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적용이 오히려 복지를 후퇴시킨다”
“근로기준법 적용이 오히려 복지를 후퇴시킨다”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7.18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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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련된 서비스 할 수 있는 고급인력(장애인 활동지원사) 상당수 이직
- 중증 와상 장애인들은 인력 수급 어렵고...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은 생명에 위협 느껴

근로기준법 제54조는 휴게시간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적용의 제외업종(특례업종)은 59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들은 특례업종으로 되어 있었으나 지난 해 3월 20일부터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근로기준법의 휴게시간과 주당 근무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사회복지 종사업무에는 활동지원사도 포함된다.

휴게시간은 4시간 이상 일을 하면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여야 하고, 8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게 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완전한 적용은 노동자의 복지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전문기관 누구도 반기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였더니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힘들게 되었다거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기준인데, 사람들은 일반 기준처럼 여겨 대부분 최저임금 맞추기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에 비해 최저임금은 그리 낮은 편이 아니지만, 우리는 최저임금으로 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제도에는 역기능과 순기능이 있다. 근로기준법도 일종의 규제인데, 노동시장은 자유경제가 적용되지 못하고 계획경제 논리로 모두가 접근하다 보니 역기능은 더욱 많이 나타난다. 사회복지 종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전문기관의 입장에서는 활동지원사 시급에서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4대 보험의 회사 부담금과 연차수당, 휴게수당 등을 지급하여야 하니 경영이 악화되어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는 시급의 수수료를 조금 더 공제해도 최저임금은 맞출 수 있으나 앞으로는 최저임금을 제외한 금액을 수수료로 공제하여 수당과 보험금 등을 맞추고 운영비와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종사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음에도 나아진 것이 없다. 과거에는 급여를 최저 임금의 10% 정도 더 많은 수준을 받았는데, 지금은 최저임금과 수당을 분리하여 명목만 다양할 뿐, 수령액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당 52시간 이상을 근무하여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었다. 임금이 낮은 대신 근무시간을 많이 하여 수령액을 늘릴 수 있었다. 때로는 장애인 집에서 살다시피 입주식으로 근무하면서 300시간, 400시간도 근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월간 200시간 이상은 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이 최대한의 근무시간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최저임금 정도를 받을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힘들게 같은 급여를 받고 장애인 활동지원 업무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상당수가 이직하였다. 이렇게 이직한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매우 숙련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고급인력들이었다.

장애인들은 휴게시간 수당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용에 대한 책임은 전문기관에 있으니 서비스만 받으면 된다. 만약 장애인이 휴게 시간을 염려하여 7시간 일한 것을 8시간 일한 것처럼 처리하면 부정행위자가 된다. 8시간 일하면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대체될 수 있으나, 활동지원사는 그 시간 장애인을 위해 식사보조를 해야 하는 근무시간이다. 물론 자신도 짬을 내어 식사를 하겠지만 1시간의 휴게시간은 주어지지 못한다.

장시간 장애인에게 종사할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1인이 일할 업무 분량을 여러 사람들에게 쪼개어져 3인이 일하게 되어 정부 입장에서는 실업자를 줄이는 실적을 만들어 주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력이 그렇게 풍부하게 공급되지 못한다.

1일 8시간 활동보조를 받는 장애인이라면 7시간을 한 사람에게서 활동지원을 받고 휴게시간을 위하여 1시간은 다른 종사자에게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1시간을 위해서 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중증 와상 장애인들은 인력 수급이 어렵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아야 하므로, 인수인계 과정에 공백이 생겨 인공호흡기 사용자 등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김광수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휴게시간에 해당하는 것을 추가비용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휴게시간을 다시 특례업종으로 지정하여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나 개정된 법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노동부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1조원 정도의 활동지원 예산을 더 인상하여 시급이 오르면 수수료도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수당을 주거나 대체인력 수급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 또한 일시적으로 최저임금과 전문기관 운영비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시적 효과만 있을 것이다.

별도로 기관 국고 보조금을 늘려 주는 것은 현재 전문기관은 국고지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지자체 보조를 받는 곳도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별도로 수당을 정하여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례가 없고, 시급 체제만으로 되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최저 임금 수준을 겨우 방어해 내는 힘겨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너무나 많다. 일본의 경우 휴게시간을 오히려 틈틈이 쉬는 것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기피현상과 인력의 성비 불균형 등도 문제이지만 휴게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전문기관에서 하루 3시간만 일하도록 하고 그 대신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법도 있다. 정말 문제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고민할 시간을 왜 잔머리를 굴리는 데 허비해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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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7-22 09:41:52
우리나라 법은 누구편인지...
결국 피해를 보는건 장애인분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