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장애인 비하 발언한 정치인.. 강력히 대응할 것"
장애인 단체 "장애인 비하 발언한 정치인.. 강력히 대응할 것"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8.16 15: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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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회의원 장애인 비하발언 규탄하는 기자회견 개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대통령... 북한 미사일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발언..
홍준표 전 대표 "왜 벙어리인지 따져보지는 않고.." 하태경 최고위원 "대통령.. 꿀먹은 벙어리"
장애인 단체 '인권위에 강력한 시정 권고 빠르게 결정할 것 촉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상임대표 박김영희, 이하 장추련)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및 중진연석회의에 참여한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소셜포커스

이에 지난 9일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진행했다. 

‘벙어리’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비하해 부르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정치인들이 사용했다는 것.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명백한 차별행위이며, 특히 제32조 괴롭힘 등의 금지에 대한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으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장애인 비하 발언이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도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글을 게시한 것이다.

또 그 다음날인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야당 대표가 벙어리라고 비판하니 왜 벙어리가 되었는지 따져 보지는 않고 관제 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만 한다”면서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고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홍준표 전 대표가 사용한 '외눈박이'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언어적 표현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이미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병철 센터장

이같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장애계에서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기자회견의 여는발언을 맡은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센터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정치인으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위치와 역할을 망각한 채 누군가를 비하하고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표현에 장애를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비판하며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사람으로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는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자각 없이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앞다투어 사용하며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송지은 활동가
송지은 활동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송지은 활동가는 “이번 발언은 대한민국 국회의 인권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국민을 대표하여 국가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우리 대표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신이 무심결에 한 말이 누군가에게 평생의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지금 당장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종운 대의원 모습. ⓒ 소셜포커스

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대의원은 “누군가에게 평생의 상처가 되는 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이후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인지 묻고싶다”고 반문하며 "우리는 정치인들의 가벼운 혀로 함부로 취급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김영희 대표 모습. ⓒ 소셜포커스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확인됐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비하발언으로 장애인단체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인권위는 아무런 시정 권고도 하지 않은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판단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 사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인기를 위해 자신의 SNS에 장애인 비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어 장애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우리사회의 혐오차별과 싸울 의지가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장애인비하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대응의 시작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오전 장애인 비하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소셜포커스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인권위에 국회 대표하여 질서유지를 감독할 책무가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강력한 시정 권고를 빠르게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16일 오전 장애인 비하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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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8-19 09:04:18
잘못을 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모습,
앞으로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과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