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행복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다”
“나는 가장 행복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다”
  • 김승근
  • 승인 2019.09.30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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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는 아이스하키 선수들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 이야기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스틸 이미지

4년마다 열리는 패럴림픽, 정규 올림픽에 비하면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기에 중계를 해주는 방송사 역시 한 군데 정도가 고작이다. 누군가에게는 정규 올림픽 시즌만큼이나 패럴림픽 경기를 흥미로울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패럴림픽의 인기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한다. 그렇지만 패럴림픽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저는 장애인 아버지를 한 번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민수 선수와 아이스하키 팀을 보고는 이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 가족이 패럴림픽에 나간다면? 나는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볼 수 있었을까? 아마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조리며 제발 다치지만 않게 해달라고 빌면서 보았을 지도 모른다. 

다치지 말고, 부디 이번을 마지막으로 저런 위험한 스포츠 경기, 경쟁해야 하는 곳에 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 이유는 하나, 그런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평범하고 안락하게 지내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삶 자체가 이미 치열함 자체인데 왜 굳이 일반인들도 하기 어렵다는 저런 경쟁 경기에 나서서 몸이 부셔져라 이기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마음이 덜컥’하는 것 같았다. 실제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 격인 한민수 선수에게 어느 장애인 아버지를 둔 자원봉사자가 했다는 저 말 한마디가 내 마음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랑스럽지는 않으나 하고 싶다고 하니 말리지는 못하고 마음 조렸을 그 자원 봉사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봉사자님의 마음에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민수 선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민수 선수, 그는 한쪽 다리가 없는 절단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기도 한 전문 운동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해,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을 동계 스포츠에 열광하게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 이전 소치, 밴쿠버 패럴림픽 때도 출전했다. 이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노장이며 이번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도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표팀을 이끈 전적을 가지고 있다. 패럴림픽, 화려한 올림픽이 끝나고 연이어진 패럴림픽은 비장애인들의 올림픽보다 더한 인기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이전 올림픽에 비해 한껏 고조된 분위기와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개막, 폐막하였다. 그리고 한민수씨는 그 개막식에서 성화의 최종주자였다. 

‘장애인의 몸으로 어떻게 아이스하키를 하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한민수 선수와 장애인 아이스하키에 대한 단순한 그 궁금증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왜 굳이 일반인들도 하기 어렵다는 격렬한 아이스하키를 장애인들이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가진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잘 나가던 태권도 7단 선수, 주먹 좀 쓰던 조폭이었다가 사고로 장애인이 된 선수, 군대 장갑차에 깔려 양 다리가 절단된 선수, 선천적 질병으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 한민수 선수, 모두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으나 아이스하키를 향한 열정만은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했다. 

‘이기고 싶다.’ 

참여하는 것에 만족한다며 취미생활을 하듯 경기에 임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증명해내고, 스포츠 선수로서 가족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구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고, 40살이 넘는 노장으로서 마지막 패럴림픽 참여를 했던 한민수 선수에 대한 궁금증이 마음을 휘어잡았다. 

“장애인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그 계기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세상과 멀어졌던 이들이 운동을 통해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파라 아이스하키’ 장애인들이 아이스하키 경기를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개발된 특수 제작 썰매를 타고 그들은 아이스 하키 경기를 한다.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치르기 위해 장애인 아이스 하키 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중의 외면, 부족한 지원 등 수많은 이유로 힘든 고비들이 찾아왔다.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스포츠, 장애인으로서 스포츠 선수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말해주기는 하지만 굳이 그들의 경기를 보러 가지는 않았기에 상업성이 없었고, 그렇기에 지원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하물며 주장을 맡았고, 대표팀 중 가장 오래 선수 생활을 했던 한민수 선수 같은 경우에는 두 딸과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도 받고 있었다. 생업을 종사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버거운 삶, 왜 그는, 다른 팀원들은 이 경기를 그만두지 못했던 것일까? 

어쩌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버리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할 수 있노라고 말이다. 썰매와 각종 보호기구가 있어야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이 경기는 다른 비장애인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다름없이 소중한 나를 증명하는 기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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