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학산 맏내제 인권숲 제대로 만들기
전주 학산 맏내제 인권숲 제대로 만들기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7.23 15: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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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도시 근교에 있는 평화동 학산 맏내제에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휴양공간이 마련된다. 전주시는 2억원을 투입해 11월까지 공사를 하여 데크를 만들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전망대와 수변길을 만들어 천만그루 전주시 사업의 일환으로 인권 숲을 조성한다고 한다.

턱과 계단을 없애고 폭 1.5미터, 길이 172미터의 데크를 만들어 울창한 숲과 수변의 수려함을 교통약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조경석과 침목, 연석의자도 설치한다고 한다. 폭이 1.5미터이면 휠체어 교행은 겨우 가능하지만 다른 시민들과 같이 이용하기에는 좁은 편이다. 또한 수변 공간만 데크가 설치되어 172미터 외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 일부 이용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만족할지, 아니면 다른 곳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할지는 장애인이 아니면 모른다.

맏내는 맏이와 막내의 합성어이다. 원래는 형들 중에서 가장 어린 형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월드컵 20세 이하 선수가 출전하는 U-20 축구선수 이강인의 별명으로 사용되면서 나이가 어리지만 형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연예계에서는 그룹 중에서 동생의 어리광이나 장난을 잘 받아주는 형을 뜻하기도 하고 맏형이지만 오히려 어리게 보이는 인물을 일컫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맏내 누구, 걸그룹 솔라와 같이 다양한 의미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학산이 있는 평화동 일대에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두운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로 맏내제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맏내는 신조어이니 과거에 이런 의미로 불렸을 리 없다.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참여로 학산이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되었는데, 예술의 끼는 맏내와 같은 포용과 책임지는 능력의 의미로 사용되어 맏내제를 찾은 사람들의 맏내 역할로 위로와 휴양을 제공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니 포용을 위해 장애인은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산은 높이 360미터의 비교적 낮은 산이다. 내려오는 물을 모으기 위해 산정에서 관으로 연결해 작은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이 산은 매우 울창한 숲들이 있다. 전주 시민들은 등산로로 이 산을 찾고 있다. 황토 흙과 고목의 나무뿌리를 계단삼아 등산을 하면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산이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당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무장애 공간을 마련한 곳은 2003년 서울 남산 둘레길이다. 남산 케이블카 앞 소파길에서 국립극장까지 왕복 3.6킬로미터의 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산책을 하면서 다치지 않도록 시냇물이 흐르는 곳을 턱으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여기에 부딪혀서 넘어져 다리가 골절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시냇물을 모두 덮어 버렸다. 그랬더니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바닥을 이색이질로 하여 시냇물 소리도 들으면서 다치지 않도록 하였고, 장애인 화장실과 길 중앙에 점자블록을 설치하였다.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시각장애인끼리 부딪힐 수 있어 흰지팡이로 소리를 내며 다닌다. 하루에 약 30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국립공원 북한산 매표소까지 가는 내시모역길과 마실길이 등산코스 9길인데, 여기에도 데크를 놓아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등산코스 21길인 도봉옛길인 산정약수터에서 220미터 길이로 데크를 설치하여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코스도 있다. 홍은동에서 옥천암까지 가는 자락길도 무장애로 조성되어 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화담숲길도 휠체어 접근이 잘 갖추어져 있으나, 주위에 이용할 식당이 마땅치 않은 것이 흠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수목원으로는 아침고요수목원, 한밭수목원, 경남수목원, 한라수목원, 미동산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푸른수목원 등이 유명하다. 장애인들도 힐링이 필요하고, 숲은 사람들에게 포근함과 자연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관광접근권이란 이름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위스나 네팔 등의 등산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구간을 만들고 있는데, 중국 통화에서 백두산을 올라가 천지로 가는 곳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마지막 급경사는 천여 개의 계단이라 휠체어를 이용하여 올라갈 수 없다. 하지만 1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가마에 태워서 휠체어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백두산 휴게소 주변의 숲은 데크를 설치하여 휠체어 장애인도 숲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장가게의 높은 절벽 위의 유리길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곱슬레와 같은 미끄럼틀만 이용할 수 없다. 중국 관광지가 이 정도인데, 우리는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장애인 접근 가능한 휴양지는 먼저 장애인주차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조경석 사이에 틈이 없어야 하고 울퉁불퉁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위험안전 대책도 필요하다. 남산 산책로가 여러 차례 수십억 원을 들여서 이용자인 장애인들의 의견을 들어 수차례 재공사를 하여 오늘날의 편리한 시설이 되었듯이 이용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감수성을 갖추고,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공공건축물과 교통시설물인 터미널은 장애물 없는 환경(BF)심사 의무대상시설이다. 하지만 도로와 공원은 현재 의무대상이 아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특정 지역에 편의시설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편의시설끼리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상버스로 휠체어 탑승 가능한 차량을 운행한다고 하더라도 집의 대문이나 현관에 턱이 있으면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도 문화와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급경사가 있는 등산로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심사를 통해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두 휠체어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는 없겠지만, 입구나 둘레길 등에서 12분의 1 정도의 경사로로 해결 가능한 곳은 베리어 프리 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공공건물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의무심사 대상이다 보니 관광지의 입구 화장실은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화장실만 갖다오고 장애인은 다른 시설을 이용하거나 등산은 불가하여 다시 차를 타고 되돌아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분이 노인이 되어 휠체어를 타게 되었는데, 죽기 전에 안동의 하회마을 고택에서 하루 밤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효도를 하려고 자녀들이 알아보니 고택은 모두 높은 마루턱을 넘어야만 들어갈 수 있어서 효도관광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제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문화재보호라는 명분으로 사찰의 계단이나 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외국에서는 문화재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판을 대어 경사로를 만들어 휠체어 장애인도 관광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시 학산의 인권숲길도 인권을 말하려면 화장실과 장애인 주차장, 그리고 안전대책 등 과감한 예산투입으로 진정한 인권숲이 되기를 바란다. 일부 구간만 장애인에게 맛을 보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권숲이 되도록 장애인 당사자들과 다시 한 번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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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7-24 09:18:52
전주시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산책로를 가고 싶어도 휠체어를 타고 갈수 없어서
많이들 불편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