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의 동반자살... 막을 방안은 없을까?
장애인 가족의 동반자살... 막을 방안은 없을까?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0.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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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가족협회, 18일 서울시의회와 함께 장애인가족 역량강화 토론회 개최
2016년 이후 장애인 가족 동반자살 16건...
언론 아니면 확인되지 않는 자살률...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무관심' 지적
한국장애인가족협회는 1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장애인가족 역량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장애인 가족안에서 발생하는 자살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 가족의 동반자살을 막을 방안은 전혀 없는 것일까? 최근 장애인 가족들이 각종 생활고와 사회적 편견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이 발생하고 있어 현실적인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한국장애인가족협회(이하 협회)는 1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장애인가족 역량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장애인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과 자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장애인가족의 갈등요인과 자살예방을 위한 방향 및 과제’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 전문가들과 장애인당사자 및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여 제도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허수경 사무국장

이날 발제자로 나선 주몽재활원 허수경 사무국장은 최근 장애인 가족안에서 부모와 장애자녀가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장애인의 자살 사례는 총 24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부모와 장애자녀 동반 자살 사건은 1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우울감 경험은 13.3%에 불과하다. 반면, 장애인들이 겪는 우울감은 18.6%로 장애인들의 우울감이 전체 인구에 비해 더 높았다. 결국 이러한 우울감은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

전체 인구 중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의견은 5.1%에 불과했지만, 장애인들의 자살에 대한 고민은 14.3%로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허 국장은 해당 자료를 설명하며 장애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부모에게 발생하는 심리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문제, 경제적 압박, 사회적 편견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 자녀를 위한 부모의 무한 돌봄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정신건강 및 신체상의 문제로 이어져 개인적 선택이나 자녀와의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허 국장은 “장애인 가정에서 나타나는 갈등 상황이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단순히 장애인 한 가정의 일탈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문제에 대한 발생원인과 해결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통계 조사와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전혀 없어 언론에 보도된 사건숫자가 통계를 대신하고 있다.)

이에 토론회에 참여한 장애인가족들은 현실적인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먼저 장애인당사자 뿐 아니라 부모와 가족이 삶의 의미와 돌봄을 보다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의미치료와 실천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장애인당사자에게 초점을 맞춰 모든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정작 돌봄을 헌신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부모들에 대한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장애인가족협회는 1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장애인가족 역량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장애인 가족안에서 발생하는 자살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 소셜포커스

이를 위해 장애인 부모들이 실제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치료받을 수 있는 의미구성 치료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장애인 부모 자서전 쓰기나 돌봄 경험에서 나타난 삶의 의미를 발굴하여 기록하기 등 장애인 부모가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증장애인 부모들의 연대와 모임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타났다. 부모들이 연대를 통해 서로가 정보를 교환하고 위로와 지지를 받아 돌봄을 수행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국장은 “장애인 가족의 모임을 통한 연대는 장애인 가족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여 결국 중증장애인 돌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구축과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사회적 무관심이 장애인 가정을 극단적 선택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국장은 “문제가 발생해도 무관심하게 대처하는 사회적 태도가 장애인 가정을 죽음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넣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하며 “사회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각 지역별, 장애유형별, 가정환경별 세부 조사를 통해 통계를 구축하여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양육자가 아버지인 경우 나타나는 가정의 갈등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부모연대 및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가족 역량강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가족협회 회원들이 장애인 가족 자살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소셜포커스

한편, 이날 토론회에 발제에 대해 협회 회원들은 장애인 가족 치료강화를 위한 서울시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김경우 의원은 “장애인가족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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