크에서 나타난 재앙같은 결과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덴마크는 1999년 지역사회 탈수용화의 부작용으로 정신병 환자 사망률 100% 증가, 정신장애인 범죄율 6.7% 증가, 급성 입원율 85-99% 증가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나타났다.

이 대표는 또 장기입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을 초기에 발견해 빨리 개입하고 ▲질환 상태 및 질환별 차등적 치료환경 적용 ▲낮은 수가 개선과 입원 기간에 따른 차등 수가 제공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지원 수가는 커피 한잔 값”이라며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차등없는 적정 수가가 제공되어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형준 병원장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김형준 병원장은 “우리나라 정신건강 분야 인프라와 유럽의 정신보건 인프라를 비교하면, 인구 1000명당 정신과 의사는 독일 0.27명에 비해 한국은 0.07명에 불과하고,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OECD 가입 유럽국 약 2만4천원에 비해 한국은 3천889원이다”라며 “또 10만명당 정신건강 전문인력 수는 OECD 가입 유럽국 50.7명에 비해 한국은 16.2명에 불과하다”며 인프라 개선을 주장했다.

정신장애인 치료를 위한 의료적 인식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OECD에서는 한국의 정신건강 모델에 대해 '정신병원이 대한민국 정신건강 케어를 독점하고 있다'고 설명하거나 '대한민국의 정신건강 케어는 장기입원 방식의 시설화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병원치료를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사회 인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병원 장기입원 근절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발제에 이어 정신장애 의료기관 실무자와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정신장애인 장기입원 개선을 위해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전정원 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정원 특임이사는 “정신질환 초기 적절한 치료 개입과 지속적인 약물 등을 통한 관리가 수반된다면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사료된다”면서 “세분화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신병원의 치료인력, 환경 및 시설, 치료 프로그램 측면에서 개선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타과 중증질환과의 수가 차별을 개선하여 환자가 안전한 치료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편견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조원용 이사는 “모든 비자의 장기 입원 환자들은 최소 6개월 마다 보건소의 정신보건심사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원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병원이 요구에 의해 장기입원이 지속된다는 평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장기입원은 의학적 목적과 우리나라의 준비되지 않은 사회 복귀환경으로 인해 해결을 위해 현재까지 발생된 점을 감안하면, 모든 장기입원이 비도덕적 혹은 비윤리적으로 치부되어 단변 일률적으로 모든 환자에 대해 장기입원을 지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현호 변호사

장기입원에 대한 치료현장의 관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울법률사무소 신현호 변호사는 “현재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밖에 있고 자·타해 능력조차 없는 환자들이 요양기관에 장기재원 중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에 대한 퇴원요구 시 ‘나가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비의료적 반대의견으로 퇴원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신요양기관은 숙박업소가 아닌 치료기관이므로 정신요양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이 치료필요성에 의해 운용되어야지 경제적 유인으로 운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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