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따위 이겨주마’...시각장애를 가진 변호사
‘운명 따위 이겨주마’...시각장애를 가진 변호사
  • 김승근
  • 승인 2019.07.28 1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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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장애를 ‘노력’으로 이겨낸 7전8기의 변호사

“변호사 일은 법률에 ‘인격’을 입혀서 파는 장사야. 그러니 자네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자신을 갈고닦아야 해.”

변호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낀 건 사회적 공분과 비난을 받아야 할 마땅한 이들을 변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터였다. 분명, 나도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에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변호사란 <유토피아>에 쓰인 것처럼 ‘거짓으로 사람들을 갈취하고 현혹시키는 기생충 같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살인자라도 변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변론을 통해 정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돈만 받는다면 무엇이든 죄가 없다’고 변호하는 사람, 법이 가진 원래 목적인 정의의 실현이 아닌, 대가 앞에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운명 따위 이겨주마>의 저자이자 변호사인 오고다 마코토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었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사법시험에 칠전팔기의 각오로 도전하여 합격했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내가 생각했던 변호사와 무엇이 다른가? 왜 굳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일까? 그런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 장애인에게 변호를 맡기는 사람이 있어?”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변호사는 댓가 앞에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진실로 만들만큼 냉철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관찰력, 엄청난 양의 법전을 상황에 맞게 적용시킬 줄 아는 지식이 필요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애는 물론이거니와 공부나 변론을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직업이 아닌가? 그런 일을 어떻게 시각 장애인이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라는 의아함이 앞섰다.

무엇보다 변호사는 의뢰자가 자신의 권리와 운명을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대신할 존재를 세워 법 앞에 심판을 받기 위해서 고용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그만큼 나라면 ‘내가 찾을 수 있는 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법에 박식한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았다. 물론, 법을 이해하는 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은 법전에 적힌 내용보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종합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시각 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모든 상황과 사물,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어느 정도 선 안에서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오고다 마코토, 그는 그 모든 나의 생각들이 무색하게 모든 것을 뛰어넘어 지금 훌륭한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그런 법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이 의뢰인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미건조하고 나열에 지나지 않는 법률을 자신이 어떻게 요리하듯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며 그만큼 신중하게, 더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더 많은 상황을 예측해 대비하는 성실함 하나로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이겨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일반 비장애인 변호사들에 비해 부족할 것이라고 단언한 나의 생각을 부끄럽게 만들면서 말이다.

“남이 나를 믿어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부터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남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부터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장애인은 사회에서 자칫 고립되기 쉽다. 그것은 많은 경우, 사회에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예전의 나는 그랬다.”

그는 12살에 불의의 일을 겪은 후 후천적으로 시각을 완전히 잃었다. 분명 세상이 보이던 시절을 기억하고, 그만큼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닥친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겨우 12살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그가 가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너무나 놀라웠다. 눈이 보이고, 그만큼 어려운 시험과 현실에 도전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처럼 밝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나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남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이 나를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혹은 남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나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도, 사람들의 시선도, 모든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너무나 긍정적으로, 상대방의 시선에서,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쩜 그런 강함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타고난 천재이며 무엇도 부족하지 않지만 시각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이 아니다. 아마 그런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서점에 흔해빠진 자기개발서’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사법 시험 역시 열심히 공부해서 세 번에 걸쳐 성공했다. 이후 변호사가 되는 길에 험난한 일이 더 많았다.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의뢰인의 신뢰를 얻고 변론을 잘 해내기 위해 남들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믿는 사람의 존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묵묵히 이겨낸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시각 장애인 변호사’의 이야기, 이 책 안에 담긴 오고다 마코토라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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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7-29 09:01:32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