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
특수교사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
  • 김승근
  • 승인 2019.08.21 02: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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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성장 속도는 시속 10km

“저도 애를 대할 때 미안하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들어 계속 받아 주며 지금까지 살았는데, 그게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작년 어떤 모임에 갔는데, 아이가 거기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계속 떼를 쓰는데, 처음으로 아이와 1시간 동안 사람 많은 곳에서 실랑이하며 싸웠네요...(중략)...”

<말아톤>이라는 영화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제 소원은 저 아이가 저보다 먼저 죽는 거예요. 제가 먼저 가면 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고충과 슬픔이 깊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고, 아이 본인에게도 알아서 하라고 말할 수 없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생각했었을 것 같은 말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당사자만큼,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 가족들이 가질 고민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만드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 영화 속 어머니처럼, 어떤 장애이든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예의범절이나 기본적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덧셈, 뺄셈 등부터 가르치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이며 각종 책을 찾아보고 주변의 자문을 구해가며 동분서주하는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어 불편함과 아픔을 느끼는 아이를 두고 “너도 일반 사람들하고 함께 살아야하니 엄격하게 교육받아야 해”라며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해서 모두 장애와 교육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은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면 특수교육, 이른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기관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저자 소성현, 최준기, 김주향, 이승은, 황보순, 조경희/ 출판사 기역
저자 소성현, 최준기, 김주향, 이승은, 황보순, 조경희/ 출판사 기역

 

특수교육, 대학에 별도의 과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육에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판 헬렌 켈러가 되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사회구성원으로 재교육받기 위해 필요한지 잘 아는 교육자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굳이 몸까지 아픈 아이들에게 그렇게 교육까지 시켜야 하냐고,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야말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편견과 낮춰 보는 시선이 저변에 깔린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욱 차근차근, 꼼꼼하게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고 해내는 성취감을 맛보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특수교육, <우리 성장 속도는 시속 10km>라는 책은 특수교육교사로서 실제 장애 아동들을 교육하고 있는 6명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삶이 그런다 해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지를 향해 옆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보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떤 운전자는 과속으로, 어떤 운전자는 저속으로 골목길을, 고속 도로를, 일반 도로를 달리며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우리 아이들은 심하게 느리게 가겠지?”

여섯 명의 각기 개성 뚜렷한 특수교사들이 소개하는 자신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유쾌하고 기분 좋은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나는 이야기이다. 장애 학생들과 합창단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파랑새가 된 아이들’, 한 특수학급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에피소드처럼 엮은 ‘특별하게 자라는 아이들’ 역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라며 한참 웃으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밖에도 장애인 아이를 둔 가족들의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연보랏빛 오라’같이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장애학생들을 상대로 한 직업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는 ‘아이들에겐 설 자리가 필요해요.’ 에서는 특수교육을 통해 장애 아이가 어떻게 사회의 예비 구성원으로서 교육되는지 조금은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되기도 했다.

이처럼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가진 장애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아이 한 명, 한 명마다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이야기와 장애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그에 맞춰 교육하려는 정성스러움이 특수교육 교사에게는 꼭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고, 어떤 특징이 있는 아이이건, 학교에 와서 교육을 받기로 결정한 이상, 그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

뛰듯이 빨리 배워 빨리 나갈 수 없는 아이들, 하지만 어떤 형태로 나아가고 있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결국 같은 길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니 별다르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마치 걷는 것처럼 1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는 그 걸음을 묵묵히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아이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가르쳐주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몰라 애만 동동 태우는 그 부모님들에게는 특수교사들이 구세주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착한 선생님 말고, 오히려 더 전문적인 영역의 교사이고 싶다. 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장애학생에 대해 전문성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다...(중략)...꼭 필요한 기본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의 구성, 끈기와 인내로 함께 만드는 교육은 특수교육이 가진 특성이며 경험과 전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장애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의 일화를 읽다보면 하나하나가 파랑새를 쫒아가는 순수한 동화 속 아이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이 모두 없다고 말하지만 굳건하게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모험을 떠나는 <파랑새> 동화책 속 아이들처럼 말이다.

보호자가 아닌 교육자로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들이 하는 이레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에 맞춰 5km 정도 속도로 뒤에서 바라봐주는 묵묵한 인내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 속의 6명의 선생님들은 정말 그 속도를 잘 지켜가며 아이들을 바라봐주고 계셨다. 애정과 웃음을 듬뿍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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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8-21 09:45:45
마음이 찡해지네요.
주변에서도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이를 많이 낳았는데..주변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는데
왜 그렇게 자식을 많이 낳냐고..무책임하다는둥 이런저런 말이 많았어요.
나중에 이유를 들어보니...자기네가(부모)가 먼저 죽어버리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그래도 형제들이 많으면 서로 의지하며, 도와줄거라는 생각에 낳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장애아동들이 특수교육을 받을수 없어서 성인이돼서 스스로 할수 있는 일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픔니다.
하루빨리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이랑 특수교사들의 충원 확대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영 2019-08-21 09:03:56
지난 주말 국회의사당 앞에서 특수교사들과 특수교육과 학생들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유아교육을 받기 전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과정 설치와 전공과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고, 무엇보다 특수교사들의 충원율 확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사가 부족한데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리 없습니다.
가끔씩 아주 이른 아침, 많은 학생들이 아직 등교하지 않을 시간에 아파트 정문 앞에서 엄마와 함께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장애학생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루 빨리 장애학생들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등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