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거야”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거야”
  • 김승근
  • 승인 2019.09.05 0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기술 기업의 대명사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천재이자, 세계 제일가는 부자 빌 게이츠. 그는 언젠가 하버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Life is no fair, Get used to it”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그 불공평을 불평하며 인생을 보내지 마라. 그 사실에 적응하라. 라고 말이다. 

사실 그는 해마다 엄청난 기부를 해오고 있으며 사회를 평등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며 실천하고 있다. 그는 타고난 부자가 아니었으며 회사를 스스로의 힘으로 세워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한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최근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딸에 관련된 입학 비리의혹 뉴스를 보면서도 그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일로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그 불공정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법과 사회는 공평함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일들을 묵과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가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될 때 기억해야 할 것들>의 주인공, 이홍열 마라토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현명함이 그를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데로 살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쪽 팔이 짧은 장애인으로서 순응하고 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나는 장애가 있고, 장애가 있기에 당신들보다 열등할지도 모르지, 혹은 나는 당신들보다 조금 운이 나빠 이런 일을 겪은 것인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이 말하고 이끄는 데로 살기 시작한다. 사지 멀쩡하고 체력이 좋은 일반 비장애인들도 하기 어렵다는 올림픽의 꽃 마라톤, 그가 도전한 것은 마라톤이었다. 

그리고 불가능에 도전한 장애인이라는 대대적인 선전보다 그저 열심히 훈련하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 마라톤을 완주한 한 사람으로서 남겨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그의 삶의 철학이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사람들이 어떤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건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가 하는 말은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원래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세상, 왜 우리는 그런 세상을 기어이 살아가며 하나라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가? 이 책은 비단 장애인들에게 “당신도 떳떳하게 비장애인처럼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세상은 원래 그렇게 불공평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도전하며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에 가깝다. 너무나 솔직한 조언, 하지만 그렇기에 이 책은 기존에 장애인 도전기와는 다른 감동과 생각을 남겨준다. 

“내가 마라톤 교실을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는 건 그 안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밀 자토페크’ 이홍열. 그의 이름 석 자를 유명하게 해 준 것은 그가 팔이 불편한 장애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장애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내고 2시간 14분 59초의 기록을 세우며 1984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2시간 15분의 벽을 무너뜨린 기록으로 유명하다. 

▲이홍렬 作

 

팔이 불편한 것과 다리로 뛰는 마라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사람이 달릴 때에는 다리뿐만 아니라 온 몸, 양 팔의 균형이 맞아야만 빨리 달릴 수 있고, 마라톤처럼 장시간을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 본인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다리만 멀쩡하면 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도전했다는 마라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마라톤은 그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준 새로운 길목이 된 것이었다. 

뛴다는 것, 그가 마라톤을 하며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이 가진 갖가지 사연, 나는 문득 그들이 왜 다른 운동이 아닌 마라톤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보았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몸이 불편한 부분도 제각각이었는데, 어찌 보면 앞을 향해 오래 달리기만 하면 되는 이 운동에서 그들은 어떤 답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일까? 

그는 말한다. 자신이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무언가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그가 말해주는 인생의 교훈이자 진리는 너무나 간단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해내기 어려운 그런 진리와 같았다.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라, 때로는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곰처럼 미련해야 한다. 열등감을 감추지 말고 인정함으로서 그 열등감을 벗어나야 한다며 자신을 채찍질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미련한 듯 노력하되 한 우물만을 파서는 안 된다.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라.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척도에 부합하는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고 더 행복한 기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진리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말해주는 단순한 이 진리들을 마음 깊이 새겨보자. 그것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도움이 될 법한, 아주 좋은 말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