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체험 홈’ 사업 중단 검토 중
서울시 ‘장애인 체험 홈’ 사업 중단 검토 중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8.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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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 계속되어야”

장애인 ‘체험(體驗) 홈(Home)’은 탈시설을 위하여 운영되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서울시는 2010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5개소를 선정하여 체험 홈 운영사업을 시행했다. 광진, 서울, 서초 IL, 양천 IL, 용산 독립연대가 그곳이다.

서울시는 2년간의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었고, 다시 2년을 연장하여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4년에는 체험 홈 사업 평가를 실시했다. 체험 홈은 장기적인 사업으로 2년 계약으로는 부족하여 3년으로 계약기간을 연장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자립생활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자립을 하지 못하고 체험 홈에 장기 체류하는 장애인이 있음을 지적받았다.

2017년 서초 IL센터에 부정수급이 발견되어 사업이 체험 홈 지원이 중지되었는데,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시설을 센터장이 이용한 것이 문제였다. 서초 IL센터는 활동지원 전문기관의 종사자는 활동지원사로서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어긴 것도 적발되어 해당되는 금액에 대한 환수조치도 이루어졌다.

서초 IL 센터가 금전적 횡령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신변처리까지 도와야 하는 활동지원사와 지속적이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신뢰할 수 있는 직원에게 활동지원을 하도록 하고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인하여 운영상의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18년 양천 IL에서는 스스로 장애인 체험 홈 사업을 반납했다. 체험 홈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보증금 7천만 원은 사업비가 아니라 임대기간이 지나면 서울시에 반납해야 하는 금액이고, 운영비의 지원은 연간 1,200만원에 불과해 담당 직원의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여 적자를 낼 수밖에 없어 반납한 것이다.

광진 IL센터도 사업을 반납하게 되어 지금은 3개소만 체험 홈이 운영되고 있다. 체험 홈 사업의 수혜 대상은 재가 장애인이다. 부모로부터 성인이 되어 자립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장애인이 사회로 나오고자 하는 경우와 거주시설에서 탈 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적응을 위한 자립의 중간단계의 보금자리가 체험 홈이다.

체험 홈에서는 자립생활기술 훈련이 이루어진다. 신변처리나 가사생활 등의 훈련도 하고, 장애를 수용하고 지역사회와 만나며, 자립의지를 가지게 된다. 탈시설을 했다고 바로 자립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득(직업생활과 소득보전 서비스)과 주거생활 등 자립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며 임시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체험 홈에서는 동료상담이 이루어진다.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기술을 익히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응 훈련을 받게 된다. 문화생활과 이동수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사회참여를 어떻게 하는지, 문화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체험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체험 홈에서는 이용자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코디네이터 직원이 배경에 대한 조사를 하여 체험 홈을 이용하여 자립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체험 홈의 이용적격성, 어떤 프로그램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자문회의를 개최하여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사업비의 20% 내외에서 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직업탐색을 하거나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체험 홈 프로그램을 통하여 연간 장애인 10여 명이 탈시설을 하거나 집밖으로 나와 자립을 꿈꾸게 된다. 보통은 IL센터들이 활동지원 서비스의 수익금의 일부를 체험 홈 운영에 투입하여 장애인이 탈시설에 성공하여 다시 시설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지원하거나 가족의 보호에만 의존하던 장애인이 장애인 세계로 나오거나 직장을 구하여 자립생활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체험 홈에 거주하면서 영구임대아파트도 신청하고 직장도 알아보고 자신에게 부족한 자립생활과 사회적응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일부 보조금의 지원으로는 수탁기관의 불만만 많고, 효과성이 적다는 이유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020년 연말을 계기로 체험 홈의 전면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장애인이 자립을 준비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체험 홈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에게 탈시설의 용기를 내게 하는 하나의 디딤돌이 사라지는 것이다. 당장 갈 곳이 없어도 잠시 머무를 수 있다는 안도감에 자립의 용기를 낼 수 있는데, 이런 중간 준비 단계가 사라지면 곧바로 거주시설 아니면 자립을 위한 세상에 맨몸으로 바로 부딪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안하며 자립을 포기하고 거주시설에 의존해야 한다.

체험 홈의 이용 3개월 단기에서부터 1년의 장기 이용을 통해 자립생활을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은 사업이 부실한 것보다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점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사업의 충실을 기하기에는 서울시의 지원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1,200만원을 가지고 장애인이 야유회를 가면 수백 명의 참가 실적이 나오겠지만, 체험 홈을 운영하면 불과 3명 정도의 실적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립을 한 장애인 개인으로서는 인생에서 너무나 고귀한 체험이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큰 계기가 된다. 자아존중감이 무엇인지, 새로운 자립의 꿈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현재 탈시설 정책을 보자. 한 시설을 문을 닫게 하고 다른 시설로 장애인을 전원 조치한 것을 탈시설이라 하거나, 아무리 준비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설이 부정을 저질러 시설을 폐쇄하는 경우 장애인은 갈 곳이 없게 된다. 그 피해는 시설 운영자가 아니라 이용하는 장애인이 입게 된다.

탈시설을 외치는 가운데 오히려 시설 수는 증가하고 있고, 탈시설에 성공하는 장애인보다 도로 시설로 회귀하거나 새로이 입소하는 장애인이 더 많다. 이런 문제를 살펴보면 장애인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체험 홈은 오히려 시설을 보강하고 전문화하도록 사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임시 숙소만 제공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숙소와 사회적응, 자립생활 체험과 직장과 주거마련을 위한 준비시간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서비스는 체험 홈이 아니면 없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있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연계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관리해 주는 체험 홈은 오히려 확대해야 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중단을 재고(再考)하여 주기 바란다. 그룹홈은 탈시설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며, 개별화된 계획을 통한 자립훈련을 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립생활을 촉진하기 위하여 서울시는 오히려 지원 금액을 상향하여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오히려 체험 홈을 확대하여 거주시설 장애인은 연간 몇 주는 자립생활 체험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여 자립생활에 대한 꿈과 정보를 갖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한다. 복지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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