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안인득? 이대로라면 조만간 또 나온다”
“제2의 안인득? 이대로라면 조만간 또 나온다”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7.15 18: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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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국공립' 운영, 민간시설은 '개방병동'으로 변경할 것 주장
정신과 주치의... 환자에게 '절대적 존재'로 군림
과도한 약처방에 따른 환자의 호소.. 철저하게 무시..
당사자 단체 "안정화 쉼터 운영으로 지역사회 문제 개입 가능"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지난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아파트에 방화를 저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8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주인공은 안인득(42)이었다.

안인득은 참변사건 석달만인 지난 5일 살인 및 살인미수, 특수상해, 현주건조물 방화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 진행중이다. 한 사람의 일탈 행위나 정신적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안인득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건 이후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로 수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이 흉악범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정신장애인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돌봄 환경 조성을 위해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소장을 만났다. 그는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지난달 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개최한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신석철 소장. ⓒ 소셜포커스

■ 정신장애인에 가장 큰 장벽?! “장애인복지법 15조”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소장은 “정신장애인이 느끼는 가장 큰 차별의 시작은 ‘장애인 복지법 15조’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법 15조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은 자립생활 및 동료상담지원은 물론 장애인복지관 이용에도 제한을 받는다.

해당 법률은 정신장애인 삶에 많은 차별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서는 장애인복지법 15조를 근거로 정신건강정책과에 문의하라고 넘기고 있으나, 해당 부서에는 정신질환과 관련한 전담인력이 없다. 겨우 정신재활이나 요양시설만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복지서비스를 위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은 없다. 서로가 행정 칸막이 속에서 선을 긋고 폭탄 돌리기에 바쁘다.

신 소장은 “장애인복지법 15조의 우선적 폐지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보건복지부에서 정신질환 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장애인 관련과에 전담인력을 두어 체계적인 관리와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신질환 환자 “의료 99% vs 복지 1%가 현실”

신 소장은 “2008년부터 전국에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생겼다.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예산도 늘어났다. 그런데 왜 치료받은 환자, 퇴원 환자는 적고 장기 입원환자만 지속적으로 늘어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석철 소장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 환자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극히 드물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주3회 알코올 중독, 자살, 우울증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애인복지관은 받아주지 않는다. 다른 서비스는 받을 곳이 없다.

결국 갈 수 있는 곳은 병원. 정신질환에 대한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면 약물복용과 병원입원이 치료의 기본이 된다. 병원은 환자가 오면 지속적인 약물투약과 함께 전문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안좋을 경우 입원을 권유한다. 그리고 입원을 하면 아주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게 된다.

신 소장은 그 이유를 입원 환자에 대한 의료수가가 안정적인 병원의 수입이 되기 때문으로 지목했다. 환자의 수는 병원의 수익으로 직결되므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이 아닌, 장기입원을 통한 수입 관리를 목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신 소장은 “병원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대부분 폐쇄병동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는 그 누구도 폐쇄병동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주변사람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다.

입원한 환자들은 병원으로 면회를 온 가족에게 퇴원을 요청한다. 이에 가족은 전문의에게 퇴원을 문의하게 되고, 전문의는 가족에게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패턴은 서울과 지방에서 동일하게 반복 된다. 환자에게 퇴원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아니, 퇴원은 불가능하다.

신 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신질환을 가진 대상자에게 선택권은 없다. 약을 먹고 입원을 하는 모든 과정이나 결정에 당사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왜 지속적으로 장기입원 환자의 비율이 늘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든 병원이 폐쇄병동으로 운영되어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안으로 “입원환자를 국공립 병원에서만 받게 하면, 입원환자가 100명이든, 50명이든 환자 수에 상관없이 월급을 받아가기 때문에 치료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하며 “이와 함께 전국에 있는 폐쇄병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환자 상황에 따라 민간 의료시설을 개방병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정신질환자 주택사업’에 항의하는 정신장애인당사자 단체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 정신과 전문의 권위..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존재.. 약으로 조진다”

정신질환을 처음 진단한 전문의는 환자에게 절대적 존재로 군림한다. 진단 이후 병원을 선택할 권리도, 부조리한 문제 건의도, 약에 대한 부작용 문제도 말할 수 없다.

이날 인터뷰에서 신 소장은 얼마전 겪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공동생활주택에 함께 거주하는 정신질환 환자가 약이 너무 세서 호흡곤란이 자주 찾아와 응급실에 3회 실려가는 일이 있었다. 이에 약을 조절받고 싶어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혼자는 갈 용기가 나지않아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직원에게 동행해 줄 것을 요청했고, 센터 직원과 환자는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담당 직원은 해당 의사에게 최근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며 약물에 대한 조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때 전문의의 대답은 충격적이다. “당신이 약에 대해 뭘 알아. 그냥 주는대로 먹어”

신 소장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약으로 조진다. 약이 세지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밝히며 “정신질환 환자는 장애인등록부터 운전면허 시험응시 여부, 활동지원서비스까지 생활의 모든 부분이 전문의 소견에 따라 결정되므로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슈퍼 을”이라고 정신장애인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어 신 소장은 “정신과 의사와 환자는 함께 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서로 입장을 이해하며 나아가야 한다. 현재 갑과 을로 나뉘어 운영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하며 “법원의 판사, 병원의 전문의 등은 장애인권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장애 유형에 따른 상황이나 당사자의 환경에 따라 공정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정신질환자 주택사업’에 항의하는 정신장애인당사자 단체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지난달 24일 서울시 ‘정신질환자 주택사업’에 항의하는 신석철 소장의 모습. ⓒ 소셜포커스

■ 문제 해결안? 결국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당사자가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것“

최근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 환자의 돌발 행동에 대한 답은 없을까?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신 소장이 외쳤던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과 예산만 늘리면 정신장애인이 정말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정말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 의료계는 “국민건강공단의 의료 수가 인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신건강보건센터는 “인력 증원과 예산 증액을 통해 정신질환 환자의 사례관리 강화”를 주장했다.

그럼, 정신장애인당사자 단체의 입장은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신 소장은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강제입원을 국공립 의료시설 위주로 운영 ▲민간시설은 개방병동 운영으로 전환 ▲정신건강보건센터 사업체계 개선 및 사례관리 강화 등을 주장했다.

특히 신 소장은 “정신질환 환자가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여 당사자가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정신건강보건센터, 병원, 상담센터, 장애인복지관, 안정화 쉼터 등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여 정신질환 환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의 정신건강이 힘들고 어려울 때,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안정화 쉼터’를 설치하여 15일 가량 와서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안정화 쉼터를 정신장애인당사자 단체에서 운영하여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담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정신질환 환자가 밤에 정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도 연락할 곳이 없다. 정신건강보건센터 실무자 명함에 휴대번호 연락처는 없다”고 설명하며,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 종교시설에서 위탁받아 쉼터를 운영하면 또 다른 정신건강보건센터가 될 것이다. 당사자 단체에서 당사자의 관점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신 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지금 이대로 계속되면 제2의 안인득? 임세원 교수 사건? 조만간 또 나온다”고 걱정하며 법과 제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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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칠 2019-07-18 13:35:45
복지사각을 없애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복지입니다, 사례관리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감추어서는 해결이 안되고 들어내어 이슈화 해야 개선이 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박*현 2019-07-22 13:02:28
사각을 없야야 합니다. 사회복지사 활동 많이 하고 정신장애인 사회 돕고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복지가 세계를 넘어서 활동 1위를 향해서 화이팅^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