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 "결국 약 잘먹는 병자 만들기 진행 중”
정신장애인 인권? "결국 약 잘먹는 병자 만들기 진행 중”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6.27 12: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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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간담회 개최
정신장애인의 현실 "약물의 씨앗을 심어 입원으로 꽃을 피워 자살로 열매 맺어"
보건복지부, "정책간담회 4회중 단 1회 참석... 인권개선은 정부 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무너진 인권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무너진 인권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요 몇 개월 정신장애인... 특히 조현병 환자들에게는 역대급 태풍이 부는 시기인 것 같다. 이렇게 온 언론이 나서서 불특정 환자들을 범죄자, 피의자, 예비 살인자로 몰아간 게 아마 단군 이래 처음일 걸로 보인다. ... (중략) ... 이제는 조현병 환자가 소란만 피워도 보도가 되고,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정신질환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정신병원도 정신재활시설도 다 기피시설이고 혐오시설이 되었다”

정신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녹색병원 백재중 부원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정신장애인이 강력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진 후, 모든 조현병 환자는 살인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무너진 인권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5일부터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국내 정신장애인의 실태와 현황을 살펴보고, 언론과 의료시설, 지역사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확인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정신질환 전문가 및 당사자, 가족이 갖고 있는 정신장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태도를 되돌아보고, 의료인과 소비자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였다.

특히 발제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료계 입장과,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명확한 입장차가 확인됐다.

■ “인권위원회, 보건복지부는 ‘침묵’, 의료계는 ‘약물’만 강요.. 결국 약 잘먹는 병자 만들기 프로젝트 진행중”

이정화 대표
이정화 대표

이날 간담회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화 대표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로서 최근 정신장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심각한 마녀사냥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언론의 강력범죄 보도에 정신장애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비판하며 “언론 보도 기사의 댓글이었던 ‘약 먹여서 죽여라’ 등의 표현이 이제는 이웃들이 직접 말하는 처지”라고 정신질환 환자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의 근본적인 문제를 대중의 거친 혐오와 손가락질에 당사자는 말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에 대한 모든 문제는 의료계 전문가나 중재자, 보호자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모든 시스템에서 확인된다. 지난해부터 법정 의무화된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비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정신장애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나 국가인권위원회, 의료계나 복지 종사자는 ‘제약회사’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화려한 조연이 된지 오래”라며 비판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말하지 않고, 자극적인 범죄나 이슈에 보도함으로써 가십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중 자살을 생각한 대상은 50.1%, 자살을 계획했던 사람은 68.7%, 직접 시도한 대상자는 75.1%로 정신장애인 자살률이 전체 인구보다 8배 더 높은 수치로 확인됐다. 이를 연간 인구 10만명당 자살인구로 확인하면 일반국민이 24명에 불과한 것에 비해 정신장애인은 퇴원 후 1년 이내 자살하는 인원이 1,151명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확인됐다.

이 대표는 “언론은 강력범죄에 앞에만 정신질환 여부를 붙여 넣고, 실제적인 당사자의 어려움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결국 이 모든 사회구조는 정신장애인을 학살하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어냈다. 정신질환으로 진단을 받으면 ‘약물’이란 씨앗이 지속적으로 심겨지고, ‘입원’으로 꽃을 피어 ‘자살’로 열매 맺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약물의 부작용에 따라 다리에 심각한 문제가 찾아와 절단을 할 뻔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정화 대표는 약물에 따른 부작용으로 다리를 절단할뻔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화 대표는 약물에 따른 부작용으로 다리를 절단할 뻔 했다고 설명했다. ⓒ 소셜포커스

정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문제 지적 속에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문제에 직접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애인당사자 운동’을 통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들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자세와 질병에 익숙해진 의식에서 벗어나 마음껏 아플 자유, 자신이 원하는 치료 방식을 선택할 권리, 자신의 위험에 직면할 자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용어의 변경을 주장했다. ‘정신장애인’을 ‘사회심리적장애인’이나 ‘심리사회적장애인’으로 바꾸고 ‘정신병원’을 ‘정신건강휴양센터’ 등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자립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주거, 직업, 상담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체제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지역사회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정신질환에 대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동료전문가를 양성하여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과장
이상훈 과장

이어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교육과 이상훈 과장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 과장은 해외의 다양한 정신질환 당사자의 치료과정을 설명하며 국내에서 ‘당사자 및 가족 단체의 위상 및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전국 정신장애인당사자 가족 포럼’ 진행 이후부터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을 정신질환 문제의 핵심 열쇠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9년 9월부터 2021년 말까지 진행되는 국가정신건강 인력대책 연구에 ‘동료지원가 및 가족 교육과정 개발 및 시범사업’ 시행을 핵심 연구주제로 선정하여 심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정신장애인의 개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자격증 관리, 수련과정 및 보수교육 처리, 운영위원회 결과 보고, 주요사항 공지 및 민원처리 등을 전담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가족과 당사자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와 동료지원가 교육 및 활동 지원 필요성 대두에 따른 다양한 정책제안을 마련한 상황”이라며 “성공적인 정신장애인 돌봄을 위한 가족 및 당사자 단체의 활성화와 단체 간의 유기적 소통에 따른 연합이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무너진 인권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정신장애인 정책 제안? 한 건물 2층과 5층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같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뒤따랐다.

이해국 특임이사
이해국 특임이사

먼저 의료계와 장애인당사자의 간극이 향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해국 특임이사는 “의사로서 보면 우리나라 정신치료 체계는 정말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의료계 전문가와 장애인당사자의 발표를 보며 한 건물의 2층과 5층에 있는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은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보다 근본적으로 잘 치료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신장애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확인됐다. 이해국 이사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모든 지원은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통해 배제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금지의 법제화를 통해 치료재활은 일반 신체질환 수준의 서비스와 정책으로 정비하고, 복지서비스는 구체적인 로드맵, 재정 소요 추계, 추진전략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당사자, 가족, 치료자, 지역사회 실무자 및 인권 전문가의 유기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명민 위원

정신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편견을 전문가와 실무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최명민 위원은 “정신장애인을 표현한다면 그냥 사람, 보통사람,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전문가와 서비스 이용자라고 정해진 구분은 없다. 어떤 경로와 기회에 의해 잠깐의 역할일 뿐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규 부회장

정신장애에 대한 국가적 인식개선과 올바른 개념 정의가 먼저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항규 부회장은 “정신장애인이 없는 정책간담회, 보건복지부 장애인 정책국 담당자가 오지 않는 토론회가 정신장애가 처한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토론회나 간담회, 포럼, 공청회에서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라는 단어를 아무 거리낌 없이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필요에 따라 ‘장애인’도 되었다가 ‘질환자’도 되었다 하는 현실을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가’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자 속에 정신장애인이 포함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치료, 상담, 사례관리. 재활, 회복 등 많은 것들을 질환자 관점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숙자 부회장

정신장애 전문 인력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김숙자 부회장은 “그동안 행해진 의료적 조치와 정신의료현장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전문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과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 간에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치료가 학대로 인식되고 정신의료기관이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가슴 아픈 현실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여하기로 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다른 외부 일정으로 불참했다. 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4회의 일정 중 보건복지부가 참여한 횟수는 단 1회에 불과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관심도, 개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무너진 인권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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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 2019-07-08 08:54:56
우리 나라 발전 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나라도 변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나 2019-07-08 08:51:15
에휴..
뭔가요?
한숨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