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건 무서운 적이 아니라, 불쌍하게 보는 시선”
“두려운 건 무서운 적이 아니라, 불쌍하게 보는 시선”
  • 김승근
  • 승인 2019.07.19 04: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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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러브...‘언젠가 꼭 1승을 거두겠다’

 

"우리의 세상에는 소리가 없습니다. 심판의 목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배트에 공이 맞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도 파이팅을 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53번째 정식 등록된 고교야구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입니다."

청각 장애는 운동 하는데 어떤 요소로 작용하게 될까? 함께 운동하는 코치진과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수화 등의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기에 사실상 할 수 있는 운동은 많다고 생각된다. 또한, 팔이나 다리처럼 움직이는 신체 부위가 불편한 이들에게는, 패럴림픽 같은 특별한 기회를 통해 스포츠와의 거리를 밀접하게 해주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장애를 갖고 있다면 운동을 쉽게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이런 내 생각에 경종을 울렸던 한편의 영화를 만났다. 영화 ‘글러브(드라마/감독 강우석/ 배우 정재영, 유선, 강신일, 조진웅)’는 청각 장애가 있는 야구선수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야구에서 소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공을 던지고 치고받는 모든 과정에서 선수들이 야구공의 움직임을 단지 눈으로 쫓아가서 잡고 던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에서 야구공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를 듣고 타구의 위치와 경로를 판단해 움직여야만 공을 쫓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청각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게 야구는 할 수 없는 스포츠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들이,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핸디캡 없이 겨루는 것은 불공평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실화를 담은 이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런 야구를 하고 있다. 오로지 야구에 대한 애정과 ‘해낼 수 있다’는 희망만을 가지고 말이다.

공이 배트에 맞아 홈런이 되는 큰 타구 소리도, 영화 속 아이들에게는 적막한 고요와 같다. 이 아이들은 스트라이크나 볼을 판정하는 심판의 목소리도 손짓이나 행동을 보고 판단 한다. 상대팀이 옆에 와서 어떤 말을 해도 듣지 못하고, 상대가 큰 소리로 작전을 모의해도 들을 수 없다.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 걸까? 나는 호기심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으로 영화를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상대는 도저히 이기기 힘든 상대가 아니다. 바로 우리를 불쌍하게 보는 눈이다. 그런 시선이야말로 우리를 일어서게 만드는 힘조차 무너뜨린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투수 1명을 포함해서 총 10명의 선수들이다. 대체할 후보 선수조차 없다. 고교 야구부인데도 같은 고교 야구팀들은 그들을 무시할 뿐, 같이 연습할 의미조차 없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늘 사정하듯이 중학교 야구부와 연습경기를 하고 언제나 패배를 떠안고 돌아올 뿐이었다.

이런 초라한 야구부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최고 간판투수 김상남 선수가 음주폭행사건에 휘말리면서 징계를 받게 되고 결국 이 야구부에 임시 코치로 오게 된다. 그의 까칠한 등장, 귀찮다는 티를 내면서 이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처음, 김상남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일에, 불평을 가득 토로하며 말도 통하지 않고 실력까지 형편없는 야구부원들을 귀찮게 여긴다. 하지만 ‘야구를 진짜 좋아해서 하는 것뿐’이라고 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점차 감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유일한 목표 ‘전국대회 1승’의 도전장을 내밀고 결심하게 된다. 20점, 30점, 상대편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낼 동안 단 1점도 낼 수 없는 경기를 계속 하겠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불가능한 일에 왜 계속 매달리는 거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 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문득, ‘왜? 저 아이들이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걸까?’라며 자문해보기도 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 저 아이들을 무시하고, 불쌍하게만 보는 시선, 이것이야말로 오만한 모습이 될 수 있다. 저 아이들은 단지, 야구가 하고 싶을 뿐이고, 좋다는 것일 뿐이다.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단지 실력이 좋지 않고, 야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신체적 조건이라는 것으로, 야구를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인 것이다.

 

“파이팅!”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야구부 아이들과 감독이 함께 손을 모아 외치는 그 구호였다.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보면, ‘들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웬 구호인가?’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편견을 지워보면,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오늘은 이기겠다!’라는 활기 가득 찬 그 구호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그 들리지 않는 구호 속에 ‘언젠가 꼭 1승을 거두겠다’라는 그 목표를 스스로 다짐하게 만든다.

이들은 우리나라 53번째 고교 야구부로 정식 등록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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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2019-07-22 10:16:35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싶습니다

보***회 2019-07-19 11:29:23
저도 이영화보고 많이 울고 감동도 받았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야구를 어떻게 하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코치님과 아이들이 처음에는 서로 의사소통이 돼지 않아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야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였어요.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할거라는 생각(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일반인들 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옆에서 지켜봐 주며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는 큰 희망일거에요.

하*필 2019-07-19 11:16:47
컬럼을 읽으면서 옳은 이야기라 공감이 갑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유교사상이 팽배하여서 장애인이 집안에 태어나면 우리네 부모님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죄가 많아서 하면서 탄식을 하는 것을 나는 보아 왔습니다. 그런 편견을 버리고 우리 모든 분들이 마음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