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쓰레기 산이 이렇게 높았나?
이 쓰레기 산이 이렇게 높았나?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19.10.28 0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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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며....
하늘공원 억새꽃 소셜포커스
하늘공원 억새꽃 풍경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염민호 편집장] = 어느 단편소설의 배경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다. 쓰레기장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에서도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났다고 작가는 소리치고 있었다.

소설 속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쓰레기가 삶을 유지하는 원천이었다. 그들은 쓰레기 싣고 들어오는 차량을 향해 달려간다. 재활용 가치가 있는 것을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졌다. 쓰레기와 함께 뒹굴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이어갔다. 그 시대에는 재활용 개념이 없었다. 뒤죽박죽 내놓은 모든 폐기물을 매립지에 갖다버렸다. 그 때문에 매립되기 직전에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자발적으로 달려온 이들에 의해 분류과정을 거쳤다.

예전에 시내버스가 성산대교를 지나 마포구청 앞을 향해 달려갈 때는 차 유리창을 닫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 가까운 사람이 먼저 창유리를 밀어 닫았다. 난지도에서 바람에 실려 온 특유의 쓰레기장 냄새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냄새가 스며들었다. 난지도에 쓰레기를 버리던 시절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서울·경기·인천에서 살고 있다. 2천600만 명을 넘어선 숫자다. 거대한 인구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인천 및 김포시 해안지역에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하고 지금까지 20여 년간 운영해왔다. 수도권매립지의 조성 규모는 1,600만㎡나 된다. 이 가운데 83만㎡ 규모의 3-1공구가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이다. 3-1공구를 끝으로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는 문을 닫아야 한다.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가 매립기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 규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아무리 과학화된 위생적인 매립 방법이어도 매립이 진행 중인 쓰레기장에서는 냄새가 난다. 인천 검단지역 주민들은 수도권매립지 운영을 끝내기로 한 2016년을 고대하고 있었다. 막상 기한이 임박해지자 각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갈등이 폭발했다. 당장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졌다.

당시 환경부와 3개 지자체는 수도권매립지 3-1공구를 2025년까지 사용하면서 대체 후보지를 조성하기로 합의점을 만들었다. 인천 검단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10년의 세월을 인내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쓰레기 매립지 대체 후보지를 조성한다는 지자체의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위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어느 수필가는 북한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난지천에 합류하며 한강으로 흘려들었다고 쓰고 있었다. 글쓴이의 유년시절은 맑은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물고기 잡고 놀았던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어느 날 막무가내로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 풍기는 혐오스러운 장소로 바뀌었다고 술회했다.

지금은 쓰레기 매립지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서린 곳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된 검단 왕길동 앞 해안 풍경도 그랬다. 썰물이 되면 끝없이 개펄이 펼쳐졌다. 조개류를 비롯한 온갖 해산물이 나왔다. 물이 들기 시작하면 갯골에 들어가 작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미리 개흙을 파서 잡아둔 갯지렁이를 끼워 망둥이 낚시를 하곤 했다.

어느 날부터 산이 헐려 트럭에 실려 갔다. 눈에 익숙했던 산봉우리가 사라지고 평지가 됐다. 개펄 저 멀리 둑이 쌓이고 너른 평야가 만들어졌다. 수억 년의 세월 동안 소금기 가득 품었던 땅은 쉽사리 푸른 식물을 허락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경지정리가 끝난 논에 모를 심었다. 다음 날 아침에 논에 나가보면 누렇게 가을이 와있었다.

농부들은 민물을 넣고 빼기를 반복하며 소금기를 우려냈다. 다음 해에는 볍씨를 직접 논에 뿌렸다. 싹을 틔운 볍씨가 짠 소금기를 이겨내고 듬성듬성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가을이면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마침내 자르르 윤기 흐르는 맛있는 쌀을 내주었다.

모든 매립지가 황금빛 물결의 가을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가 들어왔다. 인천 검단의 한들 마을에 사는 어느 농부는 개펄 위에 동네 뒷산보다 높은 쓰레기 산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은 눈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바라보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어린 날 마당 저편 외양간 옆에는 두엄더미가 썩어가고 있었다. 소 발밑에 깔아둔 지푸라기가 소 배설물로 질척하게 되면 그것을 걷어내고 새 지푸라기를 깔아주었다. 걷어낸 것을 두엄더미 위에 던져두면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추운 겨울에도 두엄더미에서는 열이 올라왔다. 소의 배설물이 지푸라기와 버무려져 썩어갈 때 발생하는 열기가 대단했다. 눈이 내려 지붕과 마당에 가득 쌓여도 두엄더미 위에서는 금방 녹았다.

