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달래기 위해 썼던 시, 작은 흔적으로 남기고 싶어"
"고통 달래기 위해 썼던 시, 작은 흔적으로 남기고 싶어"
  • 황정식 기자
  • 승인 2019.09.10 16:1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문경시 지체장애인협회 모전동 분회장 천해수 님

[소셜포커스 황정식 기자]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렇지 않은 여름이 있지도 않았지만, 여름과 겨울 계절은 항상 진한 여운을 남기고 그 사잇계절은 여운을 곱씹어보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문경시 지체장애인협회에 몸담고 있는 천해수 분회장을 만나 뜨거운 여름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시기를 지나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경에 살고 있는 천해수라고 합니다. 문경시 지체장애인협회 모전동 분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지역 장애인들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2. 점촌에 사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시청 근처로 이사하셨나요?

네. 시골에 어머니랑 둘이 살았는데 치매가 찾아오고 하시다보니까 자꾸 다치시고 저도 잘 보살펴드리기가 어려워서 요양원에 모시고 그 큰 집이 필요 없어서 여기로 옮겼어요. 작아서 혼자 살기에는 딱 맞고 편리한데 아파트다 보니 층간소음이 좀 있어서 시골이 나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Q3. 다리 때문에 힘든 시기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에 고관절 수술을 하고, 2009년에 왼쪽 무릎, 2010년에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을 했어요. 그런데 2014년에 오른쪽 무릎(인공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3개월 사이에 다섯 번을 수술대에 올라갔지 뭐에요. 염증 긁어내고. 인공 들어내고, 시멘트 채워넣고. 다시 인공 넣고. 출혈 안 잡혀서 또 하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작년에 왼쪽 무릎도 같은 염증 증상이 왔는데 병원에서도 지난번처럼 고생할까봐 겁이 나니까 수술을 안 해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앉은뱅이가 돼도 좋으니까 수술만이라도 해달라'고 해서 받을 수 있었어요. 일반인 염증수치가 0.4~0.5라는데 제가 당시에 3.2까지 올라가니까 며칠간 항생제를 들이붓다시피 해서 2.5까지 떨어뜨리고 수술에 들어갔죠. 열어보니까 오른쪽처럼 다 주저앉아서 똑같이 재수술하고 허벅지 뼈도 좀 부서져서 철사로 감고 작년 12월에 퇴원해 집에 온 거예요.
 

Q4.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걷는 것도 많이 좋아져서 새벽 4시 반만 되면 일어나서 찬물샤워하고 산책을 2킬로 3킬로 해요. 작년까지는 무릎 때문에, 어머니 때문에 신경 쓰는 게 많아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음도 편하고 좋아요. 문경시에서 장애인 가정에 가사도우미도 보내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집안일도 도움받고 있네요. 예전엔 그런 혜택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협회 일을 하다보니까 그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Q5. 괜찮은 장애정책들 중엔 또 어떤게 있을까요?

문경시 협회에서는 여성 장애인들 위한 자활사업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고요, 현 회장님이... 진짜 그분은 얼마 안 되는 급여 다 후원금으로 내놓고 사비 털어가면서 활동하고 계셔서 존경받고 있어요. 장애인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여기 구청 주차관리만 하더라도 밤낮 교대로 장애인 열여섯 명이 새로 직업을 갖게 됐으니 훌륭하죠. 이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6. 시도 많이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요새는 시 써놨던 걸 인터넷에서 좋은 그림 찾아서 시화로 옮기고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있습니다. 그냥 취미고, 나중에 혹시라도 나이 먹어서 이곳에 없을 때는 나 라는 사람이 세상에 왔다 갔다고, 점 하나라도 찍고 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웃음) 제가 예전부터 혼자 있고 아프던 시간이 많다보니까 그때 느꼈던 외로움이나 고통을 글로 표현하고 달래고 하기 위해서 썼던 게 시가 된 것 같아요. 많이 위로가 됐고, 이제 밝은 빛으로 나왔는데 다시 그 암흑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결혼까지는 아니어도 여자친구도 만나고 있고 행복해요. 시는 나중에 여러 편 모이면 인쇄소에서 묶어서 딱 한두 권으로만 남기고 싶어요.
 

Q7. 문경 자랑 좀 해주세요.

관광지가 많죠. 문경새재 있고 선유동계곡... 탤런트 전인화씨 외할머니가 그쪽에 살아서 많이 왔었어요. 그리고 농암에 쌍용계곡도 좋고, 점촌쪽으로는 진남교, 고모산성 뭐 볼 게 너무 많아요. 고모산성은 임진왜란 때 거길 지나야만 서울로 갈 수 있는 길목이라 접전지였다고 해요. 옛날엔 칼 든 산적도 많이 나와서 혼자선 건너지도 못하는 길이었어요. 문경새재가 큰 길 뚫리기 전에는 눈 올 때 차가 굽이길을 못 내려가서 휴게소에서 자고 내려오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태조왕건 촬영지도 있고 전기차를 운행해서 장애인들도 관광하기가 좋아요.
 

Q8. 꿈이 무엇인가요?

지금 이 선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사는 거예요. 제가 어디 가서 벼락부자 되는 꿈이 있겠어요? (웃음) 다만 한가지 최근에 욕심이 하나 생긴 건,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하고 잘 지내고 싶어요. 젊었을 때에도 사랑을 몰랐는데 반백년을 살고 나니까 그런 감정이 자리잡는다는 게 저도 신기해요. 여자친구도 그렇고,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 이 사람들하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막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2, 30대 때 한참 돈 벌 때에는 그 한 푼 벌려다가 몸 망가지고 모든 걸 잃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40대에는 세상을 많이 부정적으로 봤고, 지금은 많은 게 정리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어디가서든 당당하구요. 여행 가기 위해서 적은 수입이지만 적금도 붓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 썼던 거랑 앞으로 쓸 거 USB에 잘 담아서 간직하는 게 작은 꿈입니다. (웃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규 2019-09-20 10:38:56
힘내십시요. 응원합니다.

보***회 2019-09-11 09:06:32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실 거에요.
화이팅~~~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