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갈 수 없는 길...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탐방
휠체어는 갈 수 없는 길...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탐방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19.10.14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공원 탐방로, 장애인 편의시설 고려해야 한다!"
도봉산 오봉 전경. 우이령길 고갯마루를 오르는 중간에 오봉을 올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염민호 편집장] = 지난 주말에 그곳에 가봤다.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아무튼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마음먹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전날 국립공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미리 탐방예약을 했다.

노쇼(no-show)는 예약이나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립공원 예약을 무작정 펑크 내면 어떻게 될까? 노쇼(no-show) 1회에 한 달, 2회가 되면 세 달간 예약 등을 할 수 없는 벌칙이 주어진다.

송추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을 했다는 확인을 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가을을 알려주려는 듯 며칠 새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다소 쌀쌀한 느낌과 함께 완연한 가을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오랜 세월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었던 곳이다. 원래 이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송추 교현리로 이어지는 산길이었다. 6.25전쟁 이후 미군이 군사작전 도로로 확장했다고 한다. 2009년 7월 개방될 당시 주요 뉴스로도 소개된 까닭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지금도 우이령길 탐방구간은 예약제로 사람을 받는다. 퇴장시간 때문에 우이탐방지원센터 및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오후 2시 이전에 입장해야 한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제한된다. 1일 탐방객 예약 정원은 양쪽 입구에서 각 5백명씩 1천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립공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탐방예약을 받고 있다. 장애인 및 65세 이상 노인과 외국인은 전화 예약도 가능하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우이령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소셜포커스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길을 경계로 왼편의 북한산 구역과 오른쪽 도봉산 구역으로 나뉘게 된다.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도심에 접해 있는 국립공원을 극찬하는 인터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나라 수도에서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천혜의 경관을 갖춘 아름다운 산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흔치 않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늘 옆에 끼고 있으면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눈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작아 보이는 것이리라.

산길은 호젓하고 공기가 맑다. 계곡에 물줄기 흐르는 소리도 정겹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등 길섶에 피어나는 들꽃도 예쁘게 웃고 있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빛깔이 곧 임박 할 단풍철을 예고하는 듯 확연하게 바뀌었다. 간간이 보이는 붉은 빛 감도는 나뭇잎이 반갑다.

마사토가 깔린 야트막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 정도의 길이면 수동 휠체어를 타고 산길을 오르는 것은 힘들겠지만 전동 휠체어로는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이런 기대감을 접어야 했다. 약 13미터 간격으로 길을 가로지르는 배수로 요철(凹凸)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널빤지 홈통으로 또 어떤 곳은 잘 다듬은 화강암으로 깔아놓은 배수로가 반복됐다. 휠체어 작은 바퀴가 요철 구간의 턱에 걸리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리 배터리 성능이 좋은 전동 휠체어라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고행길이 될 것이다. 휠체어가 배수로를 건널 수 있도록 위쪽 공간에 바퀴 폭만큼만 흙을 메우고 평탄하게 다져놓으면 안될까? 국립공원 탐방로, 장애인도 경험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춰줄 것을 요청한다.

자연친화적인 탐방로 조성이라는 설명은 있었지만 장애인의 접근은 쉽지 않다. ⓒ 소셜포커스

군부대 유격장이 있는 석굴암 삼거리 광장이 나타났다. 출발지로부터 약 2Km 지점이었다. 이곳으로부터 고개 정상까지는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고갯마루를 오르는 중간에 오봉을 올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오봉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하나씩 머리에 이고 있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줄지어 서있는 산이다. 오봉 밑 아래쪽 야트막한 봉우리는 ‘여성봉’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예전에 한 번 이곳을 거쳐 도봉산 정상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여성봉을 지나는 남성이라면 경외심을 갖고 머리를 숙여야 했다. 아무튼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했다. 직접 가보면 알지만 글로는 표현할 수 없다.

오봉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망대 안내판에 적혀 있다. 옛날 고을 원님에게 예쁜 외동딸이 있었다고 한다. 원님의 사위가 되고 싶은 다섯 명의 건장한 총각이 산 위로 바위 던지기 시합을 했다는 것이다. 어느 총각이 원님의 예쁜 따님을 아내로 맞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체력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사실…. 여성봉 위에 줄지어 큰 바윗덩어리를 하나씩 이고 서있는 오봉이 자못 우람하고 듬직하기만 하다.

고갯마루 작은 공터 옆에는 간이 화장실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다. 이곳이 군사작전을 위한 도로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대전차 방호시설이 남아 있다. 우이동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역시 다소 기울기가 심하다.

고갯마루 공터에 있는 화장실 ⓒ 소셜포커스

 

등산로가 아닌 큰 신작로를 걷는 것이어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우이탐방지원센터를 벗어나자 먹거리마을이 나온다. 우이동 전철역 인근에서 김밥을 사들고 다시 송추 방향으로 되돌아 올라간다. 왼쪽으로 인수봉과 백운대가 올려다 보인다. 반대 방향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다.

유격장 표지석이 서 있는 광장에서 오봉 석굴암으로 올라간다. 도로 포장이 잘되어 있지만 경사가 심해 숨이 가쁘다. 들꽃과 이른 단풍이 오후의 햇살 아래 반짝인다. 거대한 바위산 밑 석굴암 풍경도 좋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다.

사찰이 자리한 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뒤편 풍경이 한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울 도심의 우이동 보다는 검푸른 산봉우리와 계곡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은 경기도 양주군 송추. 예전에 한양 임금님이 새해가 되면 양주목사에게 쌀과 비단을 내렸다고 한다. 한양이 양주에 들어 앉아 있었기 때문에 임금님이 일종의 주민세를 냈다는 것인데 믿거나 말거나.

우이령길은 탐방로 예약제 및 인원 제한으로 깨끗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소셜포커스
석굴암 삼거리 및 오봉 석굴암에서 본 주변 풍경 ⓒ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