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잔이 깨끗하게 닦였다는 것은 소리로도 알 수 있다”
“와인 잔이 깨끗하게 닦였다는 것은 소리로도 알 수 있다”
  • 김승근
  • 승인 2019.08.25 2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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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이 과연 호텔리어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믿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 ‘마이 블라인드 라이프(감독 마크 로데문트作/독일 드라마)’

우수한 성적, 성실한 태도와 마음가짐,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였고, 미래에 일류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명확한 꿈을 향하고 있었던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시각 장애인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희미해지는 시각은 단지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은 계속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병원에 갔을 때 이미 유전성 안질환으로 시각을 80% 잃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부랴부랴 수술을 받았으나 ‘살리’에게 남은 시력은 5% 세상의 모든 것은 아주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희미하게 형체와 색을 구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를 선택해야 했다. 영화 ‘마이 블라인드 라이프(감독 마크 로데문트作/독일 드라마)’ 보이지 않는 세계에 갑자기 살기 시작한 살리라는 한 남자가 5성급 호텔에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도전한다. 완벽을 넘어선 완벽함을 만들어내야 하는 서비스직 중에서도 어렵다는 호텔리어, 시각 장애인이 과연 호텔리어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믿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든 이들이 ‘살리’가 눈에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고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 이후 모두 살리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요양하는 조용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살리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체 말이다. 그래서 살리는 자신의 시각 장애 사실을 숨기고 5성급 최고급 호텔 호텔리어 일에 지원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했지만 자신이 하루아침에 시각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른 모든 것이 그대로이기에 자신의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호텔리어 인턴 생활은 매일 매일이 고난의 연속이었고 좌절만이 살리의 것이었다. 그리고 살리는 점점 고민하게 된다. 내가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호텔리어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와인 잔이 깨끗하게 닦였다는 것은 소리로도 알 수 있다.”

‘5%의 시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의 시력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어느 정도라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각 장애에 대해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거나’하는 차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다면 아예 암흑 속에 갇혀 사는 것 같을 것이고, 보이는 세계는 모든 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살리가 처한 5%의 시력이라는 것은 ‘호텔리어 일을 하는 게 가능할지도 몰라. 아니, 어려운가?’라며 모든 상황을 반신반의하게 만들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말이다. 실제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예 호텔리어 인턴 지원 면접을 치르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면접관도 못 알아보고, 전혀 다른 길로 가거나,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면서도 살리는 면접에 통과하는 의외의 결과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호텔 안에서 거의 모든 업무를 경험하고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호텔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처음엔 당연히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호텔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리는 처음 면접을 통과했던 것처럼 호텔 안에서 맡게 되는 여러 시험들을 하나씩 통과해갔다. 프론트 업무와 호텔 객실 관리는 함께 면접을 보았던 동료의 도움을 받아 넘겼다.

주방 주방장에게 시각 장애가 있다는 것을 금세 들켰지만 소시지를 자르는 기계를 사용하는 법을 주방장이 나서서 가르쳐주는 등 도움을 받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끝 인가봐’라고 생각했던 ‘와인 잔을 티클 하나 없이 완벽하게 닦기’ 미션에서는 아무리 눈으로 보고 열심히 닦아도 매니저가 보기에 완벽하게 닦아낼 수 없게 되자 완벽하게 티클 하나 없이 닦인 와인 잔에서 나는 영롱한 소리를 외워서 ‘잔 닦기’ 미션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와인 잔이 완벽하게 닦였다는 것은 소리를 들어서 알 수 있다는 것을 밤새 잔을 닦으며 스스로 깨우쳤다. 그리고 그런 수준이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잔을 닦는 살리를 보며 정말 놀라운 열의를 느꼈다.

만약 나라면,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잘 닦을 수 없는 와인 잔을 완벽하게 닦으라는 매니저의 닦달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니 피해가거나, 포기해야한다고 먼저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살리는 자신이 가진 장애에 굴복하지 않았다. 5%든, 1%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고민하고 또 도전했다. 그랬기에 그는 모든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5%의 시력, 0%의 도전. 당신은 꿈꾸고 있나요?”

이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이 문구는 영화를 본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냥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있다고만 생각했던 스스로의 생각을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거짓말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호텔리어가 되어 시험을 통과하고 싶은 살리를 도와주려던 많은 호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결국 살리는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치러야했던 시험을 모두 통과하고도 몇몇 사고로 인해 결국 호텔리어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시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또 새로운 꿈을 만들어 떠날 줄 아는 살리의 모습은 멈추지 않는 꿈을 향한 살리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호텔리어는 살리가 늘 바라고 간절해하던 꿈이었으나 어느 대목부터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살 리가 자신이 원하는 꿈에 시각 장애를 가진 다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끝까지 노력했다는 점이었다. 그랬기에 살리는 호텔을 떠나 새로운 꿈을 꾸고, 또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눈이 보이고, 보이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꿈이든 꾸려고 하는 사람이 결국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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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8-26 09:07:33
장애는 허물일 뿐인데...
일반인만 할수 있다.... 장애인들은 못한다는 편견으로
꿈을 포기하겠금 만드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