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주전골... 화천 평화의 댐 탐방
강원도 양양 주전골... 화천 평화의 댐 탐방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19.10.07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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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선언적인 상징성 수준에 머물러
오색약수 및 주전골 계곡 전경 소셜포커스
오색약수 및 주전골 용소폭포와 계곡 전경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염민호 편집장] = 맑은 물이 거침없이 흐르다가 움푹 파인 커다란 바위 웅덩이를 만나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내달린다. 아무런 표식도 없었기에 지도에서 봤던 선녀탕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여기가 선녀탕인가? 안내 표지판이 없네?”

“선녀탕이든 아니든 내가 들어가면 선녀탕이여!”

“그럼 내가 들어가면 뭐가 되나?”

“그건 남탕이지!”

아주 오래전….

몸무게가 가벼워 가뿐하게 산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여름방학 중이었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갔다. 백담사에서 수렴동대피소와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까지 등산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장대비가 쏟아지는 산길을 하루 종일 걸어야 했다.

무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흠뻑 비에 젖어 산 정상부에 도달했을 때는 온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여름에 이가 딱딱 부딪는 추위를 겪어야 했다. 대청봉 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데 땔감이 없었다. 난로에 폐지와 비닐봉지까지 집어넣으며 불꽃을 일으켜야 했던 까닭에 메스꺼운 연기를 마시며 쪽잠을 자야 했다.

다음 날 새벽 용변을 해결하려고 대피소 밖으로 나왔을 때 환상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빛이 반짝거렸고 발밑으로는 넘실대는 운해가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산 정상 부분만 작은 섬처럼 운해위에 떠 있었다. 점차 날이 밝아오면서 저 멀리 산봉우리 몇 개가 섬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몇 차례 대청봉에 올랐지만 그 날의 감동을 다시 맛보지는 못했다. 지금도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 때 마주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신비로운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1일 저녁 강원도 양양 오색약수 마을에 도착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하여 대청봉을 다녀올 심산이었다. 몇 달 전부터 나름대로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길러왔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다음 날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빗방울도 간간이 떨어졌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모든 등산로가 폐쇄되어 목표가 일그러지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전골을 왕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건강한 사람도 대청봉을 다녀오려면 체력은 물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급경사 비탈길을 몇 시간동안 오르내리는 것은 체력 소모가 매우 크다. 가장 짧은 코스의 등산로를 선택하더라도 당일에 정상을 밟고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다. 당일치기 대청봉 왕복코스를 제공하는 산악회 일정을 살펴보아도 등산로 문이 열리는 이른 새벽에 헤드랜턴을 켜고 어두운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왕복 10시간 이상 넉넉히 시간을 잡아야 한다.

장애인과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자력으로 높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산에 오를 수 있도록 케이블카 설치라는 방안이 제시됐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등산로 주변의 환경이 오염되고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양양군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지난 38년 동안 몇 차례 계획을 수정하며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지난 9월 16일 또다시 실패를 알리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정치논리에 빠진 결정이었고 환경보호운동을 하는 단체의 반대의견이 작용한 너무 지나친 결과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아침, 태풍의 영향권에 든 영동지방은 밤새 쏟아진 빗물로 인한 피해소식이 뉴스시간 내내 계속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천군에 있는 평화의 댐을 경유하기로 했다. 한계령 넘어가는 도로에는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과 잔가지들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화천 평화의 댐 비목비와 비목탑 조형물 ⓒ소셜포커스

험준한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굽이굽이 돌고 돌아 어지러운 느낌을 안겨준다. 마침내 도착한 평화의 댐 공원에는 빗줄기가 점차 약해지고 간간이 흩날릴 뿐이었다.

평화의 댐은 평온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댐 위에 인도를 따라 끝가지 걸어갔다가 되돌아 왔다. 댐 상부지역 및 하부지역에 조성된 공원의 조형물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는 대형 범종의 자태가 자못 우람하다. 한번쯤 이름 들어보았던 저명인사들의 손을 본뜬 부조물과 이들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를 읽어보고, 크고 작은 평화의 종(bell)도 비교해 본다.

평화의 댐 위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이 평화롭다. ⓒ소셜포커스
평화의 댐 위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이 평화롭다. ⓒ소셜포커스

전시관을 비롯한 야외공원의 무장애 편의시설도 대체로 양호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휠체어에 앉아서 관람해야 하는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아예 들여다 볼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은 아직도 선언적인 상징성 수준에서 설치된다고 보아야 한다.

전날 주전골을 탐방했을 때, 오색약수 입구에는 무장애관광 가능이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경사진 언덕을 따라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휠체어 두 대가 교차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더구나 맞은편에서 휠체어가 오고 있다면 비켜줄 공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지를 만날 때는 돌이 박혀 있는 울퉁불퉁 한 흙길이어서 휠체어를 밀며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험한 길이 이어지곤 했다.

여기 뿐 아니라 전국 거의 모든 국립공원 및 유명 관광지의 실태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곳은 최전방 지역이라서 그럴까, 찾는 이가 그다지 많지 않은 듯 이동하는 경사로에는 낙엽이 쌓이고 빗물에 젖은 틈새에는 초록빛 고운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단풍이 들지 않아서인 듯 깊은 계곡 속에 잠긴 강물의 물빛은 아직 검푸르다. 머지않아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산야를 덮게 되면 물빛도 고운 단풍색으로 바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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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물문화관 내부 및 야외 풍경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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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소셜포커스
평화의 종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
평화의 종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 ⓒ소셜포커스
평화의 댐 야외공원의 편의시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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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아래에 조성된 평화공원 전경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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