때로는 두엄더미를 뒤집어 주곤 했다. 최근에 쌓아둔 것을 두엄더미 속으로 넣어주는 작업이었다. 속에서 잘 썩은 두엄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았다. 두엄이 숙성되면 훌륭한 비료가 됐다. 모든 먹거리를 내어주는 텃밭에 들어가 고마운 가치를 마음껏 발휘했다. 텃밭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하늘공원 풍경 ⓒ소셜포커스

사람들이 하늘공원에 몰려든다.

요즘 가을바람에 한껏 부풀어 오른 억새꽃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발밑 깊은 곳에 예전 사람들이 외면하고자 애썼던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은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져 추위를 느낄 만큼 쌀쌀했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 하늘공원을 향해 길을 나섰다. 주말에 차를 운전하며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것은 고역이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까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겨우 주차를 하고 하늘공원을 향해 올라가는데 하산하는 일방통행 계단을 타고 거대한 인파가 내려오고 있었다. 내려오는 사람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통행로에 가득했다. 주말에 쓰레기로 쌓은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생각도 못 했다. 여성 전용 화장실 앞에서도 긴 줄이 만들어졌다.

드넓은 공원에 억새꽃이 장관이다. 억새가 이룬 숲 사이로 미로처럼 길이 뻗어가고 이를 배경으로 추억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오후의 햇살 받으며 은백의 억새꽃이 반짝인다. 요즘 유행처럼 번식하고 있는 핑크뮬리와 대싸리를 심어 군락을 이루도록 조성한 공간도 이채로운 풍경이다.

그런데 억새는 어떻게 하늘공원을 장악했을까? 
척박한 쓰레기장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억센(?) 품성을 지녔기 때문일까? 딱딱한 도심에 서정적인 가을 분위기를 가득 채워줄 수 있도록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생존본능은 어느 식물보다 뛰어났음에 틀림없다. 억새는 키가 크다. 억새 숲은 사람을 감춘다. 휴대전화기가 없었다면 이곳은 필연적으로 이산가족 양산하는 곳이 될 것이다.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진 거대한 도시의 오후가 저물어 간다. 해가 기울어 멋진 노을을 빚어내는 풍경도 좋다. 도시는 햇빛을 전등불로 교환하며 하나둘 불빛을 넓혀가고 있다.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 행렬이 붉은 꼬리를 물며 늘어진다. 은백색의 억새꽃은 옷 색깔을 검은 실루엣으로 갈아입는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하늘공원 풍경 ⓒ소셜포커스

내려가는 길….

올라왔을 때 보았던 하산하는 일방통행 계단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쉽게 앞으로 갈 수 없다. 다시 돌이킬 수도 없을 만큼 사람들이 가득 밀려 내려간다. 몇 발자국 옮기고 그 자리에 멈춰서야 한다. 원치 않지만, 앞뒤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귀에 들어온다. 밀착된 인파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는데 걸음을 넓게 뗄 수도 없이 더디다.

“이 쓰레기 산이 이렇게 높았어?”

마침내 내려갈 계단 앞에 서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어온다. 어둠이 찾아온 까닭일까? 눈높이가 높아지고 발밑이 멀어 아주 높은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이 산은 서울시민이 30여 년 동안 쓰레기로 쌓아 올린 인공구조물이다. 이 밑에 쌓인 쓰레기가 완전히 썩어서 자연에 순화되는 세월은 얼마나 걸릴까? 비닐봉지가 썩는 시간이 5백 년은 걸린다는데, 천 년쯤 지나면 환경에 유익한 상태가 될까?

자연이 빚어낸 것은 자연이 품을 때에 쉽게 받아들여서 하나가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람이 만들어낸 문제 요소는 자연이 해결하고 풀어내기가 무척이나 힘든 것 같다. 모든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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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칠 2019-10-29 12:51:51
쓰레기더미 산 이런반전이 놀랍다!!!