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포커스] 피보다 진한 형제
[무비포커스] 피보다 진한 형제
  • 김윤교 기자
  • 승인 2019.09.11 1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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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2019. 5.1 개봉
육상효 감독/ 신하균, 이광수, 이솜 출연/ 드라마

[소셜포커스 김윤교 기자] =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친인척일지라도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사이보다는 가까이에서 정을 나누고 돕고 사는 이웃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5월에 개봉했던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이다.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동구와 세하는 아무리 채워도 부족한 시대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모범 답안을 제시해 준다.

동구와 세하는 피를 나눈 친형제는 아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서로의 몸과 머리가 되어 한 몸처럼 지낸 피보다 진한 형제다.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는 거야"

동구와 세하는 박신부가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서 만났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신체건장한 동구와 어린 시절 경추신경을 다쳐서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세하. 이 둘의 조합은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사이다.

세하는 동구에게 세상을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처세술을 가르쳐 준다. 명문대를 나올 정도로 명석한 세하지만 동구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라면을 먹여주는 일에서부터 옷을 입히고, 화장실에 데려가 뒤처리를 하는 것까지 모두 동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동구는 세하의 손과 발이다.

 

"신부님은 떠났어?"

"응. 하늘나라에"

"그럼, 우릴 버린거야?"

"아니, 하늘의 별이 돼서 우릴 지켜보시겠지"

그들의 보금자리 ‘책임의 집’에 위기가 찾아온다.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박신부가 죽게 되자 시설을 폐쇄시킨다는 통지를 받은 것이다. 세하는 ‘책임의 집’을 살려보려고 시설 봉사를 악용하기 시작한다.

"자녀 중에 봉사시간 필요한 사람 없습니까?”

명문대를 졸업한 세하에게 또 다른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영업이다. 지원금이 끊긴 시설을 유지해 보려고 불법으로 봉사시간을 팔게 된다. 듣기만 해도 거의 영업왕 수준이다. 예를 들면 봉사 시간 20시간에 10만원, 봉사보고서는 3만원, 같이 노는 사진은 1만원, 밥 먹여주는 사진은 2만원, 씻겨주는 사진은 3만원 이런 식이다. 결국 관할 사회복지사에게 들통 나서 멈추게 되지만, 이 장면은 우리 사회의 변질된 봉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부분이었다. 봉사라는 것은 어려운 이들을 순수하게 돕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는 입시나 스펙의 변질된 수단이 되어버린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세하가 필사적으로 책임의 집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이 시설이 사라지게 되면 동구와 세하는 각기 다른 시설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동구는 지적장애시설로 세하는 지체장애시설로 헤어져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동구를 버렸던 친엄마가 나타나 동구를 다시 키우겠다고 해서 결국 재판까지 받게 된다. 과연 동구는 엄마를 선택하게 될까? 세하 형을 선택하게 될까? 예상하면서 영화를 보면 좋겠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장애인을 비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생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 장애인들을 비정상적인 비극의 주인공으로 몰고 가는 영화들이 있어서 불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돕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지 유쾌하고 따스하게 보여준다. 담백한 영화지만 곰곰 생각할수록 맛이 우러나는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 곳곳에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기까지 실화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광주에 내려가 일상을 지켜봤고, 장애를 떠나 서로 의지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장애인 단체의 자문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 연출이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형아는 안 떠날거지?"

"네가 휠체어 안 밀어주면 형은 아무 곳도 못 가"

두 사람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과정의 어려움을 그려낸 부분도 좋았다. 영화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고, 소품들의 세심한 배려도 느껴진다. 게다가 이 영화가 ‘강력 접착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승규 씨와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하니 그런 진정성 때문에 감동은 두 배가 된다.

추석이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나기도 하고, 부모님과 형제를 만나 정겨운 음식을 나누게 된다. 우리는 동구와 세하 같은 형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더 좋은 형이 되어줄 수 없냐고, 잘 따르는 동생이 되면 좋겠다고 서로에게 바라는 것만 많은 형제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웃보다 못한 가족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의 상처를 헤집어내기 보다는 아픈 부분이 회복되도록 힘의 언어를 건네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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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09-16 09:05:14
이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고 웃고 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장애인가족도 힘들어 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살고 있는 장애친구들을 지키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이정도 밖에 안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애를 가진 두사람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아가고,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