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포커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무비포커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김윤교 기자
  • 승인 2019.09.03 16: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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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증인' 2019년 2월/ 드라마, 한국/ 이한 감독, 출연 정우성, 김향기

[소셜포커스 김윤교 기자] = 마음은 볼 수 없다.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색깔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너무 당연하다. 마음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좋은 사람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타고난 기질은 있겠지만, 주위 환경이나 여러 여건에 따라 사람은 변화 가능한 존재이다. 우리는 무엇을 갖고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는 결정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양순호 변호사는 좋은 사람일까? 그것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지우에게 아주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사람 마음이 참 어려워요. 신애는 늘 웃는 얼굴인데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늘 화난 얼굴인데 나를 사랑해요. 아저씨는 대체로 웃는 얼굴이에요. 아저씨도 나를 이용하는 겁니까?"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참 어렵다. 지우의 대사가 크게 공감간다. 겉으로 웃고 있어도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이 가득할 수도 있고, 힘들어 보여도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살면서 서서히 깨우치는 것이어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영화 ‘증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지우’가 과연 ‘증언’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해 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양순호 변호사는 그것을 멋지게 증명해 낸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따듯해져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좋은 사람이 돼야지’ 결심하게 하는 교훈적인 면모가 있다.

주인공 양순호는 민변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이다.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걸린 중요한 사건을 맡게 된 그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지우에게 자폐를 앓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증언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려고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진실의 편에 서서 지우의 증언 능력이 충분함을 증명하게 된다.

여주인공 지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사람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일반적인 정서 교류를 하는 것도 어려운 아이다. 하지만 청각이 예민하고, 본 것을 사진처럼 저장해서 기억해 내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 지우라는 소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자폐를 가진 이 소녀와 소통하려면, 우리의 세계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세계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감독의 안목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최근 강한 캐릭터를 많이 보여줬던 배우 정우성의 우유처럼 부드러운 면모를 맛볼 수 있고, 지우 역할을 맡은 김향기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될 것이다.

조연들의 캐스팅도 훌륭했다. 검사 희중 역을 맡은 배우 이규형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살해 용의자였던 입주 도우미 역의 염혜란 연기에 넘어갈 뻔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제시한 ‘제육볶음’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을 변호해주는 양순호 변호사에게 감옥에서 나가게 되면 제육볶음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녀의 구체적인 요리 레시피 묘사력 때문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죄는 밉지만 제육볶음은 먹고 싶다.

"엄마 나는 증인이 되고 싶어. 나는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증인이 돼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주고 싶어"

더 이상 법정에서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엄마에게 지우는 자신의 꿈이었던 ‘변호사’는 되지 못할 테지만, 증인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엄마를 설득하는 부분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는데, 지우는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아이였던 것이다. 원래 지우의 꿈은 변호사였다. 그 이유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지우는 말한다. 어느 순간 지우는 알게 됐을 것이다. 자폐가 있으니까 변호사는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정직한 증인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디로 나아가야하는지 방향성을 잃은 사람들 투성이인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정확히 아는 지우는 지혜롭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지우가 좋은 증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과연 그렇게 되었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라고 말하고 싶다.

‘정상이다’ ‘정상이 아니다’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 다르고 모두 다 특별하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지우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양순호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퀴즈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양순호 변호사가 지우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모순투성이 세상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산다. 하지만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잘못 된 것을 알면서도 그 속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지점에서 돌이켜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양순호 변호사는 후자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지우는 답을 내린다. 양순호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예전에는 착한 사람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다보니 착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괴로웠고 힘들었다. 그 이후 나는 좀 달라졌다. 중요한 판단을 하려고 할 때, 옳은 행동인지 옳지 않은 행동인지를 중요한 판단의 잣대로 바꾼 것이다. 훨씬 쉬웠고, 마음이 가벼웠다. 지우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래야겠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어떻게 보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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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2019-09-07 10:45:56
도우미역 배우분 연기 정말 좋았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마다 각기 다양한 생각들을 하는게 참 신기합니다. 따뜻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보***회 2019-09-04 09:04:27
이영화의 대사처럼 겉으로는 웃으면서 잘해주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이런 분들때문에 많이 상처받고 울기도 많이 울지요.
장애인들이 사람들을 더 믿을수 없게 만들고......
참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