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성폭행 수사와 예방 대책 허점이 많다
발달장애인 성폭행 수사와 예방 대책 허점이 많다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7.29 16: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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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달장애인 성폭행 재판 사례를 보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는 지적2급 장애를 가진 여중생을 수차례 유인해 무인텔로 데려간 뒤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40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해자 A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말쯤 전남지역의 한 복지시설에 있는 B양(15)에게 ‘만나서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자신을 만나러 온 B양을 트럭에 태우고 인근 무인텔에 데리고 간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약 2주 동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곤란 상태에 있는 B양을 총 7차례에 걸쳐 성폭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남지역 한 복지시설에서 지체 2급의 장애가 있는 B양(15)을 알게 된 A씨는 또래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친밀하게 접근하는 사람을 잘 따르는 B양에게 과자를 사주고 용돈을 주면서 유인한 뒤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양을 성폭행하기 위해 ‘맛있는 것 사줄게, 용돈도 줄게’라는 등의 문자를 보내 무인텔로 유인한 뒤 B양의 계속된 거부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계속된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까지 한 B양은 중절수술까지 받음으로써 정신·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지적장애 2급인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중학교 3학년인 어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고인의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수술까지 하게 돼 크나큰 정신·육체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초범인 점, 공탁금을 걸고 피해회복에 나선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서 10년 동안 성범죄자에게 10년 간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성범죄는 성추행도 포함되어 있어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인하여 직업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범죄란 판결에 의해 처벌되기도 하지만 검찰의 약식기소나 기소유예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억울한 협의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범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무조건 10년 동안 직업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나서 사건마다 판결문에 취업제한의 기간을 정하도록 변경되었다.

연간 7천 건 정도의 장애인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고발되지 않은 사건을 제외하고 국민 전체 성범죄는 연간 7만 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10% 정도가 발달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이다. 가해자는 친인척에 의한 경우도 있고, 교사나 복지사 등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인 경우도 있으며, 동네 이웃 등 지인에 의한 것들도 있다. 요즘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인터넷 미팅 주선이나 친구맺기로 알게 된 사람이 만나자고 문자를 보내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장애인을 폭행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 장애인을 보호해야 하는 종사자나 가족이 유기하거나 학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금품을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장애인을 곡예를 시키는 등 앵벌이에 동원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정상참작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초범인가, 반성을 하고 있는가, 합의를 하거나 공탁금을 걸었는가가 그것이다. 사실 초범이라서 벌을 약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강력사건은 초범이라도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초범이 아닐 경우 더욱 가중처벌을 할 이유가 되겠지만 초범이라고 하여 처벌을 감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살인을 한 사람에게 초범이라서 처벌을 약하게 한다고 하면 국민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반성을 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뉘우쳐 재범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경우인데, 처벌을 약하게 받기 위하여 반성의 액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이 이런 방법을 많이 가르쳐 준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은 죄가 없음에도 반성을 해야 처벌을 약하게 받는다며 자백을 회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합의를 하였는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정신적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었다고 보는 것인데, 이 또한 약점이 잡힌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불리한 조건이 되므로 문제점은 있다. 하지만 합의를 하거나 공탁금을 걸었을 경우 일정 책임을 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 생각된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에서 15조가 발달장애인의 형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12조에는 사법절차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의 동석이나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술조력인은 처음에 법조인에게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다가 진술조력인과 국선변호사를 통합 운영하였는데, 다시 법무부에서는 진술조력인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진술조력인은 검사의 지명을 받아야 한다. 13조는 전담조사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경찰서의 여성, 청소년계처럼 발달장애인 조사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14조는 범죄 예방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으로 보통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조는 발달장애인 관련 종사자 모두는 신고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 3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에 관한 조항은 없다. 형법 제10조에 심신장애인은 형을 감형한다는 조항은 있으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하는 조항은 없다.

7월 22일 윤소하 의원실이 주최한 장애인 학대 처벌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은 변호사가 발제를 하였다. 예방에 대한 대책도 강구하고 있고, 진술조력인도 있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인권보호도 하고 있어 체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그래서 장애인 학대 처벌특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하였고, 진술조력인이 의사소통과 자기주장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강화하자는 것과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토론회에서 최정규 변호사는 염전노예와 같은 노동착취 사건들을 에를 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제문에서 기소와 수사에서 법적용에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노동법을 적용하기도 하고,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하기도 하고, 형법을 적용하기도 하여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도 각기 달라서 어느 재판부에 사건이 배정되느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보호의무와 수사원칙을 위반한 경우도 있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발달장애인은 집중력이 부족하여 장시간 반복되는 수사진술을 하기 힘들다. 진술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과자를 사준다거나, 밥을 사 준다거나 잠을 재워주었다는 것은 대가를 받은 것이라 하여 성폭행을 성매매로 보고 피해자가 처벌되기도 한다. 가해자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할 경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완강하게 거부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이 약한 초범인 가해자가 겁을 집어먹고 한번만 용서를 해 달라고 하면 범죄 사실을 인정한 꼴이므로 처벌이 되고 강심장을 가진 자가 뻔뻔하게도 장애인인 줄 몰랐다거나, 서로 합의하였다고 주장을 하면 오히려 처벌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수사와 보호, 의사소통 지원, 피해자 보호와 치료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개선할 점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성폭행 사건에서 모텔로 가는 경우 성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에도 “따라갔으니 묵시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냐”라든가, 반복해서 이러한 일에 일어났음에도 응한 것은 성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면 장애 특성을 잘 모르는 판결이 될 것이지만, 그러한 판결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다.

자기 방어능력이 없어 함부로 해도 된다고 얕잡아 보거나, 신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적 욕심을 해소할 대상으로 여기는 장애인 경시풍조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오히려 사회와 국민은 이러한 약자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아동보호법과 같이 약자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범죄는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법적 보호가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장애 감수성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강력한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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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7-30 09:16:57
정말 화가 나네요.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하루 빨리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법이 생겨야 합니다.

박*현 2019-08-07 16:58:55
저도 장애인들 위한 법률교육이 빨리 시행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사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