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포커스] 장애 돌봄은 가족의 몫인가
[무비포커스] 장애 돌봄은 가족의 몫인가
  • 김윤교 기자
  • 승인 2019.10.24 17: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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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장혜영 감독/ 2018년 12월 13일 개봉/ 다큐멘터리

[소셜포커스 김윤교 기자] = 팔월의 어느 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장혜영 감독이 ‘박남옥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13살의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의 결정이고 너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어. 이게 다 네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야”

당신에게 이런 통보가 내려진다면 어떤 심정일까. 맡겨진 시설에서 한 평생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장혜영 감독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시설에 맡겨지는 것,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고 불평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8년 만에 동생을 과감히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바로 장혜영 감독의 이야기이고, 중증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동생 ‘혜정’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보여주는 것에만 충실하다. 동생과의 좌충우돌 생활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그런 게 삶이니까. 장애를 갖고 있는 동생과 함께 산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항상 슬프지만도, 기쁜 일만 가득한 것도 아니듯이 혜정과 함께 하는 것 역시 다양한 삶의 곡선들로 가득하다.

장혜영 감독은 참 영민한 사람이다. 재주도 많지만, 무엇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고 건강해서 믿고 쫓아도 좋을 만하다 여겨졌다. 그녀는 유튜브에서 몇 년 전부터 ‘생각많은 둘째 언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구독자가 됐다.

뿐만 아니라,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노래가 바로 감독이 작곡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이다. 몇 번만 들으면 바로 흥얼거리게 되는 경쾌한 선율의 노래다. 그런데 노래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장혜영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가사 중 일부 -

긍정적인 답을 하고 싶어진다. 모두 만만치 않은 시절을 살고 있지만,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탈시설이 정말 장애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탈시설이 왜 필요한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질문들을 감독은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지내는 편이 더 나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 말들. 하지만 동생 혜정이 시설에서 지내던 때보다 더 밝고 편안해진 얼굴을 본 사람들은 알게 된다.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누구나 자유를 꿈꾸지 않는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보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한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장애는 결코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 모든 불행을 너의 탓, 네 가족만의 일이라고 치부한다면 우리는 함께 행복할 수 없게 된다.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함께 장애를 건널 수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장혜영 감독에게 왜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게 되었는지 결정적인 계기를 묻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시설에서의 인권침해가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가족들은 시설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중증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까지 우리는 힘들어야 하는지 묻고 싶어졌다.

“우리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 때쯤 혜정이를 낳았다. 만일 그때의 엄마에게 24명의 친구가 있어, 매일 혜정이를 한 시간씩 돌봐주었다면 어쩜 혜정이는 계속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을까?

장애인 돌봄은 온전히 그 가족만의 몫이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중증장애인 돌봄은 누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우리가 24명의 친구가 되어 준다면, 24명의 ‘혜영’이 된다면 ‘혜정’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때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 능력과 재능이 달랐다. 스스로 모든 것을 잘해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선생님과 친구의 도움 없이는 과제를 수행해 내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서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거나, 혹은 능력이 많은 아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수업이 되지 못한다. 아이의 능력에 맞게 도움을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걸음을 나아가는 것 그런 태도가 양질의 수업을 만든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분명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기준이 비장애인에만 맞춰져 있다면 좋은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약자를 배려할 수 있어야 보다 평등한 기준점이 만들어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해질 때 우리는 더 따뜻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영화 '어른이 되면' 메인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어른이 되면' 메인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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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칠 2019-10-28 13:02:05
커뮤니티케어 바로 이러한 경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박*경 2019-10-24 21:18:41
김윤교 기자의 글을 여러 번 보고 읽으면서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구나 라고 느꼈고 글을 읽는 내내 사람 냄새가 풍겨서 좋았었다. 늘 눈팅만 하다가 회원가입하고 첨으로 글을 남겨본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와 글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