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을 통해 본 장애인정책
추경을 통해 본 장애인정책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7.24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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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추경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라는 여당의 주장과 내년도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또는 사전 선거용 비용이라는 야당의 주장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서 제출한 장애인 관련 추경예산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복지부가 추경 예산을 작성하여 기재부에 보내면 일부 삭감되어 국회에 제출된다. 그러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삭감과 증액에 대한 토의가 벌어진다. 복지부는 기재부에서 삭감된 금액을 다시 살릴 기회이므로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고, 상임위는 삭감과 증액에 대하여 심의를 하게 된다. 이런 상임위의 심의과정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복지정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을 살펴보자. 장애인복지시설 기능보강비로 2억6천만원을 요구했다. 공기청정기가 미설치된 장애인 복지시설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다. 217개소에 200만원씩 필요한데 그 중 복지부가 60%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으로 114억4천1백만원을 요구하였다. 현재 활동지원 사업의 국고 예산은 1조34억6천백만원이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로 활동지원 사업의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2,000명에 시급 12,960원에 월 평균 109시간으로 하여 6개월분의 중앙정부 부담액 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음으로는 장애인 심사제도 운영사업비로 복지부는 요구했으나 기재부에서 인정받지 못하여 국회제출안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다. 복지부는 등급제 폐지로 새로운 종합판정을 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한데 추경에서 이를 반영해 줄 것을 원했지만 반영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던 예산이다.

추경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은 이것이 전부이다. 주치의제도나 장애인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어 더 보강을 한다는 등의 추경은 없었다. 위기에 놓인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사업은 눈을 씻고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등급제 폐지의 빈틈을 막는 예산이 가장 시급해서였을 수도 있고, 다른 예산은 추경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미리 판단하여 포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경에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사업을 찾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다.

그럼 상임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장애인 복지시설의 공기정화시설이다. 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복지시설의 기능보강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각기 접근 방법은 달랐다. 김승희 의원은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며 2400만원 임대료를 제외한 금액은 삭감을 하자고 하였다. 이는 불수용되었다. 최도자 의원은 217개소가 아니라 223개소가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며 60% 지원이 아닌 70에서 80%를 지원해야 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는 수용되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 200만원이면 여러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 복지시설에서 한두 대의 청정기만 보급되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손혜원 의원은 설치여건, 효과성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자고 제안하여 수용되었다.

활동지원사업의 예산은 114억원이 추경에 제출되었으나 남인순 의원은 종합판정으로 인하여 서비스량이 축소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하여 987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수용되었다. 오제세 의원은 본예산에서 누락된 급여 부족분 362억원과 신규 89억원 등 506억8천만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수용되었다. 기동민 의원 등은 기존 이용자 중 종합판정으로 급여량이 늘어나는 9,860명의 17.3시간의 6개월분 88억9천8백만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수용되었다. 각 의원들이 활동지원 관련 장애인자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아마도 세부 계산식은 장애인단체가 제공한 듯하다.

김순례, 김승희 의원 등은 추경에 제출된 것은 등급제 폐지로 인한 증가분이 아니라 애초의 추계 미흡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삭감해야 한다고 발언하였으나 불수용되었다.

장애판정 심사제도의 개편으로 필요한 예산은 42억천4백만원이었다. 프로그램 개발비로 38억천3백만원, 지침개발 검증과 판정자 사전교육 등 4억1백만원이 그것이다. 남인순 의원은 시군구에 사례관리사를 배치하기 위해 인건비 54억원과 읍면동에 필요한 인력 249억원이 필요하여 총 303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였고, 이는 수용되었다.

기동민 의원 등은 226개 시군구에 사례관리사 2명씩이 필요하여 36억1천만원의 증액을 주장하여 수용되었다. 또한 정부 제출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았으나 종합조사를 위해 43명의 정규직의 인건비 12억1천6백만원과 7개월분과 경상운영비 7억1천4백만원이 원래의 복지부안이었으나, 남인순 의원은 종합조사 인력 확보를 위해 46억원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여 수용되었다. 기동민 의원 등은 종합조사를 하는 국민연금 지사 109개소마다 기간제 인력 2명씩이 필요하다며 28억2천200만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여 수용되었다.

복지시설 공기청정기 구입비는 그리 금액이 크지 않다. 등급제 폐지로 인한 활동지원 급여량의 보전은 사실은 등급제 폐지와 관계는 있으나 종합조사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종합조사에서 급여량 일부 하락을 도모한 것은 결국 일부 늘어난 급여량을 위한 희생으로 예산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 보전을 해 주고 싶지만 예산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경에서 보전을 받게 되면 급여량 하락 문제를 등급제 폐지 문제로 보아 해결하려고 시도한 것이 역력하다.

일부 사람들은 정부안에서 인정되지 못한 등급제 폐지로 인한 종합조사 관련 인력 보충문제를 추경에서 해결하는 것은 산적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행이라고 여겨는 자도 있지만, 그 비용은 장애인에게 직접 서비스가 되는 금액이 아니므로 사례관리사와 국민연금 종합조사자 인력확보를 위한 일자리로 사용되니 남 좋은 일 시켜주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장애인 직접 서비스 금액은 별로 늘어난 것이 없는데, 형정 인력만 늘어났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추경이 인정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종합조사 판정에 많은 부하가 생기고, 커뮤니티 케어의 네트워크 구성에 차질이 발생하여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추경을 위한 상임위에서 대체로 정부안보다 현실을 반영하여 더 많은 추경이 만들어졌음에도 이미 등급제 폐지 시행 7월이 지났음에도 결국 추경은 엎어져버렸다. 본회의 상정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을 아무리 정성들여 지어도 마지막 엎어버리면 먹지 못한다. 등급제 폐지로 인한 활동지원 급여량 하락의 문제가 일부 해결되나 보다, 종합조사를 위한 인력이 배치되어 커뮤니티 사업이 실현되나 보다라고 기대했던 장애인들에게 국회는 일하는 것 같더니 결국은 그 일을 모두 엎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밥을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상임위 심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또 다시 국회를 소집한다고 한다. 그 동안 상임위에서 논의된 수용안들을 토대로 진도가 나갈 것인지, 아니면 또 밥을 하다가 엎어버릴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회가 이런 실망을 반복하면서 그 피해는 장애인이 입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추경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활동지원 급여량만의 보전이나 확대가 아니라 보다 절실하고 효과성 있는 시급한 다른 사업들은 없는지도 살펴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장애인단체에 의견을 물어주기를 바란다. 활동지원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장애인들 삶의 어려움도 추경은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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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2019-07-29 09:49:44
앞으로는 장애인 무든 분들도 우리들의 일꾼들을 아무나 뽑아서는 안된다는 느낌이다. 우리들은 목슴이 왔다갔다하는 시점에서 이 사람(국회)들은 자기들의 당리 당략에만 메달려 우리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장애인 본인으로서 확실하게 장애인들을 위하는 사람으로 뽑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