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영유아 가족을 위한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기억해주세요
발달장애 영유아 가족을 위한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기억해주세요
  • 김태일 기자, 황정식 기자
  • 승인 2019.07.23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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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립(구청장 조은희) 한우리정보문화센터 부설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최진희 소장 인터뷰
발달장애영유아, 위험군 가족을 위한 전문가팀 가정방문 시스템...한국에도 잘 정착해야
의료적 접근보다 가정 등 생활환경 속에서 가족의 역량 키울 수 있도록 서포트

[소셜포커스 김태일 황정식 기자] 집안에 아픈 이가 한 명 있으면, 또는 장애를 갖게 되는 가족이 있으면 모든 가족들이 함께 각자의 어깨에 삶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물며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되거나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 마음의 그림자는 더욱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무게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 영유아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의사의 진단과 값비싼 치료, 재활과정과 동의어가 되어버려 왔다. 가족의 삶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잔잔하다 못해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하는 게 당연시되고 아빠는 돈 버는 기계가, 엄마는 악바리가 될 것을 자처한다. 뭔가 다른 방향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할 때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해 왔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치료사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가족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또다른 답을 써 나가고 있었다.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늦게 접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 영유아 가족을 위한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고 그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이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장애인복지관)의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최진희 소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자.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최진희 소장 ⓒ 소셜포커스

Q.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우리정보문화센터 부설 기관인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는 서초구청의 지원으로 발달지연 영유아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발달지연을 조기에 발견, 평가하여 신경과학 연구에 기초한 치료·교육적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언어재활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각 아동과 가족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연구소에서 하시는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먼저, 목적은 장애 영아의 발달촉진과 가족지원입니다. 대상은 2세까지의 진단된 장애아, 발달지체, 장애-위험군 영아와 가족입니다. 조산아나 부적절한 양육환경의 영아도 포함됩니다. 영아와 가족 평가ㆍ치료ㆍ교육ㆍ가족지원 및 다음프로그램(어린이집, 특수학교 유치반)으로의 전이지원을 하나의 기관이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제공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만 찾아가는 게 아닌 가정 및 어린이집에서 치료ㆍ교육기회 및 부모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적인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조기개입팀에서 주서비스제공자와 서비스코디네이터를 정하고 부모에게 일관성 있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진단을 하는 의료기관 및 보건소, 재활교육 가족지원을 하는 복지관, 장애 영아가 있는 어린이집 및 육아종합지원센터 간의 협약을 통해 상호 의뢰와 사례 회의하는 협업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기개입 서비스의 지원팀 구성 (그림=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제공)

Q. 기존 발달장애 치료나 지원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장애 영아가족 지원 사례와 외국의 사례비교를 통해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지방에서 태어나 12개월 된 보람이 가족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12개월 된 에밀리가 있습니다. 둘 다 27주째에 조산했고 뇌출혈과 호흡곤란을 겪었습니다. 

보람이의 의사는 대도시 병원에서 재활치료 할 것을 권유했고, 가족은 아빠만 남기고 엄마와 보람이가 서울로 이사해 대출로 서울생활 하면서 치료비와 생활비를 합해 월 400만원 정도의 지출을 하게 됩니다. 반면 에밀리의 의사는 버지니아 주에서 제공하는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권유하고 직접 의뢰까지 해 주죠. 이후 재활서비스 전문가팀의 가정 및 어린이집 방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므로 에밀리의 엄마는 복직을 할 수 있고 서비스이용비 월 5만원(가족수입에 따른 비용 책정)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됩니다.

보람이는 병원에서 하루 4개의 재활치료에 더해 사설치료시설의 추가서비스를 받으며 낯선 환경에서 울음과 거부반응 및 잦은 감염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반면 에밀리 가족은 집과 어린이집에서 일상생활을 통한 재활서비스 및 가족지원 받으며 일상환경에서 자연적인 발달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가장 차이점은 영아기 두뇌발달연구에 기초한 가족중심 조기개입을 가정, 어린이집 등 자연적 환경에서 가족의 역할을 강화하고 재활 양육의 방법 습득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경제적 부담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전국 각 지역마다 동일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보편적이고 평등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특징도 들 수 있습니다.

Q. 다른 선진국들은 조기개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EU 대부분 국가, 대만  등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장애 영아 조기개입 서비스가 가장 우수하게 꼽히고 있는데, 모든 장애인 교육법(IDEA: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1986; 2004)에서 만 3세미만의 장애영아와 가족을 위한 조기개입 서비스체계와 세부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기개입은 장애영아와 가족을 지원하는 종합적이고 통합된 서비스 체계이며, 특수교육, 재활치료, 가족지원 및 다양한 관련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유럽연합은 HeliosII 프로그램이라고 불리우는데, 1994년부터 유럽 각 나라의 조기개입을 지원해왔고 아동발달, 가족지원을 자연적인 일상환경에서, 전문영역간의 팀접근으로 지원, 지역사회 기관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네가지 목표를 상정하고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건 △영아의 발달을 지원할 수 있게 가족을 지원 △주요 발달영역들의 아동발달을 촉진 △아동의 대처능력을 발달 △향후의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호주는 장애서비스 법(Disability Service Act)에 근거한 조기개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영아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가족중심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일상생활 경험을 통한 가족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영아발달을 촉진하는 팀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살림을 맡아 보는 조성훈 팀장 ⓒ 소셜포커스

Q. 조기개입, 우리나라엔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나요?

현재 전국에 몇몇 장애인복지관들에서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한 통합적 가족중심 조기개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서초구립한우리정보문화센터, 도봉구장애인복지관, 안산시장애인복지관, 김포시장애인복지관, 청주시혜원장애인복지관, 포항시장애인복지관, 여주시장애인복지관, 서천군장애인복지관, 포항시장애인복지관 등입니다. 장애인복지관은 전국에 약 230여 개가 있으며 지역마다 고루 분포되어 있어 이를 활용한다면 많은 영유아와 가족에게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활동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이미 한국 현장에는 치료실 위주의 프로그램이 셋팅되어 있고, 부모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까페 내 대다수의 정보가 이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자연환경(가정, 어린이집, 놀이터 등)에서 초영역(Transdisciplinary)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 확보가 많이 필요합니다. 

조기개입 서비스 신청부터 전이지원까지 (그림=영유아발달가족지원연구소 제공)

Q.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행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의 수정 및 시행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법을 통해 종합적인 가족중심 조기개입 서비스 실시기관을 지정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 장애인복지관, 보육기관 간의 연계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치료·교육·가족지원의 분리된 현행 체계가 아닌 일원화된 가족중심 조기개입 시행을 담당하는 행정기관도 설립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거나 예상되는 모든 아이에게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가족중심 조기개입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법 제정과 제도화가 시급한 것이죠.

Q. 장애계, 관련단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근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은 가족, 사회, 국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특히, 장애 및 장애-위험군 영아의 조기 발견, 적절한 조기개입을 통한 발달촉진이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의료, 재활치료, 교육, 보육, 사회복지, 부모 등 관련 전문가들은 만 3세 미만의 장애 및 위험군 영아의 조기발견, 발달촉진 및 가족지원을 하는 ‘가족중심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가족중심 조기개입’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충분치 못한 상황입니다. 관련 전문영역간의 협업을 이루고, 지식과 기술을 연구하며, 전문가의 직무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가족중심 조기개입’을 널리 보급해야 할 시기입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하던 관련 전문가 모임이 지난 2018년 11월 3일 협회로 공식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영역에만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면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협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전경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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